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양극화가 심리적 내전 불렀다”…계층 고착이 부른 분열의 시대

이성원 2025. 4. 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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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갈등 넘어 통합으로]
<중> 우리는 왜 싸웠나
자산 양극화·계층 이동 사다리 단절
구조적 문제가 심리적 내전 불러와
저성장 사회 진입 시 갈등 극대화
구조개혁 없으면 근본갈등 해소 요원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광화문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결핍은 불신을 부른다.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가난과 절망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원인을 바깥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책임을 타인과 사회에 돌린다. 이 단순한 심리 메커니즘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 집단 간 갈등이 격화하고,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는 ‘심리적 내전’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자산·소득 격차의 심화 △계층 이동 사다리의 단절 △청년과 노년층의 고립 심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들이 한국 사회에 심리적 갈등이 뿌리 깊게 자랄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7일 국가통계원이 발간한 '한국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보고서 2025'를 보면 한국의 자산 불평등은 악화하고 있다. 한국의 순자산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2017년 0.584였지만 점차 상승해 지난해에는 0.612까지 올랐다. 수년 사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불평등이 커진 것이다. 2023년 기준 집값 상위 10% 가구가 소유한 주택 평균 가격(12억5,500만 원)이 하위 10%(3,100만 원)가 보유한 주택 가격보다 40.5배 더 컸다.

소득 불평등도 비슷하다.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같은 기간 0.352에서 0.323까지 낮아졌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14번째(2022년 기준)로 높다. 한국보다 불평등한 국가는 13개 국가밖에 없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졌다는 것인데,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7~2022년 소득이동 통계'에 따르면 1년 동안 소득이 늘어 계층(소득분위)이 상승한 국민은 10명 중 2명도 채 되지 않았다.

불평등과 소득계층의 고착화는 사회갈등으로 이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사회통합실태조사를 하며 어떤 분야에 사회 갈등이 심하냐고 물었을 때 '빈곤층과 중상층'이 심하다고 답한 비율이 74.8%에 이르렀다. '보수와 진보'(77.5%)에 이은 두 번째였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은 "자산과 소득 양극화가 한국 사회 분열의 원인이며 정치가 이런 양극화를 이용하면서 양 진영 간 갈등을 부추긴다"며 "특히 계층 이동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이는 사회 체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도 성장 중인 국가는 그래도 좀 낫다. 소득이 좀 낮고 양극화 현상이 있어도 나도 언젠가 잘 살 거란 희망 덕이다. 그러나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그런 희망을 갖기 어려우니 극한 갈등으로 불만이 표출된다. 저성장에서 양극화가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 통합은 다 같이 잘 살 때 쉽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 피해를 더 보는 사람과 덜 보는 사람 간 갈등이 생긴다"며 "우리나라 중산층도 취약해지고 있는데, 가계의 실질소득도 개선되지 않고, 집값은 여전히 비싸고, 갈등 유발 요인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OECD는 지난달 17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췄고,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각각 1.8%, 1.6%로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 같은 저성장 국가들도 비슷한 진통을 겪고 있다. 다만 다른 선진국은 공격 대상이 이민자 등으로 상대적으로 명확한 반면, 우리나라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대상에게 화살을 돌린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결국 내 생각과 다른 대상은 내 적이고,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걸 부추기는 게 정치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고 설명했다.

심리적 내전과 분열을 줄이려면 결국 양극화를 해소하고 계층 간 이동성을 회복하는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하 교수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회복해 기득권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불공정 행위들을 억제하기 위한 질서를 잡는 게 중요하다"며 "교육을 통해 역량 격차를 해소하고 부동산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생산적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세종=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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