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해가 서쪽에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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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는 "Yes, and(그래, 그리고)"라는 문화가 있다.
회의에서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먼저 긍정하고, 그 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그건 말이 안 돼" "나도 해봤는데 안 돼"와 같은 말은 창의성을 꺾고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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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는 "Yes, and(그래, 그리고)"라는 문화가 있다. 회의에서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먼저 긍정하고, 그 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Yes"는 상대의 생각을 인정하는 자세이고, "And"는 그 생각을 발전시키는 태도다.
반면 "No, but(아니야, 그러나)"은 부정으로 시작된다. "그건 말이 안 돼" "나도 해봤는데 안 돼"와 같은 말은 창의성을 꺾고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Yes, and" 문화는 창의성을 높인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다 보면,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접근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이 혁신의 씨앗이 된다.
이 문화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팀원들에게 "불안해하지 말고 말해도 괜찮다"는 느낌을 준다. 아무리 엉뚱한 아이디어라도 일단 귀를 기울여주니,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 문화는 협업 중심의 분위기를 가져온다. 특히 "And"는 단독 플레이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문화다. 모두가 한 팀으로, 아이디어를 서로 키워 가는 구조다. 이를 우리 가족에게도 적용해 보고 싶었다. 손주들과의 단톡방에 질문을 올렸다. "친구가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하면 뭐라고 답할래?"
처음엔 반응이 없었다. 다음 날, 미국에 사는 아홉 살 손자 서준이가 답장을 보냈다. "할아버지, 순서대로 봐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그림 7장을 첨부했다.
첫째 그림은 지구가 자전 없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모습, 둘째는 외부 행성에서 태양을 바라보는 시점, 셋째는 지구가 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는 미래 상상, 넷째는 우주인이 지구를 바라보는 장면, 다섯째는 동서 개념을 바꾼 언어적 상상, 여섯째는 8개 행성의 자전 방향, 일곱째는 수성의 공전과 자전 주기를 설명하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뜰 수 있을까. 구글에서 찾아보니, 현재 지구는 북극에서 보면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 그래서 태양이 동쪽에서 뜨는 것이다. 그러나 약 45억년 전 '테이아'라는 행성과의 충돌로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었고, 자전 방향도 영향을 받았다는 가설이 있다. 먼 미래에도 유사한 충돌이 생긴다면 자전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금성은 시계 방향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금성에서는 태양이 서쪽에서 뜨고 동쪽으로 진다. 옆으로 누운 상태로 자전하는 천왕성에서는 태양이 북쪽에서 떠서 남쪽으로 진다. 수성은 자전 3회에 공전 2회의 주기를 지니고 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태양이 동쪽에서 떴다가 서쪽으로 지고, 또다시 서쪽에서 뜨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서준이의 상상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나는 놀랐고, 감동했다. 그 순간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가 떠올랐다.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뛰었지.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아이의 상상은 어른의 편견을 깨뜨린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말도, "Yes, and"의 정신으로 보면 새로운 배움의 시작이다.
"Yes, and" 문화는 단순한 말버릇이 아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삶의 지혜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함께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태도다.
"Yes, and" 문화를 가정과 조직에 심는다면,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조동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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