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끝났는데 韓경제 ‘봄’은 언제 오나…박근혜 때와 다른 이유
3高 현상으로 소비심리도 위축…경영 위기 겪는 기업도 다수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탄핵 정국이 지나고 정치적 격동이 일단락됐지만 나라 경제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내수 시장 활성화 및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 등으로 인해 경제적 불확실성은 고조된 상황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보다 경제 관련 지표가 악화됐고, 경영 부진 및 위기에 빠진 기업들도 늘어난 상황이라 소비심리 회복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朴때는 경기상승 사이클…지금은 불확실성 커
국내 소매시장 체감 경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 따르면,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 조사 결과 전망치는 75로 집계됐다. 4분기 내리 하락세로, 탄핵 이후에도 소비 시장에는 여전히 빨간불이 켜져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통상정책 불확실성, 고물가, 경기 하방 우려, 정치 불안 등 부정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체감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시장 부진이 장기화되고,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 두 달간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 3월 다시 하락전환해 93.4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미만이면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평균보다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88.2까지 떨어진 소비자심리지수는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다.
탄핵 이후 소비심리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전후보다 어렵다는 분석에서 비롯된다. 과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소비자심리지수가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 떨어진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태 이후 한 달 만에 12.3포인트 급락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소비자심리지수는 탄핵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 94.2까지 떨어졌다가, 파면이 결정된 2017년 3월 97.0을 거쳐 2017년 4월 101.8 등으로 회복됐다.
KDI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경기가 상승 사이클에 있었는데, 경제 상황이 그때보다 어렵다"며 "불확실한 상황이 길어지고 경제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가계·기업의 심리 위축 정도가 더 심각해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본 것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전에는 소매 판매가 1.8% 증가하는 등 경기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2.2% 감소하는 등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소비 침체 현상이 두드러졌다. 물가도 안정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지갑은 쉽사리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3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116.29로 전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1%대였지만 올해 들어 2%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2016~2017년 연평균 환율은 1130~1160원 선이었다.

기업들도 부정적 전망…49.8% "내년 돼야 회복"
대한상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경영 실적에 영향을 미칠 주요 원인으로 고물가‧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64.0%·복수 응답), 국내 정치 불확실성(39.2%), 운영 비용 부담 증가(36.8%), 미국 통상정책(16.8%) 등을 꼽았다. 탄핵 이후 정치 불확실성이라는 요소가 소거된다고 해도 부정적인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응답 기업의 절반에 달하는 49.8%가 내년 이후에야 소비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6%의 기업은 소비 시장 회복 시점을 2028년으로 보는 등 기업들도 소비 부진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월 기준, 오프라인 유통업체 모든 업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8.8% 하락했고, 백화점 매출도 3.6% 떨어졌다. 대표적인 근거리 채널로 실적을 올려왔던 편의점의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4.6% 줄었다.
백화점의 핵심 부문인 명품의 인기가 경기 위축과 가격 인상으로 시들해진 데다, 패션 소비 흐름이 '스몰 브랜드'로 향하면서 기대감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대한상의는 신선식품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고, 특정 대형마트 경영 위기가 전체 체감경기 하락에 영향을 미치면서 대형마트 실적도 부정적으로 전망됐다고 판단했다.
쿠팡을 제외하면 주요 이커머스 기업도 지난해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연간 거래액 기준 국내 6~7위권을 차지했던 티몬과 위메프가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진 데 이어, 명품 플랫폼 발란 미정산 사태까지 일어나는 등 일부 플랫폼의 경영 위기도 가시화된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달리 2017년 이후 '사드 보복' 여파로 시작된 면세업계 불황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는 소비심리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대외 리스크가 큰 데다 기업들의 연이은 위기 상황으로 소비자 신뢰 확보도 어려졌다"며 "빠른 시간 내에 소비 심리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새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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