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질러도 레버리지 ‘몰빵’…폭락장이 3배 더 아픈 서학개미들

정윤성 기자 2025. 4. 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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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 개미 주식 매수 2~4위 3배 레버리지 ETF…3조원 뭉칫돈 몰려
수익도 손실도 3배로…“분산투자 필요해”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지난 10일(현지 시각)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UPI=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기록적인 폭락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아랑곳 않고 고위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베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관세 전쟁 격화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은 한층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서학 개미들의 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3월7일~4월8일)간 서학 개미들은 레버리지 ETF를 대거 사들였다.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1위를 테슬라가 차지한 가운데 2~4위는 모두 레버리지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 ETF는 특정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2~3배로 확대해서 따라가는 투자 상품이다. 추종하는 지수가 오르면 수익이 배가 되지만, 하락했을 때 손실도 배로 커진다.

서학 개미들의 자금이 집중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증시가 기록적인 폭락 장세를 보이면서 최근 수익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SOXL로, 그 규모만 1조4478억원에 달한다. 최근 일주일 간 수익률은 -48.27%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SOXL은 미국 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기업 30곳을 시가총액 방식으로 묶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데, 이 지수가 16%나 하락하면서다.

다른 ETF도 마찬가지다. 순매수 규모가 8787억원으로 3위인 TSLL은 33.49% 하락했다. 이 ETF는 테슬라 주가의 일일 움직임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인데, 최근 테슬라 주가가 크게 내렸다. 특히 이번 폭락장에서 매그니피센트7(M7) 등 기술주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SOXL과 TSLL을 매수한 투자자들의 한숨도 한층 커졌다.

나스닥 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ETF인 TQQQ는 개인 투자자들이 4번째로 많이 산 주식이다. 순매수 규모는 7245억원에 달한지만, 나스닥 지수가 폭락하면서 일주일 간 33.64%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를 2배로 따라가는 QLD 또한 개인이 126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하락률은 23.18%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직관적이면서도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 ETF도 덩달아 큰 인기를 얻었다. 실제 미국 증시에 훈풍이 돌던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 상위 10개 중 3개가 레버리지 ETF였다. 그 규모만 8조1278억원에 달한다.

최근 한 달간 레버리지 ETF 순매수 규모 ⓒ시사저널

"한국인만 레버리지 몰리는 기현상"

레버리지 ETF가 하락 국면에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에서 투자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일반 ETF의 경우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추종하는 지수가 제자리를 찾을 경우 손실을 복구할 수 있지만 레버리지 ETF의 경우 '복리 효과'로 손실이 누적된다. 일일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오르고 내리는 걸 복리처럼 누적하게 된다. 결국 현재의 하락장에서 원래대로 돌아온다 해도 자산이 깎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이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은 한국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사랑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한국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평범한 한국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듯 일부 '한탕'을 칠 수 있는 종목에 한국 자금이 몰리는 기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컬트 종목'(단기간에 인기를 얻는 종목)과 암호화폐 관련 종목, 레버리지 단일종목 ETF 등에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며 "누군가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라고 할 때 최고의 선택은 참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분석도 이와 맞닿아 있다. 미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약 일주일 전인 지난달 26일 한은은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이 드러난다고 경고했다.

이재민 한은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블로그에서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일부 기관에서 미 증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투자 이익을 쌓아가기 위해 국내외 다른 종목에 대한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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