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의 궤변…“대통령 고유 권한 자제” 말 바꾸고 기습 발탁

장나래 기자 2025. 4.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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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발언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 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던 지난해 12월26일 한 권한대행의 대국민 담화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의 임명이라는 '소극적 권한 행사'조차 권한대행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이유로 거부했던 그가 국민의 직접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국론 분열 격화 우려'를 이유로 행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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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결원 반복돼 헌재 결정 지연
국론 분열 다시 격화될 우려” 사유로
‘내란 연루 의혹’ 이완규 정략적 지명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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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임기가 끝나는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문형배·이미선) 후임으로 ‘기습 발탁’하며 내놓은 ‘지명 사유’는 지난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하며 스스로 제시한 논리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정례 국무회의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밝힌 헌법재판관 지명의 첫번째 사유는 “(재판관)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경찰청장 탄핵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 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던 지난해 12월26일 한 권한대행의 대국민 담화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의 임명이라는 ‘소극적 권한 행사’조차 권한대행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이유로 거부했던 그가 국민의 직접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국론 분열 격화 우려’를 이유로 행사한 것이다. 정략적 월권 행사를 정당화하려는 억지이자 앞뒤 맞지 않는 궤변이란 비판이 거센 이유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현상 유지 업무’로 보는 것이 중론인데,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은 이를 넘어선 대통령의 실질적 임명권과 적극적인 인사권의 행사에 해당한다”며 “명백한 위헌이고 60일 뒤 선출될 미래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같은 논리면 마은혁 후보자를 진즉 임명했어야 하는 것”이라며 “헌재 구성을 (내란 세력에) 유리하게 만들려고 재판관을 물건처럼 끼워넣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가 임명될 경우 헌재는 현재 진보 3, 중도 2, 보수 2 구도에서 진보 2(마은혁·정계선), 중도 3(김복형·김형두·정정미), 보수 4(조한창·정형식·이완규·함상훈) 구도로 재편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인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선례는 8년 전에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2017년 1월31일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박한철 헌재소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고 차기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넘겼다. 이와 대조적으로 박근혜 파면 선고 직후인 2017년 3월13일, 임기가 끝난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자로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선애 재판관을 바로 임명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한 권한대행이 다음 정부 들어설 때까지 윤석열 세력에 정치적 방어막을 치겠다는 정치적 선언을 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세력으로서의 윤석열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게 아니겠나. 정국 수습이 아니라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장나래 심우삼 김남일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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