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환승 노선, 휠체어·유아차 이용자를 위한 안내판 만듭니다”

류인하 기자 2025. 4. 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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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통공사·현대로템·무의 민관협력 시도
2027년까지 1~9호선에 안내표지판 설치
무의, 실무역할 맡아 ‘직관적 안내표지’ 마련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 무의 제공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은 2016~2018년 약 2년에 걸쳐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들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의 환승경로는 비장애인의 환승경로와 달랐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지하철 환승체계는 휠체어 이용자에게 맞지 않았다.

홍 이사장은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역사 밖으로 나와서 외부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야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장애인이다.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 어린 딸이 마주한 지하철은 ‘불친절한 대중교통’에 불과했다.

“2011년이었어요. 딸과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환승을 하려는데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났더라고요. 역무실에 다급히 전화를 하니 ‘지금 계신 곳이 어디냐’는 말만 반복했어요. 제가 ‘왜 물으시냐. 그냥 오시면 안 되느냐’라고 하니 계단 밑에 있으면 7호선 관할이고, 계단 위에 있으면 3호선이나 9호선 관할이니 그쪽에 전화를 해야 한다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서로 책임을 미루려는 생각밖에 없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엘리베이터를 찾는 길도 막막했고요.”

불편한 경험들은 홍 이사장이 ‘무의’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지하철 내에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별도의 환승경로 표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활동가들과 함께 다양한 시도 끝에 만들어진 것이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다. 무의는 2018년까지 서울지하철 53개역 238개 구간의 환승지도를 만들어냈다. 지난해까지 추가지도 제작작업을 진행했다.

무의는 이제 ‘모두의 지하철을 위한 안내표지 개선사업’에 도전한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추진하는 교통약자 개선사업의 실무를 맡은 것이다.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사업의 일환으로, 휠체어 이용자가 안내표지만 보면 직관적으로 환승가능한 엘리베이터 위치와 최적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식을 만들고 설치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우선 올해 중 10개 역사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토대로 오는 2027년까지 서울교통공사 관할 서울지하철 1~9호선 전 구간 276곳에 안내표지판을 모두 설치한다. 이같은 안내표지 개선사업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로 찾아본 휠체어 이용자의 건대입구역 2→7호선 환승경로. 화면 캡쳐

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현대로템㈜이 모두 부담한다. 3년간 9억여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영일 현대로템 안전경영지원실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헌활동을 20년째 해오고 있는데 안내표지 개선사업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라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는 환승역이 깊어 GPS가 터지지 않는 역사에서는 쓸모가 없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휠체어 이용자들이 안내표시만 봐도 환승방법을 알 수 있도록 잘 연구하고 잘 설치하겠다”라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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