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前 국회의장 “상대와 공존·상생이 민주주의의 출발” [심층기획-새로운 대한민국으로]
“尹, 야당과 협치 않고 ‘남 탓’에만 골몰
상대 죽여야 내가 산다고 봐 상식 붕괴
대선·개헌 동시에 치러 ‘위기를 기회로’
대통령 권한 줄여 총리에 내치 맡겨야”
“12·3 비상계엄 이전과 이후는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이전에는 ‘정치가 없어졌다’고 봤어요. 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는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과연 있는가’라는 기본적인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 이르렀어요.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며 공존·상생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출발입니다. 이제 민주주의와 정치를 복원하고 꽃피우도록 할 때입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패 원인을 “협치와 통합의 정치 대신 남 탓만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차기 정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야당을 적으로 돌리지 말고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으로는 분권형 개헌을 꼽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때 개헌을 공약한 점을 들어 “그대로만 하면 된다”며 재공약을 주문하기도 했다.

―자유를 강조하던 대통령이 돌연 계엄을 선포해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민주화 이후 이제는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상대를 선의의 경쟁자가 아닌 타도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상대방을 말살해야 내가 산다고 보는 동물의 세계 법칙으로 상식을 무너뜨린 행위였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계엄해제 결의안 표결에 불참해 논란이 됐다.
“당장 다음 총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서다. 다음 세대를 위한다면 그때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했다. 그러한 생각을 표결에 참여한 한동훈 전 대표 측 세력이 했던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역할을 단단히 했다. 그것은 언젠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떳떳한 일이 한 번 생길 것이다.”

“대통령은 모든 것이 ‘내 책임’이어야 한다. 비가 와도 안 와도 내 책임이다. 그러니 야당과 대화하고 협치해야 한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야당과 제대로 된 대화를 안 했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협치를 하지 않으면 필패라는 거듭된 경고도 무시했다. 대통령이 ‘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는 명패만 책상에 두고선 전 정권 탓, 야당 탓, 국회 탓, 노조 카르텔 탓만 하다가 2년 반을 보냈다.”
―어떻게 정치를 복원할 수 있을까.
“그나마 지금 7공화국 출범이란 미래지향적 구상을 할 수 있다. 선거를 다시 치러 대통령을 뽑고 개헌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지금의 심각한 위기 상황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개헌 방향을 제시한다면.
“민주화 이후 대통령 8명 중 상당수가 감옥에 가거나 탄핵됐다. 리더십보다는 제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망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을 줄여야 한다. 대통령은 통일·외교·국방을 맡고 경제·사회·문화 등 내치는 국무총리가 맡도록 하되 총리 선출권을 국회에 줄 수 있을 것이다. 총리에게는 국회 해산권을 주면 서로 견제도 할 수 있다.”

“옛날엔 국회의장이 국민에게 인기가 너무 없어서 할 수 없었다. 이와 달리 우원식 의장은 계엄해제 과정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었다. 그러니 각 정당이 참여하는 개헌 협의체를 빨리 주선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도 참석시켜야 한다.”
―개헌만 하면 될까.
“그 밖에도 정치 개혁을 위해 법률 3개를 더 고쳐야 한다. 국회법, 정당법, 공직선거법이다. 양당 독식의 폐단을 야기하는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고쳐야 한다. 당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며 왕처럼 구는 것은 민주주의의 틀에 안 맞는다. 예를 들어 국민이 직접 총선 후보를 공천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차기 정부의 중점 과제를 꼽는다면.
“윤석열정부가 가장 실패한 것이 경제와 외교·안보였다. 정치의 요체인 이 두 가지를 잘하지 못하면 무능한 정권이다. 역대 보수 정권은 무능하다는 소리는 안 들었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차기 정부는 시급한 현안인 먹고사는 문제 해결과 외교·안보 기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빨리 선진국이 된 나라가 없다. 6·25전쟁이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곡절을 겪으며 원조를 받던 우리가 다른 나라에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됐다. 이 에너지의 바탕은 국민이다. 우리는 어떤 역경도 극복하고 1등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나도 의심하지 않는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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