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타버린 농업 터전 보고 있자니…살길 막막해 떠날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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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산불이 농가의 재산 피해를 넘어 과수 주산지의 농업기반을 붕괴시키는 후과를 낳고 있다.
특히 과수목이 전소된 농가는 최소 4∼5년간 수확이 어려워 소득이 완전히 끊길 위기에 놓였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과수는 가지치기(전정)나 병해충 관리 등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데 승계농이 경험을 쌓을 기반이 사라진 셈"이라며 "지난해 11월 폭설 피해를 겪은 경기 안성 등에서 적잖은 과수농가들이 재건보다 폐농을 선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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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 전소로 4~5년 수확 불가능
피해농가 소득공백 장기화 우려
생산기반 사라져 세대승계 위기
실효성 있는 자재·시설 지원 절실
“재건 위한 촘촘한 로드맵 필요”


# 경북 안동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강용구씨(43)는 최근 발생한 산불로 저장 사과 약 40t, 231.4㎡(70평) 규모의 창고, 포클레인, 트랙터, 고속분무기(SS기) 등을 모두 잃었다. 강씨는 “2억원 상당의 저장 사과가 소실됐지만, 보험 보장도 안되고 정부 보상이나 대출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타지로 떠나는 선택지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권 산불이 농가의 재산 피해를 넘어 과수 주산지의 농업기반을 붕괴시키는 후과를 낳고 있다. 특히 과수목이 전소된 농가는 최소 4∼5년간 수확이 어려워 소득이 완전히 끊길 위기에 놓였다. 농지를 복구하고 나무를 다시 심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재건 대책으로 집단 폐농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북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경북의 과실 생산액은 2023년 기준 전국(6조3075억원)의 37.1%(2조3425억원)를 차지한다. 시설 참외 97.8%(6299억원), 자두 86.2%(2115억원), 사과 62.1%(8455억원), 포도 55.6%(6315억원) 등 품목에서도 큰 비중을 보인다. 농업소득은 그만큼 높아 같은해 전국 평균(1114만원)보다 684만원 많은 1798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든든한 농업기반이 산불 국면에선 부메랑을 크게 맞았다. 9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농작물 3862㏊, 시설하우스 689동, 농기계 8249대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농가의 소득 공백 충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재해가 단순한 생계 위기를 넘어 과수농가의 세대 승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이어진다. 일터이자 수련원 격인 과원이 불타버린 탓이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과수는 가지치기(전정)나 병해충 관리 등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데 승계농이 경험을 쌓을 기반이 사라진 셈”이라며 “지난해 11월 폭설 피해를 겪은 경기 안성 등에서 적잖은 과수농가들이 재건보다 폐농을 선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해에 대비해 ‘농작물재해보험’을 운용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낮다. 강씨는 “불에 탄 저장 사과는 보험 보장 대상이 아니고, 나무 손해 특약은 따로 가입하지 않아 보상을 못 받는다”고 했다. 경북 청송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A씨(55)도 화재로 과원이 불탔다. A씨는 “어린 사과나무는 보험 특약을 들지 않아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했다.
농가들은 농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반 회복이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강씨는 “저장창고 재건에도 시간이 걸리고, 묘목도 인기 품종은 1년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구할 수 없다”며 “대출 여부도, 보상규모도 불확실해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털어놨다.
그는 “약제를 살포하는 4월 중순께 농기계가 필요하지만, 임차할 수 있는 기계가 지역에 사실상 한대뿐이라 제때 빌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는 “묘목을 다시 심으려면 한그루에만 2만원 이상이 드는데, 지주용 파이프와 관수 시설까지 다 타버려 재배를 재개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준성 한국복숭아생산자협의회장은 “농지가 불탄 경우 농기계로 땅을 뒤엎고 퇴비를 뿌리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단순 융자보단 자재·시설 같은 실효성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재건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작물재해보험은 가입자에게 한시적 보상만 제공할 뿐”이라며 “4∼5년간 소득이 완전히 끊길 농가의 현실을 고려해 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실질적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기계 지원을 포함해 농민들의 농업 복귀를 돕는 촘촘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실장은 “생산 기반 복구를 추진하면서 기후위기 속 과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팜 특화단지 조성 등의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며 “여기에 기성농민과 청년농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세대 승계를 이끌 유인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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