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우주만큼 광활한 사료의 세계! “사료 찾아 삼만리”

그렇게 기준을 정하고 선택지를 좁혀 가던 중 ‘사료 등급 6단계’라는 것을 발견했다. 사료를 품질에 따라 로가닉, 오가닉, 홀리스틱, 슈퍼 프리미엄, 프리미엄, 일반 사료로 구분하는데, 미국의 평가 기준이긴 해도 국내 구매자가 많아 각종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었다. 최고 등급에는 1kg에 10만 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었다. 수리라면 한 달 사료비만 20만 원이니 오르지 못할 나무였다. 반려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사료 계급 피라미드’도 있는데, ‘왕족, 귀족, 평민, 노예’ 중 내 경제력은 귀족 말단 턱걸이 수준이었다. 며칠에 걸쳐 고르고 쳐내다 가격 장벽까지 마주하니 가뜩이나 혼미하던 머릿속은 길을 잃었고, 누군가 “이 사료요.” 하고 딱 정해 주면 좋겠다고 간절히 빌기까지 이르렀다.
비싼 사료가 좋은 사료라는 공식은 없다. 평소 질환이 있는지,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활동량은 어떤지 등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최우선으로 따지고, 인공 첨가물이나 방부제가 덜 들어간 균형 잡힌 사료라면 기본은 충족한다. 나머지를 채우는 건 반려인의 가치관이나 경제력 등이다. 그러나 이 모든 기준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반려동물의 기호’다.
수리는 어렵사리 선택한 사료로 갈아타던 중 배탈이 나서 이틀을 고생했고, 겨우 적응하나 싶었더니 걸핏하면 굶어 사료 거부를 행사한다. 아프고 늙은 개를 굶기지 않기 위해 나는 다시 사료 찾아 삼만리를 떠나야 한다. 다 소용없다. 안 먹으면 꽝이고, 잘 먹으면 땡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4호(25.04.0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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