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AI'와 로봇의 만남…사회·기업 대변환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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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빅데이터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2010년대 중반, 알파고의 등장 이후 우리는 줄곧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 속에 살아왔다. 그 불안이 점차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며칠 전 맥도날드는 로봇과 인공지능만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열었다. 과거 화제를 모았던 아마존의 무인 상점 ‘아마존고’를 기억하는가? 하지만 이번 맥도날드의 실험은 단순 판매 자동화를 넘어선다. 주문·조리·서빙·결제에 이르기까지 식당 운영의 전 과정이 자동화됐다. 인간 없이도 완전히 돌아가는 식당이 실제로 등장한 것이다.
사실 이 변화는 단순히 외식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인공지능의 ‘에이전트 모델’ 발전과 MCP(Model Context Protocol) 개념의 확산, 그리고 로봇과의 융합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향후 5년 이내 기업과 사회의 풍경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왜 에이전트 모델과 MCP는 그렇게 중요한가? 2022년 말, 챗GPT의 등장은 대중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인공지능을 직접 사용해보며 그것이 글을 쓰고 요약하고 번역까지 해낸다는 사실에 놀랐다.
곧이어 인공지능은 글뿐만 아니라 그림·사물·음성까지 인식하고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사진을 업로드하고 “이게 무슨 사진인가요”라고 물으면, “해변에서 부모와 두 아이가 석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입니다”라고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기술의 근간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다. 사용자가 ‘프롬프트’라는 입력값을 제공하면, 모델은 그에 맞춰 학습된 결과를 생성해낸다. 사진을 설명하는 기능도 그 일례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학습된 정보의 범위 내에서만 작동하며, 사용자 개인의 정보와 결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예컨대 챗봇이 고객 상담을 진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회사의 고유한 고객 정책은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반적인 대화만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RAG(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검색증강생성)와 ‘에이전트’ 개념을 도입했다. 에이전트 모델에서는 인간이 단지 목적만 제시하면, 인공지능이 새로운 정보(예를 들면 기업 내부 문서나 특정 법령)를 직접 탐색하고, 각종 도구와 메모리를 활용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해간다.
이제는 단순히 “이 사진은 뭐야”라고 묻는 것을 넘어서 “이 디렉터리 안에 있는 사진 중 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서 위치 정보를 알려줘”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사진을 분석하고, 그중 해변 사진을 골라낸 다음, GPS 정보를 추출해 장소까지 파악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이미지 파일을 열 수 있는 도구, 위치 정보를 읽을 수 있는 기능, 그리고 지도와 연동해 장소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명확한 목적과 필요한 도구가 주어졌을 때, 인공지능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트’로 작동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여러 에이전트를 하나의 목적 아래 협업하게 만들고, 각각의 에이전트가 고유한 도구와 기억(메모리)을 갖고 활동하는 ‘멀티 에이전트’ 모델까지 개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MCP(Model Context Protocol)이다. 이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표준화된 환경을 의미한다. 이제 나는 인공지능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컴퓨터 디렉터리에서 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 ‘해변’이라는 새 폴더를 만들고, 파일 이름은 ‘해운대1’ ‘산타모니카2’처럼 장소 이름을 기반으로 새롭게 정해줘.” 이 작업을 위해 인공지능은 내 컴퓨터에서 폴더를 만들고, 파일명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과 도구를 갖춰야 한다. MCP는 이러한 도구들을 하나의 프로토콜 안에서 표준화하고, 필요할 때 불러와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에이전트들은 서로 이 규약을 기반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앞으로 수많은 도구들이 MCP 기반으로 쏟아질 것이다. 개인은 그저 목표만 설정하면 된다. 도구는 인공지능에게 제공하면 되고, 나머지는 에이전트들이 해결한다.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도우미가 아닌,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거,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이잖아?” 지금까지 설명한 인공지능의 활용 방식을 보고 그렇게 느꼈다면, 맞다. 정확히 이해한 것이다.
예를 들어, 그녀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외국 모델의 사진을 인공지능으로 생성하고, 그 모델에게 고객의 가죽 재킷을 입힌 움짤(동적 GIF)을 제작해 상품 상세 페이지를 만든다. 또한 챗GPT를 통해 생성한 마케팅 스레드로 홍보까지 이어간다. 결과는 놀랍다. 그녀는 연 매출 7억원을 기록하며, 여유 시간에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정도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 사례는 인공지능이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인공지능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말해준다. 물론 아직은 대다수가 인공지능을 직접 업무에 활용하진 않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내 업무 중 인공지능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은 고작 1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수치는 향후 3~5년 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대런 아세모글루 교수는 그의 저서 『권력과 진보』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잘못된 방향으로 발전할 위험성을 경고한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고, 이익이 소수 기업에 집중될 경우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맥도날드의 무인 매장은 이러한 ‘노동 대체형 기술’의 대표적 사례다. 이는 효율성은 높일 수 있어도, 그 혜택이 극소수-즉 기계를 소유한 자본-에게만 돌아간다면 “편향된 기술 진보”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하지만 그의 핵심 주장은 명확하다. 기술은 본래 중립적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사회의 선택이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보다, 인공지능을 의료·교육·복지 등 공공적 영역에 적용하려는 기업과 개인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시스템-예컨대 규제, 여론, 세금 혜택, 교육 기회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유튜브 영상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그녀가 자신의 업무 프로세스를 화이트보드에 포스트잇으로 시각화한 후,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와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업무를 구분하기 시작한 부분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졌지만, 그녀는 인간 고유의 역할과 AI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냈다. 바로 그 지점이 그녀 비즈니스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더 놀라운 건, 그녀가 이 기술의 혜택을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은퇴한 아버지, 컴맹이던 어머니까지 인공지능 사용법을 익히게 하여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공지능은 어느 날 갑자기 모두의 삶을 바꾸진 않는다. 하지만 몇몇 산업과 직종에서는 이미 재편이 시작되었고, 그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이 소수만의 도구가 될 것인지, 모두를 위한 길잡이가 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선택은 사회 전체의 몫이자, 개인의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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