관세유예 90일,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것들 [4강의 시선]
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시장 요동이 초래한 90일 유예
정확한 의도부터 모호한 트럼프
구체적 이슈와 언어로 대응해야

현재로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4월 2일, 예상보다 훨씬 높은 상호관세를 내놓은 뒤 시장이 지속적으로 부정적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부터 계획됐던 것이라고 주장지만, 시장 급락이 대부분의 상호관세 조치에 90일 유예를 취하게 한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일시 유예는 한국 등 여러 국가에 시간을 벌어주긴 했지만, 각국이 직면한 가장 큰 질문—즉, 트럼프 행정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에는 명확한 해답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 목표가 협상력 확보인지, 미국으로의 제조업 회귀 강제인지, 무역적자 감축인지, 세금감면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인지, 혹은 이들 목표의 복합적 조합인지는 해당 국가들이 협상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관세 관련 보도자료에서 "무역적자가 관세 및 비관세 정책과 경제 펀더멘털로 인해 지속된다면, 이를 상쇄하기 위한 관세율은 상호적이며 공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책 목표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제로'로 끌어내리는 데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행정부 내 다른 인사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언급하기도 한다.
이번에 발표된 관세는 트럼프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본 10%의 보편관세와 각국에 따라 추가된 관세로 구성된다. 관세율은 해당 국가들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반영하지 않는다. 단지 해당 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대미 수출액으로 나눠 결정됐다. 따라서 미국 수출품에 가해지는 외국의 관세나 비관세 장벽에 대해 상호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 않다.
이번 정책 목표가 기존의 관세· 비관세 장벽 해소를 위한 협상력 창출이라면, 미국은 해당국의 장벽을 제거하는 합의를 빠르게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의 경우라면 USTR은 화학제품, 쇠고기 등에서 한국과 협상에 나설 것이다. 물론 한국은 국내 정치적 이유로 일부 품목에 대한 보호무역 정책을 유지하고 싶겠지만, 일부 사안에서는 양보를 통해 미국산에 대한 관세율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관세와 비관세 장벽 사이에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연령제한 철폐를 취하더라도 그에 상응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목표가 단순히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제거가 아니라면, 협상은 훨씬 더 복잡해진다. 미국의 무역 적자를 '제로'로 만들기 위한 협상력을 창출하는 것이라면, 더 깊은 경제적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추가 관세는 무역적자 제거를 위한 경제 관계의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목표인, 소득세에서 관세로 세금 부담을 전환하여 수익을 확보하려는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이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 수출을 줄이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수출을 늘리는 다양한 투자 및 구매 확대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 목표가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라면, 이번에 발표된 관세율은 일부 조정을 제외하고는 영구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높은 관세가 지속된다는 신호를 받고, 미국 내에서 생산을 하기 위한 투자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 본인도 관세 발표 직후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Truth Social'에 해당 취지의 글을 올렸다.
만약 미국 제조업 회복이 목표인 협상이라면, 미국 내 공장 건설 기간 동안의 일시적 면제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예컨대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에 사용될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면제와 같은 사안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의 투자 및 정책 변화 포트폴리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을 늘리는 문제는 부차적인 사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90일 유예조치는 한국에게 이전보다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한국의 협상자들은 미국과의 대화에 매우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어떤 수준의 투자를 진행하면, 그에 상응해 어느 정도의 관세 인하를 얻어내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투자나 비관세 장벽 해제와 관세 인하 간의 연계 방식이 불분명하면, 양국 모두 실망스러운 결과를 맞을 수 있다.

트로이 스탠가론 미국 윌슨센터 한국역사·정책국장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파면된 尹 관저 떠나면서도 반성 없었다... 대통령실 직원 200명이 배웅 | 한국일보
- 민주당 경선 룰, 국민 50%, 당원 50%로...선거인단 대신 '여론조사' 실시 | 한국일보
- [단독] 유동규 "범죄자 이재명 이길 사람 홍준표 밖에 없다" 지지 선언 | 한국일보
- 결혼 3개월 만에 숨진 아내, 범인은 남편이었다... 장례식장서 긴급체포 | 한국일보
- 김흥국 "김부선과 불륜설? 연락하거나 만나는 사이 아냐" [직격인터뷰] | 한국일보
- "내란수괴 사형? 참아야 돼?" 尹 사저 앞, 고성 오가고 실랑이까지 | 한국일보
- 11세 황민호 수입 얼마길래... 父 생일에 '용돈 100만 원' 선물 | 한국일보
- 40년간 딸 성폭행하고 임신시켜 낳은 손녀도 성폭행한 인면수심 70대 | 한국일보
- 윤석열·김건희에 '수고하셨습니다' 현수막 내건 아크로비스타 입주자들 | 한국일보
- 손담비, 오늘(11일) 득녀… "산모·아이 모두 건강"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