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감독, 롤렉스 시계 의미 밝혔다 “원작 웹툰엔 없지만‥”[EN:인터뷰①]

[뉴스엔 박수인 기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악연' 감독이 원작 웹툰의 각색, 영상화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일형 감독은 4월 8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극본 / 연출 이일형) 인터뷰에서 원작 웹툰의 영상화를 결정한 이유와 원작과의 차별점, 각색할 때 중점을 둔 부분 등을 짚었다.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동명의 카카오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일형 감독은 "웹툰에 엄청 관심이 있는 쪽은 아니었는데 '리멤버' 개봉 준비할 때쯤 우연치 않게 보게 됐다. 제가 아는 웹툰보다 장르적이고 하드코어하더라. 재밌다 싶어서 한 번에 다 읽었다. 이 작품이라면 내가 잘 담아낼 수 있겠다 해서 결정하게 됐다. 웹툰을 처음 봤을 때 가장 첫 번째로 든 게 궁금증이었다. 보통의 장르물은 심플한 소재를 주고 달려가는데 저희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지 명확하게 인지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웹툰도 이런 구상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가 생겼다. 결이 다른 미스테리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웹툰에서도 정민(김남길)이 악의 고리를 끊는데 이런 지점을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연출을 맡은 이유를 밝혔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로는 "웹툰에서는 길룡(김성균)과 목격남(박해수)이 같은 인물이다. 그게 반전이다. 그런데 이거는 영상화를 할 수 없는 거였다. 시청자들은 김성균, 박해수 배우를 동일한 인물로 볼 수 없지 않나. 그 고리를 끊는 게 각본 작업의 첫번째였다. 웹툰이 가진 설정 중에 많이 뒤틀려지는 걸 정리하고 웹툰의 설정은 가지고 가야 하니까 그 작업이 첫 번째였다. 연이라는 걸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했다. 당연히 캐릭터와 재밌는 상황들이 있지만 단편적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연결돼 있구나, 순환하고 있구나를 느껴야 하는 지점이 있다 보니까 작은 설정도 추가를 많이 했다. 상황을 재밌게 보는 게 아니라 긴 호흡으로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스킬들을 많이 넣었다. 원작은 딱 두 번 보고 바로 대본 작업을 했다. 대본 작업을 하면서는 원작을 다시 보지 않았다. 머릿속에 좋았던 장면의 기억만 남기고 영상화 작업으로 들어갔다. 예를 들어 정민은 원작에서도 비슷한 역할인데 서사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 인물이 마지막에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는 축의 인물을 하다보니까 주연과의 이야기, 장기밀매 의사라는 걸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서사를 추가했다"고 대본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연을 잇는 구상 방법으로는 "나는 어렵지만 보는 사람은 쉬워야 된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헷갈려해서는 쉽지 않겠다 해서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원작을 처음 보고 어떤 생각을 했냐면, 영화 '파고'처럼 찍을 수 있겠다 싶었다. 캐릭터들이 그로테스크한 선택을 하는데 그 사람들한테는 중요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는 희극으로 보여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오히려 그런 작품들을 봤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시청자들 사이 의견이 분분한 롤렉스 시계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원작에서 등장하지 않는 시계를 상징물로 활용한 이일형 감독은 "이야기를 쓰다가 악한 기운을 주는 메타포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사채남이 시계를 차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시작하지 않나. 그 시계가 목격남에게 넘어가는데 일종의 악한 욕망의 상징인 거다. 정민이 여자친구를 위해 하는 행동이지만 결국 사람을 해하는 거고 악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지 않나. 그게 드라마틱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계가 전달되는 방식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악연'은 처음부터 영화보다 시리즈로 연출할 생각으로 작업한 작품이라고. '악연'으로 시리즈 연출에 첫 도전한 이일형 감독은 "이 작품은 드라마로 하는 재미가 더 크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관객들을 모셔놓는 작업이지 않나. 드라마는 자신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보는 거니까 어떻게 하면 마치 영화관에 있듯 앉혀 놓을 수 있을까가 가장 컸다. 6시간 동안 자리를 뜨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엔딩은 거의 정해놓고 시작했다. 이래야 다음화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봐야한다 생각해서 엔딩은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화를 어떻게 보게 만들까 해서 톤다운이 많이 되지 않게 음악감독과도 상의를 많이 했다"며 영화가 아닌 시리즈로 작업한 이유를 설명했다.
8부작에서 6부작으로 줄인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이 감독은 "원래는 각 인물들의 서사를 더 많이 넣었다. 목격남(박해수)와 유정(공승연)의 이야기도 왜 이렇게 됐는지 넣고 주연(신민아)도 어린 시절에 그런 일을 당하고 사이의 과정도 넣고 여러 인물의 서사를 넣었는데 넣다 보니까 너무 인물 위주로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2부 정도를 줄이게 됐다. 회차가 길어질수록 궁금증이 희석되고 루즈해지고 계속 끌고가니까 저도 지친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슬림하게 쳤다"고 말했다.
수위 조절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글을 쓰면서 처음에 넷플릭스 측에 '18세 관람불가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걸 목적을 두고 쓴 건 아니고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데 일단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면들의 표현은 직접적으로 보여준 건 아니지만 최대한의 호흡을 보여주도록 했다. 각 인물들이 죽는 방식이 다양하지 않나. 인물들을 이런 식으로 죽여야겠다, 없애야겠다 한 건 아니고 단순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시청자들에게는 원색적으로 다가오게 되지 않나.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건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다. 고어한 건 최대한 배제하고 상황을 임팩트 있게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그것들이 이 작품의 세계관인 것 같다. 그들만의 리그처럼 연출하려 했고 그 세계에서 끝나야 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방법이 제시된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 '검사외전', '리멤버'에 이어 '악연'까지 선악, 복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왔던 이 감독은 "그러한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건 아닌데 하다 보니 그런 작품들을 하게 됐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순간에 선악이 공존하지 않나. 악은 숨겨야 된다고 배웠고 그게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배웠고 거기에 맞춰서 살아가지 않나. 그런데 어떤 사람은 악이 통제가 안 되고 튀어나온다. 철학적인 얘기보다는 그런 부분이 어떻게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인가에 포커스를 뒀다. 그런 부분에 흥미를 느꼈다"며 "'악연'의 주제는 기본적으로 권선징악, 인과응보다. 가장 도덕적인 이야기가 가장 큰 틀인 것 같다. 세밀하게 파헤친다기보다는 인물, 장르적인 이야기다 보니까 그 정도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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