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만드는 '분무 건조' 기법으로 고용량 이차전지 구현

전기硏·재료硏 공동연구 성과
양산성 검증된 친환경 분무 건조기법 활용
상용 전극 2배에 달하는 면적당 용량 구현

한국재료연구원 윤지희 선임연구원과 한국전기연구원 황인성 선임연구원(앞줄 왼쪽부터)이 분무 건조 기법을 활용한 고용량 이차전지 건식 전극 제조에 성공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김남균)과 한국재료연구원(KIMS·원장 최철진)이 고용량 이차전지 구현을 위한 '분무건조 기술 기반 고성능 건식 전극 제조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이차전지 전극은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활물질'과 전기 흐름을 돕는 '도전재', 접착제 역할을 하는 '바인더'를 섞어 만든다. 이들을 섞는 방법에는 용매를 활용하는 '습식 공정'과 용매 없이 고체 상태 파우더로 섞는 '건식 공정'이 있다. 건식 공정이 더 친환경적이고 이차전지 고용량화에 유리하지만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를 균일하게 혼합하기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공동 연구진은 식품이나 제약 업계에서 널리 사용될 정도로 양산성이 검증된 '분무 건조' 기법을 건식 공정에 활용해 이를 극복했다.

KIMS 연구진은 활물질과 도전재를 액체 슬러리 형태로 섞어 유리관으로 된 고온 챔버에 분사했다. 챔버 내부 높은 온도로 인해 용매는 순식간에 증발하고 고르게 혼합된 활물질-도전재 복합 분말만 얻어내는 원리다. 커피 농축액을 분사하면서 뜨거운 바람을 가해 고체 형태의 분말을 얻는 커피믹스 대량생산 방식과 같은 공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활물질-도전재 복합 분말은 오랜 건식 공정 노하우와 기술력을 보유한 KERI 연구진에 의해 고용량 전극으로 탄생했다. 활물질-도전재 분말을 바인더와 혼합한 뒤 특수 설계한 장비를 통해 바인더를 실처럼 가닥으로 늘리고 섬세한 공정을 통해 활물질-도전재-바인더를 구조체로서 더욱 잘 엮어 정교하게 결합했다.

마지막으로 결합한 활물질-도전재-바인더를 밀도가 균일한 얇은 필름 형태로 만들어내는 캘린더링 과정을 거쳐 배터리용 전극을 제조했다.

분무건조 기반 이차전지용 건식 전극 제조공정 모식도

연구 성과는 이차전지 고용량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차전지 내부 물질 간 혼합을 최적화해 도전재 함량은 기존보다 줄이고 그 빈자리를 전지 용량과 직결되는 활물질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황인성 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전극 내부 소재들의 최적 조합으로 에너지 밀도와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전고체전지나 리튬황전지 등 차세대 전지 분야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 실험을 통해 도전재 함량을 기존 건식 전극 문헌에 보고되는 2~5%에서 0.1% 수준까지 낮추고 활물질 함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98%까지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건식 전극은 상용 전극(2~4mAh/㎠) 2배에 달하는 약 7mAh/㎠의 면적당 용량을 달성했다.

윤지희 KIMS 융·복합재료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은 “후속 연구를 통해 공정 비용 절감과 양산성 개선을 진행하고 기술 성숙도를 높여 향후 기업체 기술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