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감독 "출연 배우들이 '로비' 통해 연기적으로 새역사 쓰기 바랐죠"[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5. 4. 11. 11:4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로비’로 세 번째 연출작 도전… 주연 창욱 역 맡아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연출자로서 제 장점”
배우 하정우 ⓒ쇼박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감독 겸 배우 하정우가 김의성, 강해림, 강말금, 박해수, 박병은, 이동휘 등 내로라하는 연기神들과 뭉친 영화 '로비'로 영화 '허삼관'이후 10년 만에 영화 연출에 나섰다. 영화 '로비'는 블랙코미디 장르의 작품으로 로비 골프의 현장이라는 한정되고 특수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종다기한 인물 군상의 웃픈 군중극으로 탄생했다.

데뷔작 '롤러코스터'로 재치와 속도감 넘치는 유쾌한 소동극을 선보였고 '허삼관'으로 1950~60년대 가족상과 부성애를 표현했던 하정우 감독은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 '로비'를 통해 반짝반짝 빛나는 블랙코미디 유머의 진수를 선보였다. 연기 내공이 꽉 찬 배우들과 개성 가득 신예들의 앙상블이 모여 휘몰아치는 막강 시너지를 펼쳐 보이는가 하면 현대 사회의 축소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인물 군상들의 한판 로비 혈전이 펼쳐지고 나면 우리네 인생의 본질을 관통하는 잔잔하면서도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는 강력한 한방의 주제도 만날 수 있다.

배우 하정우 ⓒ쇼박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쇼박스 사옥에서 영화 '로비'의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하정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로비'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던 지난달 25일 급성충수돌기염으로 긴급 응급수술을 받았던 하정우는 병원에서 권장한 입원기간보다 이틀이나 빠른 지난달 28일 퇴원해 '로비' 관련 GV 및 무대인사, 쿠팡플레이 코미디쇼 'SNL 코리아' 시즌7 촬영에 나서는 등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이날 인터뷰에 나선 하정우는 다소 수척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평소의 재치 넘치는 입담과 영화와 연기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그대로였다. 특히 감독으로 나선 인터뷰였기에 출연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한마디라도 더 보태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세상에서 한발 떨어져서 CCTV처럼 바라볼 때가 있어요. 세상사를 향한 호기심이 많죠. 평생 배우로서 또 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들며 살아왔기에 세상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이번에 병원에 입원해 3박 4일을 지냈는데 병원 복도에 나와서 각자의 사연을 지닌 채 바퀴 달린 스탠드를 밀며 일제히 걷고 있는 남녀노소 환자분들을 보며 인상이 깊더라고요. 살기 위해 부지런히 복도를 걷는 할머니, 할아버지, 중장년부터 젊은이들까지 바라보며 한없이 관찰하게 됐어요. 저도 물론 열심히 복도를 걸었죠. '로비'의 소재도 이렇게 얻게 됐어요. 팬데믹 시기에 골프를 치기 시작했는데 골프장에 가면 정말 각자의 사연을 지닌 별의 별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100원, 1000원짜리 내기에 목숨을 걸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감정을 앞세우는 웃긴 상황도 많이 맞이했어요. 이걸 보고 영화의 배경과 캐릭터로 맞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는 스타트업 대표 윤창욱(하정우)이 경쟁 회사 대표인 손광우(박병은)의 뒷거래 때문에 기회도 기술도 번번이 빼앗기던 차 4조 원의 국책사업의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첫 로비 골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에는 실질적 주연 10여명이 등장하고 이들 외에도 약방의 감초처럼 충무로의 난다긴다하는 배우들이 특별출연했다. 하정우 감독이 캐스팅 과정에서 가장 공들인 배우는 누구일까. 함께 촬영하며 특히 남다른 매력을 뽑아낸 배우로 누굴 꼽는지도 물었다.

"감독들은 보통 자기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연기 인생에서 새역사를 써내려가는 걸 바라며 영화를 찍어요. 제 전작들에서도 '로비'에서도 전체 대본 리딩 10번, 부분 리딩까지 다 합치면 30번이 넘게 사전 리딩을 했어요. 모두 연기를 잘하고 역량이 높은 분들이지만 배우로서 더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셨으면 했죠. 캐스팅은 누가 이미지적으로 가장 어울릴까 위주로 생각했어요. 특히 진프로 역의 강해림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죠. 관객들이 '실제 골프 선수가 나와서 연기했나'하고 생각하시길 바랐어요. 강해림 배우에게 강조한 것도 연기보다 골프 폼에 신경을 써달라고 했어요. 강해림 배우에게서는 풋풋하고 신선한 느낌도 느껴졌고 또 극중 진프로가 처한 상황을 극복해나갈 강한 아우라도 느꼈어요. 실제 촬영에서도 잘 해냈죠. 대척점에 선 인물이 최시원이 연기한 마태수 역이에요. 가장 연예인스럽고 셀럽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전부 아이돌 출신이었는데 최시원이 가장 적합했어요."

배우 하정우 ⓒ쇼박스

최강 빌런으로 등장하는 스마트주차장 국책사업 실세인 최실장 역의 김의성과 닳고 닳은 로비력을 뽐내는 박기자 역의 이동휘 캐스팅과 촬영 현장 에피소드도 이어졌다. 김의성은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고 '하정우표 블랙 코미디에 내가 어울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 한차례 캐스팅을 고사한바 있다.

"김의성 선배께 처음 시나리오를 드렸을 때는 초고 단계였죠. 시나리오가 발전될 때마다 계속 새 시나리오를 보여 드렸어요. 최실장 역은 빌런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생각하다가 창조된 인물이죠. 진프로의 열성 팬이지만 그를 끝까지 괴롭히는 캐릭터에요. 김의성 형은 '이게 웃겨?' '이렇게 하면 재미있어?'라고 수도 없이 질문하며 점점 확신을 가져 나가셨어요. 이동휘는 역할 속에서 유쾌하고 발랄한 인물을 많이 했지만 실제로는 조용하고 차가우면서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는 배우예요. 이런 입체적인 면을 가진 배우가 스펙트럼이 많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줘서 고마웠죠. 박기자는 음의 기질을 가진 캐릭터인데 이동휘를 통해 훌륭하게 창조됐어요."

하정우 감독은 '로비'의 러닝타임 106분을 숨쉴 틈 없는 대사로 꽉 채우며 위트와 유머 넘치는 상황들로 구성해 매력 넘치는 군중극을 탄생시켰다. 배우 각자의 색다른 개성을 끌어낸 것은 물론이고 능력치의 최고값을 뽑아내 조화로운 앙상블로 담아냈다.

"연출을 하며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드라마에 더 가깝다고 생각을 했는데 관객들이 피식피식 웃으며 봐주신다면 성공했다고 봅니다. 래퍼런스 영화들 또한 사실주의 영화들이 많았어요. 블랙 코미디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진지한 '쓰리 빌보드'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이죠. 매번 저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들이에요. 시나리오를 쓸 때 심각하게 고민하며 쓰는 편은 아니에요. 빨리 쓰고 나서 판단하는 편이죠. '로비'도 시나리오 버전이 굉장히 많았고 주위 영화 관계자들, 지인들에게 모니터링을 하면서 고쳐 나갔어요. 또 배우들과 사전 리딩을 하는 과정을 통해,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또 고쳐 나갔죠. '로비'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의 앙상블과 팀워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롤러코스터'가 시간이 지나 많은 분들께 회자되고 기억된 것처럼 '로비' 또한 관객들께 즐거운 기억을 남기고 오래 회자되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또 출연 배우들이 각자 필모그래피에 좋은 작품이었다고 기억하게 된다면 제게는 감독으로서 가장 큰 성취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