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0억대 재산분할…이혼소송에 휘청이는 중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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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견기업 대표가 이혼소송에서 패소해 부인에게 재산분할로 약 1050억원을 줄 상황에 놓였다.
국내 이혼소송에서 1000억원이 넘는 재산분할 판결(하급심 포함)이 나온 것은 지난해 5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례(2심 1조3808억원) 후 처음이다.
판결이 뒤집히지 않으면 재산분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 업체 대표는 보유 지분 중 상당량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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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부부재산의 35% 지급' 판결
"아내·처가 지원, 회사성장 기여"
대표 재산 대부분 회사 주식
판결 못 뒤집으면 매각 불가피
'6조 자산'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이혼소송에도 영향 미칠 듯

한 중견기업 대표가 이혼소송에서 패소해 부인에게 재산분할로 약 1050억원을 줄 상황에 놓였다. 국내 이혼소송에서 1000억원이 넘는 재산분할 판결(하급심 포함)이 나온 것은 지난해 5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례(2심 1조3808억원) 후 처음이다. 판결이 뒤집히지 않으면 재산분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 업체 대표는 보유 지분 중 상당량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설립 초기 부인·처가 직간접 지원”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원정숙)는 수도권에 있는 제조업체 A사 대표 B씨의 배우자인 C씨가 제기한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B씨가 부부 재산의 35%인 약 1050억원을 C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 나온 판결 중 두 번째로 많은 재산분할 규모다.
재판부는 “피고가 회사를 지금 수준으로 성장시킨 배경에는 회사 설립 초기 원고와 그의 가족의 직간접적 지원이 있었다”며 “가사를 전담하고 자녀를 양육한 원고의 내조 역시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의 법정 다툼이 본격화한 것은 3년 전이다. C씨가 2022년 5월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와 외도 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 났다”며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그가 요구한 재산분할 규모는 약 1600억원(보유 재산의 50%)에 달했다. B씨는 “근거가 없다”며 부인이 주장한 모든 내용을 부인하고 이혼을 거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C씨 주장대로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봤다. 두 사람이 별거 중이고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피고의 부정행위 여부를 두고 이미 부부간 신뢰가 훼손됐다”며 “서로 비난과 대립을 지속하며 갈등이 깊어져 혼인관계가 파탄 났다”고 밝혔다.
이혼의 책임을 두고는 “양측 모두 대등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원고가 남편의 책임을 주장하며 근거로 제시한 외도 등에 대해선 “제출한 증거만으론 피고 때문에 부부 관계가 깨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재산분할과 별개로 원고의 위자료 청구(2억원)를 기각한 이유다.
◇‘6조원 갑부’ 권혁빈 소송에 영향 주나
법원 판결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B씨는 재산분할을 위해 보유 중인 A사 주식 상당량을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B씨 재산(약 3500억원)의 90%가량이 A사 지분이어서다. 기업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B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 가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이제는 상속뿐 아니라 오너 일가의 이혼도 기업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라며 “가족 간 불화가 법적 분쟁으로 번질 위험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이혼소송의 결말이 다른 기업 오너들의 대형 이혼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 부부 사례는 이미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어서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6조원대 자산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소송에는 참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권 CVO는 1심에서 심리를 위한 재산 감정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 CVO가 창업 당시 부인에게 도움을 받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권 CVO의 부인은 스마일게이트의 공동 창업자이고 회사 설립 후에도 3년여간 등기이사로 경영에 참여했다. 남편이 창업할 때 본가 지원을 이끌어내고 가사에 전념한 C씨보다 부부 재산을 불리는 데 더 많이 기여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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