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벨서도, 아워홈서도 ‘불편한 동거’…고심 깊어지는 구지은

허인회 기자 2025. 4.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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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복귀한 캘리스코, 타코벨 국내 독점 운영권 상실
아워홈 지분 매각 반대 고수…해법 없이 버티기 전략?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이 3월27일 열린 아워홈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화호텔앤리조트의 지분 인수에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사진은 구 전 부회장 모습 ⓒ아워홈 제공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의 거취에 외식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인수를 여전히 반대하는 가운데 2대 주주로 있는 캘리스코는 멕시코 타코 브랜드인 타코벨의 국내 독점 운영권을 잃게 된 상황이다. 아워홈의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던 구 전 부회장이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FC코리아는 얌 브랜드(Yum! Brands)와 한국 내 타코벨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얌 브랜드는 KFC, 피자헛, 타코벨 등을 소유한 글로벌 외식기업이다. 이번 계약으로 KFC코리아는 국내 타코벨 매장 오픈과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우선적 권한'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기존 프랜차이즈 운영 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될 경우, KFC코리아가 한국 내 타코벨의 독점 개발 및 운영에 대한 우선권을 갖는다는 의미다.

기존 프랜차이즈 운영 업체는 캘리스코였다. 캘리스코는 2009년 아워홈의 외식사업이었던 돈카츠 전문점 사보텐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현재 타코벨을 비롯해 돈카츠 전문점 '사보텐', '히바린', 커피전문점 '리퍼크' 등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캘리스코는 2014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1호점을 시작으로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경기 지역에서 9개의 타코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KFC코리아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캘리스코는 독점 사업권을 잃게 됐다. 아울러 향후 계약 연장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얌 브랜드가 한국 내 사업 운영에 대한 우선권을 KFC코리아에 부여했기 때문이다. 캘리스코와의 계약 만료를 염두에 둔 계약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KFC코리아는 타코벨의 매장 수를 빠르게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내 독점 사업 운영권을 상실한 캘리스코는 2023년 타코벨 매각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매각 규모는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실제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매각 검토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캘리스코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아워홈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캘리스코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캘리스코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캘리스코의 최대주주는 지분 50%를 보유한 벤처캐피털(VC) 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린드먼)다. 린드먼은 2022년 캘리스코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당시 100억원을 투입해 50%를 확보했다. 구 전 부회장은 지분 2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이어 구 전 부회장의 언니인 구명진씨가 17.75%를 보유하고 있다. 명진씨 역시 캘리스코 이사회(기타비상무이사)의 일원이다.

업계에서는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이후 캘리스코를 기반으로 재기의 발판을 만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브랜드 하나를 잃게 될 위기에 놓인 상황은 구 전 부회장에게 달갑지 않다.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캘리스코의 매출은 512억7700만원, 영업이익은 11억3988만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각각 5.2%, 3.4% 증가했다. 아워홈을 이끌 당시 매출이 2조원에 육박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구 전 부회장 입장에선 격세지감인 수준이다.

서울 강서구 아워홈 본사 모습 ⓒ연합뉴스

주총 나타나 "주주로서 묵과할 수 없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에서도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한화호텔앤리조트는 지난 2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38.56%, 구미현 아워홈 대표의 지분 19.28% 등 58.62%의 지분을 869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아워홈 지분 40.27%를 들고 있는 구 전 부회장 측(구지은 20.67%·구명진 19.60%)은 한화 측의 매각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구 전 부회장은 3월27일 열린 아워홈 정기 주주총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사회 승인, 기존 주주의 우선매수권 행사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화와의 경영권 지분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에 회사 정보를 공유·보고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주주제안을 통해 사내이사 추천 안건도 올렸다. 하지만 표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업계에선 지분 매각에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구 전 부회장이 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권' 카드로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대표의 지분을 매입하려면 87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와야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FI)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영권 탈환은 쉽지 않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는 있다. 아워홈 정관상 경영 활동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요구된다. 60%에 못 미치는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 입장에선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장애물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지분을 한화 측에 매각한 뒤 린드먼이 들고 있는 캘리스코 지분 50%를 되사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지분을 계속 갖고 있을 가능성이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총에서 "아워홈의 이익과 한화의 이익은 엄격하게 구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주로서 묵과할 수 없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경영권 확보 대신 반대 주주 활동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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