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콘텐츠 보물찾기] K-콘텐츠에 `글로벌 날개` 달아준 `번역`이라는 예술

김미경 2025. 4. 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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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 활용한 영어 제목 '수고했다' → '인생이 귤을 건넬 때'
31개국 문화 반영한 '초월 번역'… 로컬 스토리도 글로벌 인기
넷플릭스·한국문화번역원, 영상콘텐츠 번역 전문가 양성나서
'폭싹 속았수다' 여름·가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8일 서울 넷플릭스코리아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현지화 전략 성과 공유회에서 메르디스 라이트 넷플릭스 글로벌라이제이션 파트너 인게이지먼트 부문 디렉터가 발표를 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오징어게임 2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8일 서울 넷플릭스코리아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현지화 전략 성과 공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8일 서울 넷플릭스코리아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현지화 전략 성과 공유회에서 조용경(오른쪽) 번역가가 대담을 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가장 한국적인 감성으로 글로벌을 사로잡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특히 가족의 소중함을 기반으로 공감과 눈물, 웃음을 모두 담아 한국적 정서의 진수를 보여준 '폭싹 속았수다'는 한국 콘텐츠의 확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3막 공개 후 55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콜롬비아, 베트남, 대만, 터키 등 42개 국가의 TOP 10 리스트에 올랐다. 한국의 시대상을 담은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도 공감을 받은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글로벌 히트작인 '오징어게임 시즌2', '더 글로리'를 제치고 K-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기도 했다. 온라인 화제성 분석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8일 공가한 화제성 점수를 살펴보면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5주차까지 누적된 총 점수가 같은 기준에서 1위를 지켜온 '오징어게임 시즌2'와 2위 '더 글로리'를 넘어섰다.

또한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지난달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409만4084명을 기록했다. 2023년 1월 '더 글로리'가 세운 1401만2131명 이후 최고치다.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도 오징어게임 시즌 2가 공개된 지난해 12월 26일 412만8302명에 근접한 405만8967명(3월29일)을 달성했다.

'폭싹 속았수다'가 이처럼 글로벌에서도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던 것은 넷플릭스의 현지화 전략이 1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 '정말 수고했다'는 뜻의 제주 방언인 제목 '폭싹 속았수다'의 영어판 제목은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건넬 때(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다. 원래 영어 표현 중 '인생이 당신에게 (신) 레몬을 건넨다면, (단) 레모네이드를 만들라'는 문장을 창의적으로 변형한 제목이다. '레몬' 대신 제주도라는 드라마 배경을 '귤'이라는 단어에 담아 제목을 지었다. 태국판에서도 '귤'을 그대로 활용해 '귤이 달지 않은 날에도 웃자'는 제목을 달았고, 대만판에서는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의미의 '고진감래(苦盡柑來)'로 번역했으며, 특히 달다라는 의미의 한자어인 감(甘) 대신 귤을 뜻하는 감(柑)으로 번역해 '폭싹 속았수다' 만의 독특한 제목을 탄생시켰다.

◇로컬 스토리를 전 세계가 즐길 수 있도록

넷플릭스는 '로컬 스토리를 전 세계에서 즐길 수 있게 세계화를 이끈다'를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메르디스 라이트 넷플릭스 글로벌라이제이션 파트너 인게이지먼트 부문 디렉터는 8일 넷플릭스코리아에서 진행된 '글로벌라이제이션 성과 공유회'에서 "넷플릭스 회원들이 처음 넷플릭스에 가입하고 어떤 작품을 볼지 결정할 때 작품의 메인 타이틀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제목을 보면 내용을 유추할 수 있고, 드라마가 제작된 나라나 장르도 예상할 수 있다"며 "넷플릭스는 30개 이상의 언어로 제목을 현지화하고 작품의 느낌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오징어게임' 시리즈 역시 나라별로 다양한 제목으로 변형돼 있다. 영어 제목은 오징어게임을 직역한 '스퀴드 게임'이지만, 브라질이나 포르투칼 등에는 '라운드 6'이라는 제목을 썼다. 6번째 게임판이라는 뜻이지만, 드라마 속에서 '오징어게임'이 6번째로 등장한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해 지은 제목이다.

라이트 디렉터는 "영어 제목이 현지에서 덜 매력적이라면 현지 문자나 알파벳으로 분위기를 맞춘다. 30개 이상의 언어로 메인 타이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의 현지화 전략은 제목뿐 아니라 자막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전체 콘텐츠 시청 중 절반에 가까운 분량이 자막을 켠 상태로 시청이 이뤄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5.2년에 해당하는 분량을 자막으로 제작했다. 이는 16부 드라마 8300개를 현지화하고도 남는 숫자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396권 분량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백영재 넷플릭스 APAC 글로벌라이제이션 디렉터도 이날 공유회에서 "현지화는 콘텐츠의 창작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고 전 세계에서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작업해야 하는 중요한 3가지는 메인 타이틀과 자막, 그리고 청각장애인용 자막"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폭싹 속았수다'를 영어 번역할 때 제목부터 큰 고민을 했다고 한다. 제목을 그대로 직역하면 '수고했다'는 뜻의 'you've worked hard'라고 해야 하지만, 원작의 의도를 정확히 살릴 수 없었고, 바다 배경인 제주도의 특색도 전혀 반영할 수 없었다. 창의적인 고민의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친 넷플릭스는 글로벌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한국의 제주라는 배경의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제목, 원제의 따뜻하고 힘이 되는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주인공들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목,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건넬 때'로 결정했다.

넷플릭스가 또 하나 매우 심혈을 기울이는 자막은 바로 청각장애인용 자막이다. 소리를 듣지 못해도 동일한 시청경험을 할 수 있도록 청각장애인들로부터 1년동안 의견을 듣고 개선하는 과정을 거쳐 다듬었다.

◇넷플릭스·한국문학번역원 손잡고 영상자막 인재 키운다

넷플릭스는 한국문학번역원과의 파트너십을 맺고 영상자막 인재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K-콘텐츠를 향한 세계적인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다양한 국가들에 한국 콘텐츠의 특장점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현지화의 중요성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외국어 콘텐츠의 시청 경험 최적화를 위한 자막화 작업은 번역을 넘어 영상 자막 기술이 요구되는 정교한 과정으로, 번역과 자막화 능력을 겸비한 인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넷플릭스는 최대 35개 언어 자막 및 더빙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 현지화 노력을 영상자막분야 인재 양성까지 확대하고자 한국문학번역원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난해 시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번역은 했지만, 자막 작업은 하지 않았던 언어 전문가들이 대상이 됐다. 넷플릭스는 영상 번역가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넷플릭스의 작업도구와 콘텐츠를 활용한 영상 번역 작업 전반에 대한 교육 및 실습 기회를 제공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상번역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글로벌 콘텐츠 현지화 과정에서 출발 언어 역할을 하는 '영어 피봇템플레이트'를 활용한 교육도 진행한다.

넷플릭스는 30개 이상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 및 자막화를 하면서 각 나라의 담당자들이 콘텐츠와 대사에 담긴 뉘앙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적 문맥과, 도착 언어의 시청자들을 고려한 콘텐츠를 영어로 1차 번역해 공유한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20년 이상 글로벌 콘텐츠 현지화를 담당한 넷플릭스 자막 번역 프로그램의 공식 파트너사 'TVT 미디어'와 함께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 참가자들은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 작품을 활용해 영상 번역 실습을 진행하며, 문맥을 전달하는 번역의 중요성과 넷플릭스의 다양한 툴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익히는 기회를 가졌다. 넷플릭스는 이번 시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영상 번역 외 웹소설, 시 등 K-컬처의 다양한 분야를 번역하는 언어 전문가 6명을 선발했다. 특히, 이 중 2명은 서현진, 공유 주연의 미스터리 멜로 시리즈 '트렁크'뿐만 아니라 공개 예정인 다른 넷플릭스 작품의 한영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넷플릭스와 한국문학번역원의 영상번역 아카데미 출신인 조용경 번역가도 넷플릭스의 글로벌 인기작인 '중증외상센터'의 영어 번역을 맡았다. 조 번역가는 이날 행사에 참석해 "오랜 기간 번역을 해왔지만 많은 부분 나 자신의 감을 믿으면서 해야했는데 넷플릭스과 한국문학번역원의 아카데미 공고를 보고 전문 교육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참여했다"면서 "문학번역은 문학성이나 언어가 가진 특성에 굉장히 집중해야 해서 한땀 한땀 공을 들여야 하다보니 문장 하나를 번역하는 데 많은 시간 쓴다. 반면 영상번역은 비주얼과 사운드까지 있는 앙상블이라 번역뿐 아니라 자막의 형태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번역을 하면서 특히 초점을 맞추고 집중한 부분은 한국어 사용자들에게는 한국어의 말투나 어투의 미묘한 변화가 즉각적으로 다가오지만, 현지인에게는 쉽게 누락될 수 있는 부분이라 번역하면서 그 부분 생각하고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비롯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양한 창작 분야의 인재 육성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다"며 "K-콘텐츠가 더욱 넓은 세상을 여행하는 데 꼭 필요한 현지화 분야 투자를 위해 번역원과 함께 이번 교육 프로그램을 추후 정규출범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번역아카데미는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국내외 우수인재를 대상으로 한국문학, 문화콘텐츠 전문번역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전 세계적 사랑을 받은 데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즐길 수 있게 이어준 번역의 역할이 컸다"고 밝혔다.

또한 "조용경 번역가와 같이 번역아카데미 출신 수료생들의 열정과 노력이 좋은 결실로 이어진 만큼, 앞으로도 한국문학번역원과 넷플릭스는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우수 번역가를 양성해 한국 문화예술 콘텐츠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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