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푸른 돔이 있는 두 건물 이야기

2025. 4.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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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요즘 TV에서 자주 보이는 건물이 있다. 바로 국회의사당과 헌법재판소다. 이 두 건물에는 건축 구조적으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지붕 위에 '돔'이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사당은 멀리서도 푸른 돔이 눈에 띄지만 헌법재판소의 돔은 조금 찾아봐야 보인다.

국회의사당은 올해로 지어진 지 50년이 되었다. 원래의 설계에는 돔이 없었고 편평한 지붕 형태의 기둥과 중층의 캐노피로 이뤄진 현대식 건축 사조를 반영한 의사당으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당시 국회의원들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국회의사당에는 반드시 돔이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설계자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돔이 현대적인 건축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내키지 않아 마지못해 일부러 크고 무거운 가분수 형의 돔을 지붕에 얹어 기형적인 설계안을 제출하여 국회의원들이 거절하기만을 바랬다. 그러나 오히려 그들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결국 지금의 모습으로 결정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사실 국회의사당의 돔은 지름이 64미터, 높이는 20미터이고 무게만도 1000톤에 달한다. 그런데 돔 하부의 국회의사당 평면의 가로와 세로의 치수는 122미터와 81미터이다. 122미터와 81미터 길이에 64미터 지름의 돔을 올린 건축물을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보아 와서 감각이 무뎌진 게 사실이지만 건축적으로는 실패한 설계다. 실제로 당시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들 대부분은 국회의사당을 자신의 작품 목록에 넣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국회의사당은 전통건축양식도 많이 담고 있다. 경복궁의 백미인 경회루의 기둥에 착안해 24절기를 의미하는 24개의 기둥을 세웠고, 전면에 보이는 8개의 기둥은 전국 팔도를 상징한다. 평면의 비율도 5:8로 황금비에 가까워 그 나름의 역사성을 갖게 되었다.

헌법재판소 본관 건축물은 1993년 준공되었다. 지상 5층 규모인 본관 옥상 중앙 상단부에 자리 잡고 있는 원형 돔은 1층의 로비부터 돔 천정까지 개방되어 로비 바닥에서 돔을 올려보면 원과 타원의 조화가 매우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특이한 개방감을 연출한다. 돔은 자연채광을 도우며, 환기와 소리의 울림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돔의 외부는 국회의사당 돔과 마찬가지로 동판으로 마감되었다. 원래 동판은 붉은 구리 빛이지만 산화되어 푸른색 녹이 슬게 된다. 그래서 국회의사당과 헌법재판소 두 건축물의 돔이 푸른 돔이다.

헌법재판소는 건물도 인상적이지만 그 터의 역사가 특별하다. 이곳은 예전에 '잿골'이라 불렸는데, 조선시대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몰아내면서 수많은 정적들을 처형했다. 당시 백성들은 그 핏자국을 지우기 위해 재를 뿌렸고, 이곳은 '잿골'이라 불리게 되었다. 지금은 재동으로 불린다, 이후 이곳은 갑신정변의 주역인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에게 개화사상을 가르쳤던 스승 박규수와 홍영식의 집이 있었고, 갑신정변 실패 후 이 집터에 알렌 선교사가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이 설립되었다. 광혜원이 명동으로 이전한 후 그곳은 경기여고에 이어 창덕여고가 40년 간 자리하였고 1993년에 헌법재판소가 세워지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시설이다. 지난 3월에는 헌법재판소의 도면이 인터넷에 유출되어 경찰이 추적 수사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돔은 하늘을 닮은 둥근 지붕으로 원래 초월적인 세계, 권력, 신성함을 상징하는 건축 구조형식이다. 최고 권력을 상징이며 사람의 시선을 위로 향하게 하여 경외감과 더 높은 세상,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천국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바티칸의 시스티나성당 돔 지붕 천정화인 '천지창조'와 로욜라성당의 '이냐시오의 승리'라는 천장 그림은 돔의 원근감을 살려 누구든 그 공간에 압도될 만큼 웅장한 느낌을 준다.

지금 국회는 2031년 준공을 목표로 국회의사당 세종분원을 추진 중에 있다. 지금의 국회의사당 두 배의 규모이며 5조 원에 이르는 세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내년 5월까지 설계공모를 마친다고 한다. 국토균형발전, 탄소중립 실천, 국민 주권을 주제로 하는 세종 국회의사당이 국민 모두에게 사랑 받는 건축물로 세워지길 기대한다. 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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