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대체 ‘보조기억장치’ 불타…대구 산불 진화헬기 추락 사고 원인 규명에 1년 이상 걸릴 듯

대구에서 산불을 끄던 헬기가 추락해 70대 조종사 1명이 숨진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현장 합동감식이 7일 열렸다. 사고 원인 규명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조사위)는 부산지방항공청·대구경찰청·대구소방본부·북구청·동구청 등과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가량 헬기 추락 지점인 북구 서변동 한 경작지에서 합동 감식을 했다고 밝혔다.
감식반은 사고 현장에서 헬기 잔해물 분포도, 보조 기억 장치,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감식을 진행했다. 또 숨진 조종사의 물건 등 사고 현장에 남아 있는 유의미한 물품 등이 있는지도 파악했다.
감식반은 사고 헬기에 설치돼 있던 ‘보조 기억 장치’가 불에 타 소실되면서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했다.
불에 탄 보조 기억 장치는 통상 1000도 이상 고온에서도 견디는 헬기용 블랙박스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장치는 헬기 운영 회사 측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관계자는 “보조 기억 장치는 헬기 고도나 속도 등을 추적할 수 있는 장치”라며 “법에 따라 (블랙박스) 대체 장비로 승인된 장비이며 SD카드가 발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기 노후화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령이 많은 항공기는 국가에서 엔진이나 성능을 규정에 따라 관리하고 인증·검사를 하는 걸로 안다”며 “이 부분 등에 위배되는 점이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 목요일까지 현장 조사를 하고 엔진을 포함한 기체 전체를 김포공항에 있는 잔해 보관소에 유치한 뒤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사위는 합동감식에 앞서 같은 날 오전 9시30분쯤 북구청 상황실에서 산불 진화 헬기 추락 관련 긴급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회의 결과 조사위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 6일 오후 3시41분쯤 대구 북구 서변동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된 헬기가 추락해 조정사 정궁호씨(74)가 숨졌다. 추락 지점은 산불 현장에서 약 100m 떨어진 비닐하우스 인근이다. 당시 헬기에는 정씨 혼자 탑승해 있었고, 농장에도 사람이 없어 추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헬기는 미국 벨(BELL)에서 제작한 BELL-206L 기종이다. 대구 동구가 지난해 11월 국내 한 전세 헬기 전문업체로부터 임차해 사용해왔다. 기체는 1981년 제작돼 올해로 기령 44년째다. 숨진 정씨는 1986년부터 최근까지 헬기를 조종한 베테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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