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조명] 국산 열대과일, 희소성·수익성 높아 재배 증가…판로 확보는 과제 | 디지털농업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4월호 기사입니다.

이처럼 더워진 날씨는 농업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바나나·망고·파파야 등 열대과일 재배지는 이제 제주와 남해안뿐 아니라 강원·경기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바나나의 경우 제주와 전북 고창, 경남 진주·합천, 경기 안성 등지에서 출하되고 있다. 망고는 제주와 전남 영광, 경남 통영·함안, 충남 부여에서 생산된다.
국산 망고·바나나·패션프루트(백향과) 등은 이제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산 열대과일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외국산에 견줘 신선도가 뛰어나 고객 반응은 좋지만 가격이 비싼 데다 생산량이 적어 판매를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열대과일 재배 면적은 2018년 117㏊에서 2023년 221㏊로, 재배 농가 수는 같은 기간 426곳에서 707곳으로 증가했다. 망고를 키우는 농가가 319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패션프루트 152곳, 바나나 67곳 순으로 파악됐다. 최근 들어 열대과일 가운데 애플망고와 바나나·레몬은 수익성 높은 소득작물로 인식되면서 재배 면적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작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온도(생육 적온)가 다른 작물보다 높은 편이어서 농가 경영비 가운데 난방비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현희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열대과일 재배에 드는 난방비가 망고는 경영비의 55%, 파파야는 경영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에 농진청은 ‘아열대 작물 지역별·작물별 등유 소요량 지도’를 발표하고 적정 재배지를 제시했다. 한 연구관은 “아열대 과수는 수확 시기와 가온 방식, 시설 사양 등 재배 형태에 따라 탄소 발생량이 다르다”며 “패션프루트·파파야·망고·용과 등을 대상으로 등유 소요량을 추정해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이를 종합해 노란색부터 빨간색까지 9단계로 구분한 ‘아열대 작물 지역별·작물별 등유 소요량 지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도를 참고하면 아열대 작물의 재배 권장 지역은 등유 소유량 1만 1900ℓ 이하, 탄소 배출량 30t 이하인 곳이다. 예를 들어 중온성인 망고는 전남 해남 지역 이하에서 재배하는 것을 권장한다. 망고는 난방비 외에도 온실과 시설 설치비 등 초기 투자비가 높은 작물이라 재배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같은 아열대 작물의 재배 면적 확대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영향을 줬다. 전남도는 최근 3년간 아열대 과수 육성에 224억 원을 투입했다. 해남 국립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와 장성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를 유치해 아열대 농업 연구기반을 갖췄다. 2023년 4월엔 전국 최초로 ‘아열대농업 육성 지원조례’도 제정했다.

이에 힘입어 장성에서는 레몬을, 완도에서는 애플망고와 바나나·커피를 새로운 소득원으로 육성하고 있다. 레몬의 경우 장성군이 2022~2023년 2년간 총 35억 원을 투입해 3.9㏊의 재배단지를 조성했다. 경남도도 마찬가지다. 아열대 작물 재배가 확산하자 이에 발맞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 창원에서는 28농가가 애플망고와 만감류(천혜향·한라봉 등)·체리·용과를 재배하고 있다. 총 재배 면적은 10.1㏊에 이른다.
창원시는 올해 ‘애플망고·파파야 묘목 도입 사업’으로 1억 원(국비·시비 50%씩)을 지원했다. 통영시에서는 7농가가 3㏊에 애플망고를 재배해 연간 생산량이 14~15t에 달한다. 통영산 애플망고는 맛과 향을 인정받아 신라호텔에 납품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에 시는 애플망고를 중심으로 아열대 과수 재배 확대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농가도 희소성 높은 열대과일을 새 소득원으로 적극 도입하는 분위기다. 파프리카나 일반 채소류를 재배하던 기존 원예 농가들이 기후변화 흐름에 따라 아열대 작물 재배 전환을 결정하거나 검토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청년 후계농업인 김성우 씨(25·경남 창원)는 기존 파프리카 대신 애플망고를 주 작물로 선택했다.
“파프리카를 재배하려고 했지만 수익성 하락과 인건비 상승을 고려해 애플망고 재배를 시작했어요. 지구 온난화에 대응해 열대과일로 전환하면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죠. 국산 애플망고는 품질이 좋은 데다 희소성이 높아 고수익을 노려볼 수 있거든요.”
이처럼 열대과일 재배 면적이 늘어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면서 판로도 조금씩 넓어지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대형마트는 물론 온라인을 활용한 열대과일 유통·판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국산 열대과일 중 재배 규모가 가장 큰 애플망고는 도매시장에서 경매가 이뤄지는 중이고, 친환경 바나나는 학교급식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지금껏 58종의 아열대 작물을 도입했으며, 이 중 유망한 17종(과수 9종, 채소 8종)을 선발했다. 선발된 유망 과수 품목은 망고·올리브·패션프루트·파파야·용과·페이조아·아보카도·리치·커피 등이다. 김천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는 “망고·바나나·용과·올리브 등의 유전자원을 수집해 우리나라 기후 환경에 맞는 품종을 선발하고 환경 적응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애플망고 <어윈> 품종을 선발해 재배하고 있고, 저수고형 수형과 방화곤충을 이용한 난방 기술 등을 실증했다. 파파야의 경우 과일용 신품종 육성과 번식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용과의 고당도 품종 선발과 올리브 내습성 대목, 대과종 품종 선발 과제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열대과일 재배가 활발하지만 현장에선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장 큰 걸림돌은 초기 투자비와 난방비 등 경제적 부담이다. 특히 농가들은 경영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난방비 절감 해결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한다. 6600㎡(2000평) 규모의 바나나농장을 운영 중인 이재철 씨(59·경북 포항)는 “겨울철 시설하우스 3300㎡(1000평)의 한 달 난방비가 600만 원씩 들다 보니 웬만큼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재배가 어렵다”며 “난방비 부담 때문에 애써 바나나를 키워놓고 제때 숙성시켜 유통하지 못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탄탄한 국산 열대과일 생산기반을 마련하려면 난방 기술을 포함한 재배 기술 개발·보급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산 열대과일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외국산과의 경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외국산 열대과일이 안정적인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한 전문가는 “국산 열대과일의 판매단가가 높게 형성돼 신규 농가의 유입이 늘고 있지만, 생산 과정의 시행착오와 판로 확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적지 않다”며 “작물이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지 특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재배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이진랑 | 사진 농민신문사 DB·국립원예특작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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