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붙어도 78%는 안 간다…사관학교 시험은 '모의수능'?
[EBS 뉴스12]
군 간부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입시는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자랑할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육군사관학교 기준, 1차 합격자 10명 중 8명은 이후 전형에 응시하지 않았고, 최종 합격자 중 40%는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다른 사관학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모의고사 삼아 보는 허수지원'이 적지 않다는 의미인데요, 군 장교로서의 적성과 의지를 더 반영할 수 있도록 입시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광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육군사관학교의 경쟁률은 29.8 대 1.
330명을 뽑는 시험에 9천 명 넘는 학생이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1차 시험 합격자 3,537명 가운데, 2차 시험장에 나타난 수험생은 단, 778명.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오지 않은 겁니다.
다른 사관학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해군사관학교도 전년보다 2차 시험 미응시 인원이 200명 가까이 늘어난 1,003명.
1차 시험 합격 인원을 30% 이상 줄인 공군사관학교도 1천 1백 명이 1차 시험을 붙고도 다음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사관학교 1차 합격, 2차 미응시
"수능 대비로 할 겸 이제 저도 그냥 (사관학교에) 갈 생각은 없고 이제 친구들 따라서 간 경향이 좀 큰 것 같습니다. 10명 중에 한 3명은 합격했을 때 3명은 면접 보러 가고 아니면 안 가는 것 같았어요."
사관학교의 2차 전형 미응시 비율은 대학별 고사를 따로 치르는 서울 지역 상위권 대학이나, 지방국립대학의 결시율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허수 지원자가 많은 건데, 여기엔 1차 시험이 수능시험과 비슷한 지필평가로 이뤄지는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입니다.
수험생들이 주로 활용하는 커뮤니티.
"수능 대비로 육군사관학교 1차 시험을 치뤄보려고 한다"는 글에 '1차 붙고, 2차는 안가면 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인터뷰: 우연철 소장 /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 못 쓰는 것처럼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 얘기하는 실질 경쟁률이라고 해서 '난 꼭 갈 거야'라고 하는 그런 인원들은 좀 줄어든 것처럼 보이기는 해요."
사관학교 시험은 정예장교를 키운다는 목적에 따라 출제와 관리 감독을 자체로 운영하는데, 해마다 수백명의 인력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자원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막상, 입시 전형, 특히 1차 시험에선 수능시험과 별다를 것이 없는 국영수 위주의 지필평가 방식을 운영합니다.
장교 생활에 대한 적성이나 지원 동기는 묻지 않는 구조이다 보니, 수능 전초전으로 시험 기회를 이용하는 허수 지원자가 몰린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미국의 군 장교 양성기관은 리더십과 적성 등을 시험의 초기단계부터 평가하는 다면평가 방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재훈 교사 / 한민고등학교
"(사관학교는) 애국심이나 헌신이 아니라 국영수 잘하는 애가 가는구나 약간 이런 생각을 좀 저희가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영 교육과정처럼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최근엔 최종합격 이후에도 등록을 포기하는 응시자가 40%대에 이를 정도로 사관학교이 미등록 현상이 고착화되는 상황.
군 장교의 처우 개선과 함께, 우리나라 국방의 핵심인 정예 장교 양성을 위해 입시제도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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