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엽수 심어 산불 대형화 막자”…“산림 회복 장점 소나무, 퇴출 안돼”
휘발성 물질 탓 오래 잘 타 문제
불 붙은 솔방울 날아가 확산 커
식재 중단·내화수림대 형성 주장
“생존율 높아 복구 유용해” 반박
불모지 적합…송이 채취 편익도



‘산불 주범이냐 녹화 공신이냐.’ 영남권을 휩쓴 산불은 서울 면적의 80%인 4만8000여㏊를 삼키고서야 끝났다. 역대 최악 산불이 지나간 자리엔 소나무를 둘러싼 논쟁도 생채기로 남았다. 산불 원인 중 하나로 소나무를 지목하는 쪽에선 경북의 높은 침엽수림 비율에 주목한다. 하지만 본래 소나무가 강원·경북·경남 지역에 적합한 수종이고 송이 채취 등으로 편익이 큰 만큼 일방적인 퇴출 대상으로 몰고 가선 안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소나무 위주 산림이 산불 키웠다?=산불 원인을 소나무에서 찾는 쪽에선 침엽수림이 기본적으로 불에 약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2025년 발간한 ‘2025년 산불 제대로 알기’에 따르면 소나무엔 ‘테르펜’ 등 불에 잘 타는 휘발성 물질이 많다고 나와 있다. 불에 탈 때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1.4배 많은 열에너지를 내고, 2.4배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한국방재학회가 2009년 내놓은 ‘지표화 산불피해지의 수종별 임목고사율 비교분석’에선 소나무가 땅 표면만 불타는 ‘지표화’단계 이후 81%는 말라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기준 참나무류(20%) 대비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참나무는 코르크층이 두껍고 수분 함량이 높아 불에 더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나무는 사철 잎이 달려 있어 수관화(나무의 잎·가지가 타는 불)로 번질 위험이 높은 것도 산불 취약론의 근거 중 하나다. 불이 붙은 솔방울이 불길이 만들어낸 강한 상승기류와 강풍을 타고 수백m를 날아가 ‘비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나무 지원 없애고 활엽수 심어야”=이런 상황에서 경북지역의 높은 침염수림 비중은 나라 전체적으로 소나무 심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경북지역 산림면적 중 침염수림 비중은 2020년 기준 41.8%로 전국 평균(36.9%)보다 높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여전히 산림청은 소나무를 조림 권장 수종으로 선정하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소나무에 대한 지원을 없애고 활엽수 중심으로 조림을 지원해야 장기적으로 대형 산불 저항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민가 주변이나 산 입구에 상수리나무·굴참나무 등 불에 강한 참나무를 심어 ‘내화수림대’를 형성해 대규모 산불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나무는 산림 복구·송이 채취에 유용”=그러나 소나무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소나무는 척박하고 경사가 심한 산지에서도 잘 자라 산림 복구에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나무는 토양층이 얇고 수분이 적은 곳에서도 생존력이 뛰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23년 내놓은 ‘산불피해지 복원의 주요 연구결과와 미래방향’에 따르면 1996년 강원 고성 산불피해지에 심은 소나무는 1년 뒤 평균 89%가 생존해 활엽수 생존율(53%)보다 1.67배 높았다.
소나무 위주의 정부 조림 정책이 산불을 키웠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제기된다. 박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객원교수는 “영남권 산불 피해지역은 원래 소나무가 많은 곳”이라며 “산세가 험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소나무가 자라기 좋은 곳인데 정부가 소나무를 많이 심어 산불이 확산됐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말했다.
송이 채취로 인한 편익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체 산림면적(629만8134㏊) 가운데 사유림이 66.1%(416만2196㏊)에 달하는 상황에서 산주 대부분이 송이버섯 채취 등을 위해 소나무를 식재 수종으로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상범 영덕송이생산자협의회장은 “지금도 70∼80대 어르신들이 자식들을 위해 소나무를 새로 심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오충현 동국대학교 환경생태학과 교수는 “소나무 관련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정부가 불필요한 갈등을 봉합해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조림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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