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죽인 기자, 1·2차 대전에서 숨진 기자보다 많다
美 브라운대 연구소 "가자, 간단히 말해 기자에게 최악의 분쟁"
7일엔 언론인 텐트 직접 공습…화염 속 기자 영상 일파만파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23년 10월7일 이래 1년5개월 동안 이스라엘에 의해 사망한 가자지구 언론인 숫자가 과거 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 한국전쟁 등 역대 주요 전쟁에서 살해된 언론인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일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언론인을 위해 설치된 텐트를 표적 공습해 기자 2명이 숨졌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의 '왓슨 국제 및 공공문제 연구소'가 지난 1일 발표한 <뉴스의 무덤: 전쟁 기자들의 위험이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지난 2023년 10월7일 이래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은 △미국 남북전쟁 △제 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캄보디아와 라오스 분쟁 포함) △1990~2000년대의 유고슬라비아 전쟁들 △9·11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들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기자들을 죽였다”며 “이것은 간단히 말해 기자에게 최악의 분쟁”이라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라크 전쟁에서 더 많은 언론인이 숨졌으나, 사망 수치는 비교 가능하지 않다”며 이라크에선 2003년 3월19일부터 2025년 3월26일까지 연평균 13명(총 285명)의 기자가 숨진 반면, 2023년 10월7일 이래 가자지구에선 13명의 기자가 '월평균'으로 숨졌다고(총 232명) 했다.
보고서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숨진 기자의 총 숫자는 통계에 따라 1683명에서 2000명 사이 안팎인데, 이 중 10%를 넘어서는 숫자가 지난 1년 5개월 간 이스라엘에 의해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기자들인 셈이라고 봤다.

지난해 6월 기준 미국 탐사보도 매체 '인터셉트'와 '탐사보도를 위한 아랍 기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 내 살상을 시작한 9개월 만에 가자지구에 있던 언론인의 10%가 숨졌다. 이는 미국 내 언론인 인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미국 뉴스룸 직원 8500명이 살해된 것과 같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 언론인들 중 얼마나 의도적으로 살해됐고 얼마나 '단순한 희생자'인지는 불확실하다”며 “그러나 국경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기자들이 업무를 이유로 이스라엘에 의해 직접 표적이 돼 살해됐다고 볼 충분한 증거가 확인된 사례는 2023년 10월7일 이래 최소한 35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연합(PJS)'에 따르면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군에 의해 200명 이상의 언론인과 미디어 종사자가 사망해 역대 세계 분쟁 가운데 가장 많은 언론인을 살해한 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 옆에 설치된 언론인 텐트를 직접 공습했고, 이로 인해 2명의 기자가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투데이의 힐미 알-파카위 기자와 아흐메드 만수르 기자 등 3명이 불길을 빠져나오지 못거나 중상을 입고 숨졌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 언론인 텐트는 방송사 '팔레스타인 투데이' 소유였다.
이스라엘군은 X(트위터)에서 하산 압델 파타 무하마드 에슬레이가 '언론인으로 위장한 하마스 조직원'이라며 그를 생포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하산 기자는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팔레스타인인 저널리스트인 데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잠자는 기자들로 찬 텐트를 폭격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탐사보도해 온 미국 언론 '드롭사이트'의 제러미 스캐힐 기자는 X(트위터)를 통해 미디어 텐트 속 기자가 화염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앉아있는 영상을 공유했다. 스캐힐 기자는 “하산 기자는 전세계가 보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범죄 영상의 주요 출처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스라엘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이 방송하길 원치 않는 사건을 촬영하는 언론인은 암살돼야 한다. 이것이 그들의 정책이다. 그리고 이 정책은 미국의 지원과 서방 언론 전체의 사실상의 침묵 속에서 이행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8일 새벽 2시(현지시각) 하마스와 휴전협정을 깨고 폭격기와 드론 100대 이상을 동원해 가자지구 전역을 폭격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성명에 따르면 휴전 중에도 가자 주민 150명과 구호단체 활동가 6인, 기자 3명이 이스라엘에 의해 표적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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