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 마실 물도 부족한데… ‘물 축제’ 벌인다는 미얀마 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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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미얀마 중북부 만달레이 시청 앞마당에서는 무대 행사 구조물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기간 해당 국가 시민들은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상대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등 물 축제를 벌인다.
그간 만달레이의 경우 시청 앞에 대형 야외 공연장을 설치해두고 청사 앞 도로 차량 통행을 막은 뒤 축제를 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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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재난을 선전 기회로 삼을 수도"

지난 3일 미얀마 중북부 만달레이 시청 앞마당에서는 무대 행사 구조물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달 28일 국가를 덮친 규모 7.7 강진 대응 태스크포스(TF)나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한 대피 시설을 만드는 게 아니다. 현지 시민은 한국일보에 “조만간 열릴 ‘띤잔 축제’ 때 쓸 공연 시설을 짓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띤잔은 미얀마 전통 신년 행사다.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은 불교력에 따라 4월에 새해를 맞이하는데, 올해는 13~16일로 정해졌다. 이 기간 해당 국가 시민들은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상대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등 물 축제를 벌인다.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태국 ‘송크란’과 유사한 형태다.
행사는 미얀마 전역에서 이어진다. 그간 만달레이의 경우 시청 앞에 대형 야외 공연장을 설치해두고 청사 앞 도로 차량 통행을 막은 뒤 축제를 즐겨왔다. 유명 가수 등 연예인이 공연을 펼치는 동안 시민들은 시청과 옛 왕궁 유적지 사이에 있는 호수에서 물을 퍼 올려 물총 싸움을 벌인다.

문제는 올해 행사를 앞두고 국가적 참사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지진으로 사상자가 3,500명(5일 기준) 이상 발생했다. 당장 만달레이와 사가잉 등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피란민이 마실 깨끗한 물도 부족한 상태다.
한 병의 생수를 얻기 위해 현지에서는 시민들이 섭씨 40도가 넘는 땡볕 아래 기다림도 불사하고, 서로 차지하려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군부가 인력을 동원해 피해 지역에 식수를 지원하기는커녕 물 뿌리는 축제를 강행하기로 한 셈이다.

이는 현지 안팎에서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태국은 양곤 주재 태국 대사관의 송크란 축하 행사를 금지했다. 미얀마인의 안타까운 상황에 공감한다는 취지다. 미얀마 북부 샨주에 근거지를 둔 소수민족 무장단체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MNDAA) 역시 ‘지진 피해에 연대하기 위해’ 띤잔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미얀마 독립 매체 이라와디는 “지진으로 수많은 시민이 가족을 잃고 무너진 건물 속에서 여전히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는 상황에서, 군정은 이 같은 희귀한 ‘선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라 비판했다.
만달레이(미얀마)=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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