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참여하는 ‘빈집재생민박사업’…농촌 득실 계산 엇갈려
규제 대거 완화하는 법안 심의
빈집 정비·농촌관광 활기 기대
일각에선 민박 농가 타격 우려
농가소득이냐 빈집 재생이냐
정책 목표 ‘무게추’ 조절 관건

농어촌민박으로 농촌 빈집과 농가소득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까. 법인이 농촌 빈집을 임차해 농어촌민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빈집재생민박사업’의 법제화가 추진되면서 이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빈집재생민박사업은 백약이 무효한 농촌 빈집 문제를 농가소득 증진을 위해 도입한 농어촌민박으로 풀어보려는 구상에서 나왔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선 두 정책 목표가 농어촌민박이라는 한 지붕 아래 불편하게 동거하는 형국이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천·청도)이 대표 발의한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심사에 들어갔다. 법안은 ‘농어촌정비법’에서 농어촌민박 관련 조항을 모두 가져오면서 관련 규제를 대거 완화한 게 골자다.
현행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어촌민박을 운영하려면 농어촌지역 주민이 직접 소유한 주택에 6개월 이상 계속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개정안은 여기서 사전 거주 및 주택 소유 의무를 폐지(실거주 요건은 유지)했다. 객실수 제한(지방자치단체에 위임)을 두는 대신 현재 연면적 230㎡(70평)로 제한된 면적 규제는 없애고 민박의 식사 제공도 허용했다. 현재는 조식 제공만 가능하다.
이에 더해 개정안은 빈집재생민박사업의 근거를 담았다. 농어촌주민이 아닌 법인과 단체도 빈집을 임차해 민박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인·단체가 사업의 주체인 만큼 이 경우 사전 거주 요건은 물론 실거주 요건도 면제된다.
정부도 개정안에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어촌민박 규제 완화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발표한 ‘농어촌민박 제도 개선 및 활성화 방안’에 담긴 내용이며, 빈집재생민박사업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정부가 2022년부터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하는 상태다.
이 중 쟁점을 이루는 건 빈집재생민박사업이다. 한편에선 이를 통해 농촌 빈집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한다. 농촌관광 활성화 효과도 기대한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농어촌민박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 농어촌민박은 농산물시장 개방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의 대안으로 도입됐는데, 법인이 경쟁자로 난립할 경우 정작 농어촌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은 타격을 받고 농가소득도 감소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최근 제주에서 일부 농어촌민박 사업자들이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개정안엔 딜레마 사이 묘안을 찾으려 고민한 흔적이 없지 않다. 개정안은 빈집재생민박사업을 하려는 법인의 자본금을 제한하고 관리자를 1인 이상 두도록 해 우후죽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정부는 3억원 수준의 자본금 규제를 두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돌려 말하면 빈집재생민박사업을 통한 빈집 정비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농어촌민박업계 관계자는 “제주의 경우 자본금 3억원으로 운영할 수 있는 민박은 1동 정도”라면서 “잘해서 민박을 월 15일 가동해도 수익은 300만원 정도인데, 관리자 인건비로 200만원 정도를 내야 하니 어떤 법인이 쉽게 뛰어들겠느냐”고 전했다.
법인의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개정안에 농어촌민박업계가 전면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인이 진출할 유인은 작은 반면 개정안에 담긴 다른 규제 완화 조항들은 사업에 보탬이 되리라 관측하는 것이다.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건 농어촌민박사업의 목적에 종전 ‘농어촌소득 증대’에 더해 ‘농어촌관광 활성화’를 포함한 점이다. ‘농가소득’과 ‘빈집 정비를 통한 농촌관광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무게추를 조절하는 게 향후 개정안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최용훈 농해수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찬반 양론을 고려해 빈집재생민박업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논의 과정에서 규제샌드박스의 성과를 면밀히 검토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부는 실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당초 지난해까지였던 규제샌드박스 기간을 내년 1월까지로 연장했다. 하지만 아직도 1개 업체가 제주에서만 민박 10동을 운영하는 등 충분한 실례는 쌓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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