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없는 KBS 주말극, 성가신 걸까? 돈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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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웠던 정국이 정리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 곳곳을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그중 하나가 바로 KBS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막 없는 방송'이다.
KBS만이 여전히 주말극 자막 제공에 소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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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혼란스러웠던 정국이 정리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 곳곳을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그중 하나가 바로 KBS다. 요 몇 년 KBS를 보다 보면 답답함을 넘어 속 터지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2023년 광복절 자정, <KBS 중계석>에서 오페라 <나비 부인>을 방송한 일. 광복절 자정에 '기미가요'가 삽입된, 일본 제국주의의 시선으로 동양 여성을 그린 서사를 내보낸 건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 심지어 당일 오전 광복절 경축식 생중계 직전에 방송된 KBS 일기예보 화면에 좌우가 바뀐 태극기가 등장했다. 광복절에 그것도 공영방송이 이런 실수를 한다는 건 단순한 준비 부족이며 안일함이 아니다. 무심함이 차고 넘친다.
이번 3.1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추적60분> 삼일절 특집이 별다른 설명 없이 취소됐다. '계엄의 기원' 2부작 중 하나였고, 가짜뉴스의 생성과 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내용이었다. 시청자의 반응은 당연히 싸늘할 수밖에. 제작진 항의가 있었지만 방송은 끝내 한 주일 미뤄졌다. 이처럼 몇 사람의 판단과 결정으로 방송사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진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리더십은 실종됐다. 이쯤 되면 묻고 싶어진다. KBS는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그 무심함은 드라마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KBS 주말극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가 모처럼 상승세다. 15%로 시작한 시청률이 어느새 2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주인공 엄지원 씨가 인생 캐릭터를 만났고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와의 색다른 케미가 시너지를 내며 기대감도 감돌고 있다. 하지만 KBS는 안도하기보다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왜 시청자들이 떠났고, 어떻게 해야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의 출발점은 바로 자막의 부재다. 가족극을 고수해온 KBS 주말극은 오랫동안 중·장년층의 삶을 대변해온 대표 장르다. 한때는 시청률 30%가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불과 얼마 전인 2023년 이 수치는 10% 초반까지 하락했다. 반토막도 아니고, 거의 바닥이었다. 이는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와의 거리감, 그리고 '불편'이 누적된 결과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막 없는 방송'이다. 주 시청층은 점점 연로해진다. 청력과 시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빠른 대사, 겹치는 음악, 복잡한 인물관계 속에서 자막 없이 내용을 따라가긴 쉽지 않다. 어르신들이 "뭐라는 거니?" 하며 리모컨을 돌리는 건 시간문제다. 반면 유튜브와 OTT는 대부분 자막을 기본 제공한다. 심지어 다른 지상파 드라마들도 재방송엔 자막을 붙이기 시작했다. 2023년 MBC <수사반장 1958>은 본방송에 자막을 도입했고, SBS는 <법쩐>부터 재방송에 자막을 제공하고 있으며 MBC <연인>도 재방송에 자막을 달았다. 시청자 배려, 그 단순한 자세가 시청률과 신뢰를 지키고 있다.

KBS만이 여전히 주말극 자막 제공에 소극적이다. '몰입감 저해'라는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 지금의 시청자에게 몰입보다 중요한 건 '이해'다. 자막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이고, 고령층 시청자를 위한 배려이자 접근성의 문제다. 시청자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과 책임을 어디까지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다. 수신료 논란과 신뢰도 하락, 최근의 편성 논란까지 이어진 일련의 흐름 속에서 KBS가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은 단순한 '성공'의 순간이 아니다. 시청자들이 다시 KBS로 돌아올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KBS,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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