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계속 ‘개딸’ 방치하면 ‘국민 통합’은 없다 [쓴소리 곧은소리]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025. 4.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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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은 개헌 수괴” 문자 테러…李에 동조하면 ‘열렬 지지’, 아닐 땐 ‘극성 공격’
‘강성 팬덤’에 휘둘리고 방조하면 진영 갈등과 정치 양극화 더 심해질 수밖에

(시사저널=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대통령 윤석열은 파면되고 6·3 대선이 시작됐지만 진영 갈등과 정치 양극화가 자제되지 않고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은 나라의 걱정거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치 복원과 국민 통합을 위한 헌법재판소의 중재 노력과 우원식 국회의장의 헌법 개정 제안이다.

헌재가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도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의 권력 남용 문제를 지적하며 정치 복원을 주문한 것은 뜻깊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하면서도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봤다. 

하지만 이번 탄핵의 최대 수혜자로서 유력 대권주자가 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헌재의 주문을 존중하지 않고, 여전히 패권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 씁쓸하다. 그 단적인 예는 자신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과 친명(親이재명)계가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한 우원식 의장을 '수박'(비명계를 비하해 부르는 멸칭)으로 몰아 '문자 테러'를 가하고 있음에도, 이재명 전 대표가 이를 묵인·방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을 대표할 건가, 개딸을 대표할 건가

우 의장은 4월6일 대선(6·3) 당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는데, 이 일로 인해 '개딸'로부터 연일 공격을 받았다. 이 전 대표가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사실상 우 의장의 제안을 거부하자 개딸들은 우 의장을 '이재명의 방해자'로 보고 조직적인 공격을 가했다.

4월8일 기준 우 의장의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22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우 의장을 공격하는 내용이다. "해체해야 할 내란당과 어떻게 협의하나" "국회의장 해임안 건의하자" "개헌 수괴가 긴급비상개헌령을 내렸다" "분탕질하지 말라" 등의 격한 반응이 담겼다.

이 전 대표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도 우 의장에게 보내는 문자 폭탄과 우 의장 후원금을 취소하자는 내용으로 뒤덮였다. 친명계도 공격에 가세했다. 양문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개헌? 개나 줘라. 제발 그 입을 닥쳐라"라며 "당신들이 윤석열과 뭐가 다른가?"라고 썼다. 민형배 의원은 "개헌을 이리 서둘러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면 '다른 꿍꿍이가 있구나' 오해하겠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도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지 않는 국회의장 놀이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때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을 이끌며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우 의장이 어쩌다가 '개헌 수괴'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을까? 진영 논리에 따라 진실이 가려졌다는 점에서 씁쓸하고 참담하다.

개헌을 놓고 정책과 노선 경쟁을 하는 대신 의견의 다양성을 억압하면서 상대를 악마화해 마녀사냥에 나서는 개딸의 행위는 상식적인 모습이 아니다. 이들의 행태는 전체주의와 파시스트를 닮았다. 구체적으로 히틀러의 친위대·돌격대를 닮았다.

우 의장에 대한 이들의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 우 의장은 지난 국회의장 선거 과정에서 추미애 의원을 밀었던 개딸의 공격을 받았다. 개딸의 폭력적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이재명 일극체제'에 의한 '빠시즘화'된 정당·국회 체제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빠시즘(빠+파시즘)'은 광신도를 뜻하는 '빠'에 '파시즘'을 상징하는 전체주의적 대중운동이 결합된 형태다.

6·3 대선을 앞두고 개딸과 친명계의 공격이 거칠어진 것은 예상된 일이다. 그들은 이 전 대표의 권력 장악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권력의 주구(走狗)로서 중요한 순간마다 조직적인 공격본능을 보여줬다. 

이들의 공격본능은 6·3 대선을 앞둔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발동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의 공격본능 DNA가 태생부터 '개딸 중심의 대중정당' 채택, '비명횡사·친명횡사 공천'을 통한 '이재명 사당화', '이재명의 일극체제를 통한 국회 장악' 등으로 이 전 대표의 대권 장악 도구라는 정체성으로 형성된 것에 따른 결과다.

우 의장에 대한 개딸과 친명계의 공격을 묵인하는 이 전 대표의 태도는 히틀러의 집권 과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부분은 이 전 대표가 히틀러가 어떤 전략·전술로 권력을 장악해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을 무너뜨리고 총통 독재로 나아갔는지에 대해 얼마나 많이 연구했는지를 추론하게 해준다. 

왜냐하면 이 전 대표가 지금까지 당과 입법부 장악에 이어 대통령 권력 장악을 위해 사용했던 조직화 방식이 히틀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사점 때문에 히틀러의 권력 장악 과정을 이해한다면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를 조금은 예측할 수 있다.

히틀러의 절대적인 충성 조직 떠올려

히틀러가 국가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첫째 조직, 둘째 이데올로기가 중요하게 작동했다. 히틀러에겐 자신에게 절대 충성하는 두 조직인 나치 친위대와 나치 돌격대가 있었다. 이런 성격의 조직은 이 전 대표에게도 있다. 하나는 개딸, 다른 하나는 원외 세력이었다가 지난 총선을 통해 원내 세력으로 재편된 더민주혁신전국회의다.

히틀러에겐 외롭고 배고픈 '폭민(mob)'을 선동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로 유대인을 악마로 몰면서 독일민족을 결집시키는 '민족사회주의'가 있었다. 이 전 대표에게는 기본소득을 새롭게 포장한 '먹사니즘'이 있다. 이 기본소득은 전문가들로부터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데 어떻게 돈을 마련할지 대안이 없다. 국민과 합의 없이 재벌과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왕창 걷어 분배하면 된다는 식의 이데올로기다.

국가가 양육과 교육을 책임지고 주택·의료·노후도 책임지는 체제는 사회주의밖에 없다. 현행 우리 헌법을 전복하지 않는다면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이런 기본소득을 계속 주장한다는 것은 아첨술이거나 사회주의 길을 가겠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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