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가 있는 삶] 읽다가 길을 발견하다…개그맨 작가 고명환 | 전원생활
교보문고 선정 올해의 작가상까지 수상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4월호 기사입니다.
한때 무대를 장악하던 개그맨, 사업으로 서민 갑부가 된 사장, 교통사고로 죽음 앞에서 기적적으로 돌아온 사람. 그의 앞에 여러 수식어가 붙겠지만, 지금의 고명환을 정의하는 가장 적당한 말 ‘읽는 사람’이다.
지난해 교보문고가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에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와 나란히 이름을 올린 이가 있다. 바로 누군가에게는 개그맨으로 더 친숙한 고명환 작가다. 신간 <고전이 답했다 -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라곰)를 펴내며 베스트셀러 상단을 오래 차지했다.

사실 그가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 2022년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 2023년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등을 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또 메밀국숫집 등 사업체를 운영해서 상당한 연 매출을 올리는 사장이다. 여러 기업과 단체의 러브 콜이 끊이지 않는 인기 강연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 모든 일을 책을 읽고 해냈다고 말한다. <고전이 답했다> 후속을 쓰기 위해 경남 통영 욕지도에 머물고 있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데미안〉에서 헤르만 헤세는 ‘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그게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라고 말합니다. 저는 교통사고 이후에 이 문장을 정확하게 이해했어요. 남의 말, 남의 생각,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왜 그렇게 끌려 다니면서 살았을까 가장 후회되었죠.”

어렸을 때부터 무대에 오르는 걸 좋아했던 그는 연극영화과에 갔고, 1994년에 개그맨이 되었다. 무명생활이 조금 있었지만 2001년 개그맨 문천식과 함께 한 와룡봉추 코너가 큰 인기를 얻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를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많아진 시절, 돈도 많이 벌고 또 많이 썼다. 그러다 2005년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사는 그에게 길어야 사흘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했다. 그가 살아난 건 기적이었다.
“너무 억울해서 병원에 누운 채 끌려 다니지 않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것만 생각했어요. 물어볼 사람도 없고, 인터넷 검색도 마음대로 안 되어서 생각나는 게 책이었어요. 병문안 오는 사람들에게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뻔한 책을 사다 달라 했죠.”
그렇게 독서를 시작했다. 책을 읽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력이 나도록 읽고 또 읽었다. 하루에 18시간씩 읽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20년째다.
좋다는 걸 알아도 실천하기는 어렵고, 한 번쯤 실천하더라도 계속하기는 더 어렵다. 그가 독서를 지속하고, 삶을 바꿀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카를 구스타프 융은 ‘진리에 이르는 길은 의도를 갖지 않은 것’이라고 했어요. 무슨 의미인지 계속 생각하다가 ‘몰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저도 처음에는 독서에 의도가 있었어요. 마케팅을 어찌할지, 어떻게 돈을 벌고 출세할지 같은 거요. 그러다가 어떤 문장을 보고 그저 행복해지는 순간이 왔어요. 달리기 하는 사람에게 ‘러너스 하이(달리기 중 어떤 시점에 찾아오는 행복한 느낌)’가 오는 것처럼, 책을 읽다가 카타르시스가 느껴진 거죠.”
책이 주는 순수한 기쁨을 맛본 뒤로 그는 삶에 기대하는 바가 소박해졌다.
“제가 1972년생인데 마흔부터는 돈 때문에 가기 싫은 데를 간 적이 없어요. 혹자는 돈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냐고 하는데, 아니에요. 저는 죽을 때까지 제가 얼마가 필요한지를 알아요. 제가 욕지도에서 글 쓸 때 한 달 카드값이 27만 원 나와요. 서울에 있으면 1200만 원 나오거든요. 근데 27만 원 나올 때가 확실히 더 행복해요.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돈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그게 또 사업적인 성공을 이끌고요.”
“자기 계발서를 쭉 읽다 보니 문득, ‘어, 나도 쓸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게 내 안의 천재가 화답하는 거예요. 저는 책을 읽다가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하는데, 그걸 모았더니 한글 파일로 100장이 넘었어요. 그중 80장을 추려서 출판사에 보낸 것이 저의 첫 자기 계발서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가 되었어요.”
그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천재로 태어났다. 그런데 이상의 글처럼 ‘박제’되어버렸다. 우리 안의 천재를 찾아내어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방법은 그가 책에 실어놓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어라. 이 책은 92쪽밖에 안 된다. 하루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92쪽을 읽는 동안 당신의 삶도 함께 펼쳐지리라. 그리고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의 방향을!(<고전이 답했다> 중)
<고전이 답했다>의 챕터들은 모두 이런 형식이다. 고명환은 우리가 고민하는 일과 돈, 꿈과 고난 등에 관한 답을 찾도록 60여 권의 고전을 안내한다. 그에게 고전이란 ‘세상과 싸울 어떤 무기보다 단단한 갑옷’이며 ‘이미 모든 고난과 역경을 겪어온 경험이 농축된’ 이야기다. 그러니 ‘사람에게 묻지 말고 고전에 물어야 한다’고. 그러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 그는 전작에 책을 읽으면 무엇이 좋은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상세히 써두었다. 이쯤 되니 그가 몇 권쯤 읽었는지, 얼마나 읽어야 그처럼 되는지 궁금해진다.

“몇 권을 읽었는지는 의미가 없어요. 얼마나 읽어야 하는지,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같은 것도 일부러 이야기를 안 합니다. 그게 서두른다는 거거든요. 끈질기게 시간을 투자하고 반복해야 무언가가 된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래도 또 물어본다면, 최소 3년, 하루에 30쪽씩 1년에 100일은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게 최소예요.”
그가 요즘 남을 위해 진심으로 건네는 말은 글을 쓰라는 것이다. 그는 유튜브에 매일 새벽 긍정 확언을 올리고 있다.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글 쓰는 법을 알려준다.
“5분도 좋고 10분도 좋아요. 글을 써보세요. 그냥 쓰려면 어려우니까 지금 있는 곳을 오감(五感)을 사용해서 묘사해보세요. 눈, 코, 귀, 입, 피부 이런 순서로요. 이건 김영하 작가님이 알려준 방법인데, 따라 해본 사람들이 모두 ‘어, 글이 써지네요’라고 말해요. 그렇게 날마다 써내려가다 보면 승리합니다.”
글 길다래 기자 | 사진 임승수(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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