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덕수궁서 ‘가배’ 한잔 즐기며 대한제국으로 시간여행

지난 8일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이 함께 준비한 2025년 상반기 ‘덕수궁 밤의 석조전’(사진) 행사가 시작됐다. 오는 5월 25일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일 3팀(저녁 6시15분~8시55분·회당 90분간)만 가능한 덕수궁 석조전 야간 탐방 프로그램이다. 예매를 통해 회당 18명만 오붓하게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
덕수궁 정문에 모인 참가자들은 안내하는 상궁의 초롱불을 따라 우선 궁을 돌며 곳곳의 전각들을 소개받는다. 석조전 내부에 들어서면 또 다른 전문해설사가 참가자들을 맞아 1층 손님 접견실부터, 2층 황제·황후의 침실과 서재 등 내부를 안내한다. 이후에는 2층 야외 테라스에서 클래식 현악 연주와 함께 다과를 즐기며 덕수궁의 야경을 감상하게 된다.
음료는 따뜻한 가배, 차가운 가배, 오디차, 온감차가 준비된다. 대한제국 당시 커피는 ‘가배(咖啡)차’ 또는 ‘가비차’로 불렸는데, 검은 색감과 쓴맛이 탕약과 비슷하다고 해서 ‘양탕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어 석조전 1층 접견실에서 대한제국 황실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고, 사진 인화 기계를 이용한 ‘인생궁(宮)컷’ 촬영도 할 수 있다.
‘덕수궁 밤의 석조전’은 2021년 첫 선을 보인 이래 매년 상반기(4~5월), 하반기(10~11월)에만 열리는데 예매가 조기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다.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 선포 후 건립을 계획해 1910년 준공된 석조전의 내부를 전문해설사와 함께 돌며 당시의 생활사를 듣는 재미가 특별하다. 대한제국 당시 의상을 입은 연극배우들의 투철한 직업정신 덕분에 실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115년 전 황제의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을 내보는 것도 즐겁다.
봄밤의 선선한 바람과 함께 테라스에서 즐기는 가배 한 잔의 여유도 매력적이다. SNS에는 참가자들의 후기와 함께 석조전 2층 테라스 자리 중 어떤 자리가 좋은지에 대한 조언들이 올라와 있다.
무엇보다 고즈넉한 궁의 봄밤을 만끽하는 즐거움이 크다. 반짝이는 한낮의 벚꽃도 아름답지만, 달빛 아래 오래된 전각들을 배경으로 조용히 살랑거리는 밤벚꽃의 자태는 신비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창덕궁과 경복궁에서도 각각 달빛기행, 별빛야행을 운영 중이다. 경복궁 별빛야행(4월 2일~5월17일)에선 궁궐 부엌인 소주방에서 궁중음식을 체험하고 전문해설사와 함께 궁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창덕궁 달빛기행(4월 10일~6월 15일)은 창덕궁 내 깊숙한 곳곳을 전문해설사와 함께 돌며 수려한 궁의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각 궁궐의 야간 프로그램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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