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넣을 때마다 내는 세금, 적절한 곳에 쓰고 있나요? [질문+]

이성현 책임연구원, 김정덕 기자 2025. 4. 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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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주유할 때마다 내는 유류세
8번째 연장한 일몰법에 근거
칸막이 예산 탓에 비효율적
역할 커지는데 세원은 부족
일몰 후 법체계 재설계해야

기름값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 세금의 부과 근거가 유효기간이 있는 한시법(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이고, 지속적인 연장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문제는 그 한시법을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습관처럼' 연장해선 곤란하다는 점이다. 지금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이 그렇다.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의 법적 근거는 허점이 있다.[사진|뉴시스]

1660원과 1690원. 만약 A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리터(L)당 1660원이고, B주유소의 가격은 1690원이라면 당신은 어느 주유소를 가겠는가. 당연히 A주유소일 거다. 금액 차이는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다. 한번에 60L 정도를 주유한다고 하면 1800원 차이다. 그럼에도 몇십원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이런 주유 행위가 쌓이고 쌓이면 연간 유류비 부담액이 크게 달라진다는 걸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알뜰한 소비자들조차 기름값에 붙는 유류세 정보엔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물론 세금은 법률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고, 개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유류세의 근간인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는 따져봐야 할 점들이 꽤 많다는 점이다. 과연 뭘까.

우선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이 세금은 휘발유와 경유를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이에게 부과한다. 휘발유나 경유를 판매할 때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소비세다. 또 하나의 특성은 무게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종량세란 점이다. 현행법상 휘발유는 L당 475원, 경유는 L당 340원을 부과한다.

다만 정부가 일정 비율 내에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2021년부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유지(인하율은 조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현재 휘발유는 L당 450원, 경유는 L당 289원을 적용 중이다. 그동안 14번째 연장을 거듭해온 유류세 인하 조치는 예정대로라면 올해 4월 말에 종료된다.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부과 근거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이다. 목적은 도로ㆍ도시철도 등 교통시설의 확충, 대중교통 육성을 위한 사업, 에너지ㆍ자원 관련 사업, 환경 보전과 개선을 위한 사업에 쓰이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세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기획재정부가 2월 발표한 '2024년 국세수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걷힌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는 11조4000억원이다. 정부 전체 국세수입(336조5000억원)의 3.4%에 해당한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있기 전인 2020년 팬데믹 시기엔 국세수입의 4.9%에 해당하는 13조9000억원의 세수가 걷혔다.

이렇게 걷은 세금은 어디에 쓸까. 3개의 특별회계와 1개의 기금으로 전입된다. 현재 회계별 배분율은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회계) 68.0%, 환경개선특별회계(환특회계) 23.0%,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2.0%, 기후대응기금 7.0%다.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에 규정된 쓰임새에 따른 거다. 처음엔 '교통세'로 시작된 세금이어서 교특회계 비중이 높긴 하지만, 사회 변화에 따라 환특회계와 기후대응기금의 배분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차는 내연기관차와 같은 도로를 누비지만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를 부담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는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 다름 아닌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의 근거가 되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이 한시법이란 점이다. 1994년 처음 '교통세'를 도입할 당시부터 그랬다. 2003년 12월까지 10년을 기한으로 적용했는데, 그 이후 3년마다 일몰이 연장했다. 지난해 일몰 연장(2027년 말까지)을 합하면 총 8차례의 연장이다.

중요한 건 왜 일몰법을 이처럼 연장하고 있느냐다. 기재부가 밝힌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유류세에 있는 농어촌특별세나 교육세 등은 놔둔 채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만 없애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고, 교특회계 재원을 하나의 예산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과세 체계도 복잡하지 않다." 세수 확보의 편의성 외엔 연장해야 할 이유가 흐릿한데, 그래서인지 반대론의 설득력이 더 강하다.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는 목적세이기 때문에 재원을 형식적으로 정해진 곳에만 써야 하는 단점(예산 칸막이 문제)이 있고, 사업성과와 무관하게 많은 재원이 확보되면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으며, 현재 도로나 철도 등에 경직성의 예산을 투자할 만한 이유도 없다." 일몰을 통해 세금 낭비의 비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을 유지하는 게 좋은지, 일몰하는 게 좋은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할 일이다. 다만 정치권이 타당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일몰 연장'이라는 버튼을 눌러서는 곤란하다.

이런 타당성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예컨대 친환경차 보급과 인구 감소 등의 사회 변화로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규모는 장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친환경차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를 부과하지 않아서다.

같은 도로를 사용하면서도 내연기관차에는 붙는 세금을 친환경차엔 부과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환경 변화에 따라 과세 대상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아직 친환경차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시기는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좋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의 일몰을 논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처럼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물가안정화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류세 인하 조치 후 기후대응기금의 수입이 줄어들어 일반회계에서 돈을 끌어다 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환경개선특별회계의 비중을 지금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사진|뉴시스]

그동안 여유재원이 있던 교특회계조차 재원이 줄어 2024년부터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예수금(임시로 융통하는 자금)을 끌어 쓰고 있다. 그 금액이 적은 것도 아니다. 1조6675억원에 달한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끝나더라도 비슷한 문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 '2024년 세법개정안 분석'을 통해 "3년마다 반복되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의 일몰 연장을 지양하고, 중장기 계획하에 안정적 재원조달체계 운용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그래서다. 무조건적인 일몰법 연장이 아닌 새로운 과세 체계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과세체계 합리화일지 모른다.

이성현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lshyun6@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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