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한번 덤벼보자’ 하고 목숨 걸고 촬영했다”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2025. 4.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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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에서 ‘전무후무’ 60대 킬러로 변신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44년 경력의 독보적인 아우라, 배우 이혜영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파과》는 '흠집이 났지만 익을수록 완벽하다'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한다. 영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뒤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연출은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간신》(2015), 《허스토리》(2018)를 선보인 민규동 감독이 맡았다.

이혜영은 극 중 모든 킬러가 열광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전설적 인물 '조각'으로 분했다. '조각'은 오랜 세월을 통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노련함을 가졌으나, 세월로 인한 한계에 부닥치게 되는 캐릭터다. 이혜영은 물처럼 흐르듯이 부드럽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얼음처럼 단호해지는 '조각'의 액션을 완벽한 싱크로율로 구현한다. '조각'을 뒤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 역의 김성철과의 대결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1981)으로 데뷔한 이혜영은 그간 영화 《소설가의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바람 부는 날에도 꽃은 피고》 《피도 눈물도 없이》 《명자 아끼꼬 쏘냐》 등 매 작품 강렬한 카리스마와 독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NEW 제공

44년 차 여배우를 캐스팅한 민규동 감독은 "가장 완벽한 분이라고 느꼈다. 세월이 쌓인 그 얼굴과 눈빛, 깊이 있는 연기가 필요했다, 마치 시간이 축적된 치명적인 무기 같은 존재감을 지닌 배우"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이혜영 또한 "'한번 덤벼보자' 하고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목숨 걸고 촬영을 끝냈다"라고 소감을 밝혀 그녀의 첫 액션 장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파과》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글로벌 화제작으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이미 전 세계에 공개돼 베를린의 밤을 뜨겁게 달군 《파과》는 현지 관객과 해외 유수 매체에서 "모든 장르를 정복한 베테랑 민규동 감독의 작품, 나이 듦의 외로움을 그린 액션 영화"(The Hollywood Reporter) 등 극찬을 받았다. 민규동 감독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이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두 번째 초청되며 탄탄한 연출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에는 민규동 감독과 이혜영 배우가 참석해 열띤 현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이혜영은 영화 《땡볕》(1985) 이후 40년 만에 베를린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혜영은 시선을 사로잡는 금발 헤어 스타일과 세련된 드레스 핏, 우아한 애티튜드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내 현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이날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트리시아 터틀(Tricia Tuttle)은 ​"압도적인 연기에 우리는 놀랄 뿐이었다"며 극찬을 보내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여기에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손꼽히는 제43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스릴러 장르 경쟁 부문 공식 초청까지 더해져 장르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한국 영화 중에는 2024년 《파묘》가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고, 《잠》이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영화제 측은 "존 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노인을 연기한 배우 이혜영의 열연과 함께 민규동 감독은 시각적으로 눈부신 스릴러를 선사한다"고 평했다.

민규동 감독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로 감독 데뷔와 동시에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으며, 《무서운 이야기 2》(2013)로는 두 번째 초청돼 은까마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또한 4월18일부터 진행되는 제15회 베이징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면서 글로벌 관심도를 또 한번 입증했다.

3월2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애프터 베를린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주연배우 이혜영을 만났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너무 좋았다. 민규동 감독님을 만나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민 감독님 영화는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많다. 그런 면이 액션 장르와 묘한 조화를 이루어 많은 분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감독님 영화 중에 제일 재밌다. 함께 작업을 해보니, 감독님은 계획이 다 있으셨다. 현장에서 철저한 콘티를 바탕으로 디렉팅하셔서 믿고 연기했다."

민 감독 역시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참석 후기에 대해 "'액션 영화지만 깊이 있는 인생 서사를 담았다'라는 평이 인상적이었다. 애초의 제 의도를 (해외에서) 잘 읽어주신 것 같아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설의 킬러' 조각 역을 맡았다. 캐스팅 비결이 뭐라고 보나.

"제 나이 또래 좋은 배우들이 많은데 '왜 킬러 역할에 나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찍으면서 보니까 내가 보톡스를 맞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끝났으니까 맞으려고 한다(웃음)."

실제로 민 감독이 킬러 역할에 이혜영을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어릴 때부터 이혜영 선배님은 제게 신비로운 존재였다. 미스터리하면서 한 번에 잘 파악이 되지 않는, 한국 사람인데 한국적이지 않은 면이 있어서 궁금했다. 고전 영화의 아우라를 가진 분이라서 텍스트를 넘어서는 영화적 감정을 찍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세월의 흔적들이 지닌 에너지와 아우라가 영화에 녹아들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장르적으로 액션 드라마다. 액션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사실 액션 영화가 너무 많고, 저 역시 많이 봤지만 킬러라는 역할에 대해 도덕적으로 생각해볼 겨를 없이 지나가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영화는 다르다. 생각하게 만든다.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액션을 하면서 부상도 많이 입었다. 무술감독님이 너무 고생하셨고, 스턴트가 없었으면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감독님이 편집도 잘하셨다(웃음)."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김성철은 이혜영과의 호흡에 대해 "촬영 때마다 행복했고 모니터 볼 때마다 꿈같았다"며 "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을 계속 보여주셔서 저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본 사람들은 좋다고 얘기해 주더라.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베를린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도 먼저 봤는데, 우리 영화가 《미키 17》보다 더 재미있더라(웃음)."

한편 《파과》에 대한 해외 유수 매체들의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스크린데일리는 "강렬한 액션과 감성적 요소가 묘하게 어우러지며, 오케스트라 음악은 압도적이다. 60대 주인공 캐릭터는 영화계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인상적이다​"라며 연출, 연기, 액션, 음악을 아우르는 찬사를 보냈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익숙함을 새로운 방식으로 리믹스한 작품"이라고 평해, 60대 여성 킬러라는 유례없는 캐릭터가 선사할 새로운 액션과 매혹적인 서사를 암시했다. 5월 개봉 예정이었던 《파과》는 '문화가 있는 날'인 4월30일로 개봉 날짜를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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