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기' 김연경의 '다음'을 기다리고 기대한다 [임성일의 맥]
귀감 되는 스타, 은퇴 후에도 영향력 발휘해주길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쉽게 쓰지만, '슈퍼스타'라는 수식어는 아무나 달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실력이 특별해야한다. 잘하는 것에만 그쳐서는 부족하다. 정점에 올라있는 선수가 귀감이 되는 영향력으로 팬들에게, 동료들에게 존중받고 사랑받을 때 진짜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사에 '슈퍼스타' 칭호를 받을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특정 인물에 대한 개개인의 견해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배구 여제' 김연경은 다수의 호응 속 그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선수다.
누구보다 화려했던 슈퍼스타 김연경은 이제 '전 선수'가 됐다. 작가가 썼다면 "지나치다" 핀잔을 들을 수 있던 마지막 스토리와 함께 멋지게 코트를 떠났다.
3월의 마지막과 4월의 시작, 대한민국 스포츠의 중심은 여자배구였다. 프로야구가 '다시 1000만 관중' 기세로 출발했으나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뜨거움에는 미치지 못했다.
흥국생명이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을 연달아 잡을 때만해도 빠른 결말이 예상됐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부상 병동' 정관장의 한계가 느껴졌다. 그런데 3, 4차전 믿기지 않는 투혼으로 시리즈 전적 2승2패 동률을 만들자 여기저기서 '역대급 명승부'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마지막 5차전은 시리즈의 압축판이었다. 내용에 대한 리뷰는 워낙 많이 쏟아졌으니 스코어로만 갈음한다. 26-24, 26-24, 24-26, 23-25, 15-13. 듀스 3번에 매 세트 2점차 박빙이었다. 1, 2세트를 흥국생명이 잡았으나 정관장이 3, 4세트에서 반격했고 최종전 마지막 5세트에서야 승패와 패자가 갈린, 그야말로 끝장 승부였다.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긴장과 부담이 양 팀 선수들을 짓눌렀을 것이다. 특히 불과 몇 포인트면 자신의 현역 생활이 종료되는 김연경의 심경은 헤아리기도 어렵다.
떨려야 정상이다. 그런데 티가 안 났다.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조건이었는데 경기 내내 흥분한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김연경의 해피엔딩이 혹 무산되진 않을까 애가 타던 동료 후배들을 끝까지 다독이던 김연경은 과연 '큰 사람'이었고 '슈퍼스타'였다. 간절하게 원하던 트로피를 힘겹게 품었는데 눈물조차 없었다.
5차전이 끝난 뒤 김연경은 "오늘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를 써도 이렇게 만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딱 그랬다. 은퇴를 선언한 시즌에 우승과 MVP. 2025년 봄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주인공은 김연경이었다.
이제 더 이상 '선수 김연경'의 플레이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두 번째 인생도 대중들과 함께 할 공산이 크다. 시선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삶이다. 김연경이 어떤 길을 택하든 존중 받아야하고 그 결정에 다른 이들이 왈가왈부 할 수는 없겠지만, '국한'되진 않았으면 한다.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는 큰 그릇인 까닭이다.
이미 각종 예능에 출연해 넘치는 끼와 입담을 과시한 터라 방송계 러브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바늘로 찌르는 자기 관리 속 프로선수 생활만 20년 넘게 한 김연경이니 한동안 홀가분하게 지내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방송인으로만 살아가진 않았으면 싶다. 빈자리가 크게 티 나는 슈퍼스타라 그렇다.
배구는 단체 스포츠다. 그래서 김연경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았을 때 갑자기 확 달라질까 싶었다. 하지만 그가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떠난 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금까지 국제대회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당장 V리그 종사자들도 근심이 크다.
김연경의 은퇴로 여자배구 관중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속팀 흥국생명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들린다. '여자배구의 봄'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다른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해야겠지만, 쉽게 채우기 힘든 공백이 발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다음 행보가 너무 동떨어지지 않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
이미 한국 배구와 스포츠계에 많은 것을 선사했지만, 은퇴 후에도 선수 때 버금가는 빛으로 수많은 후배들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김연경이다.
차범근이 척박한 땅을 갈면서 축구 선수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길이 뚫렸다. 세리 키즈가 한국 여자골프의 부흥을 이끌었고 박찬호를 보며 메이저리그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님을 알았다. 김연아가 아니었다면 피겨는 불가능 영역으로 간주됐을 것이다. 김연경 역시 그런 본보기가 되는 인물이다.
김연경은 당장 11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리는 '2025 세계도핑방지의 날(Play True Day)' 기념식에 선수위원 자격으로 참석해 공정한 스포츠를 위한 도핑방지 서약에 동참한다. 지도자, 행정가, 재단 이사장, 홍보대사 등등 배구계와 스포츠계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줄 곳은 넘친다.
어느 정도 무거움은 내려놓되 너무 멀리서 지내진 않았으면 싶다. '본보기' 김연경의 '다음'을 기다리고 기대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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