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대형 재난의 복합 안보 위기…‘대통령=컨트롤타워’가 무너졌다

조경환 성균관대 겸임교수(국가정보안보정책연구센터장) 2025. 4. 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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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대응 등 골든타임 놓치는 데 중요한 요인 돼
역대 정부 모두 국가 위기 관리 ‘미흡’…재난의 ‘국가 책무성’ 인식 부족 드러내

(시사저널=조경환 성균관대 겸임교수(국가정보안보정책연구센터장))

'복합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전쟁에서 북한의 파병과 무기 제공은 한국의 안보를 연루시킨다.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군사행동의 위험성은 높아진다. 여기에 '극단적 날씨' 및 상상을 뛰어넘는 대형 재난은 국가와 국민의 실존을 위협한다. 2023년 8월, 미국 하와이 사상 최악의 산불은 폭우와 폭염 뒤에 발생했다. 26년 만에 허리케인이 겹쳐 3곳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올해 1월의 로스앤젤레스(LA) 화재는 건조와 돌풍에 통제 불능이었다. 미얀마의 강진은 "아시아에서 한 세기 넘게 보지 못한 참사"로 진단된다. '1만 명 사망 예측'이 나온다. 집권 군부의 재난 관리 능력은 부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4개월 동안 700만 명을 앗아간 지도 2년이 채 안 지났다. 

다보스포럼(WEF)은 올해 1월 발간한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 2025'에서 안보 위협의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당면한 국가적 무력충돌과 지경학적 대치에서부터, 단기로는 가짜뉴스, 사회 분열, 사이버 간첩, 오염을 걱정한다. 장기 위협으로는 생물 다양성·생태계 붕괴와 토양 시스템 급변, 자원 고갈을 중시한다. '극단적 날씨'는 임박했고, 장단기의 계속적 위협으로 리스크 최상위에 랭크돼 있다.

4월2일 기준, 경북 의성·안동·청송 일대 및 경남 산청·하동 산불로 31명이 희생됐다. 영향 구역이 여의도 면적의 166배다. 3월28일 산림청과 지자체, 군이 6일간의 사투 끝에 주불을 잡은 뒤 이철우 경북지사는 기후 위기와 강풍이 빚은 '도깨비불'에 원망을 담았다. 언론은 '괴물 산불'로 묘사한다. 불가항력을 함의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3월26일 담화에서 인력·장비를 최대한 동원한 진화와 함께 산불 예방과 대응체계 보완을 주문했다. 3월28일 안동 현장의 통합지휘본부를 찾아서는 기후 위기가 근원임에 동조했다. 재정적·행정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3월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방·초동대응 실패' 人災가 키운 산불 피해

그런데 재난의 범위가 넓고 피해가 엄중한 국가 위기지만 그 책임을 자연에 돌려놓고 나니 인적 책임이 없다. 공직자들의 마음은 편할지 모르되, 진지한 진단은 아니다. 해법이 실효적일 리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된다. 피해가 커진 데는 필시 예방과 초동대응 실패가 있을 것이다. 고령자·취약 지역민 대피와 비상 통신·전기 시스템, 재난 전파와 장비·인력의 동원 과정에서 인재(人災)가 있었을 터이다. 컨트롤타워는 장악력이 뚜렷하지 않았고, 골든타임은 놓쳤다. 정책 당국의 절박감은 보이지 않는다. 다 끝난 후에 예산으로 수습하는 전형적 관료 행태가 눈에 들어온다. 국회의 추궁도 왠지 예리하지 않다. 대통령의 리더십 부실과 그 공백이 치른 값비싼 비용일까?

윤석열 정부는 억울해할지 모르나, 국가 위기 관리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위기는 반복됐고 그 피해는 참혹하다.

첫째,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은 북핵 및 국내외 군사·외교안보에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재난 위기는 총리실과 각부 소관으로 인식한다. 2022년 5월 집권 이래, 그해 8월 서울 강남 일원이 기상 관측 이후 최대치의 '물 폭탄'을 맞은 데 이어 10월에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 이듬해 7월, 폭우로 인해 예천의 '채 해병 사망'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났다. 8월에는 새만금 잼버리가 파행했다. 그리고 작년 12월 무안의 제주항공 사고도 있었다. 대통령은 2023년 1월 안보실 3차장을 신설하고 경제안보를 한다며 경제학자를 앉히는 데 그쳤다. 위협 인식과 현실 간의 괴리다. 

둘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대통령훈령 454호, Ⅲ급 비밀)상 재난 위기 관리의 컨트롤타워가 모호하다. 대통령실이 뒤로 빠져 있다.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비서실장은 국가 위기 관리 컨트롤타워로서 통합적 체계를 구축하며, 대통령을 보좌한다"고 명시는 되어 있다. 그리고 안보실은 초기 상황 파악 및 보고·전파 책임을 진다. 비서실은 재난 위기 관리 기획·조정 및 국민 안정 대책을 총괄· 조정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비서실장이 재난 컨트롤타워"인 규정은 삭제됐고, 윤석열 정부는 이어받았다. 2023년 1월에는 재난 담당을 안보실장 산하 위기관리센터에서 비서실장 밑의 국정상황실로 옮겼다. 그러고는 행안부 장관이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의거, 재난 안전을 총괄 조정한다. "윤 대통령이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는 대통령 본인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는 것은 공염불인 셈이다.

셋째, 그러니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선물한 '책임은 여기서 멈춘다(The buck stops here)'는 팻말을 책상에 올려놓았다지만, 대통령실의 책임성은 없다. 위기 관리 자산의 통합적 동원이 어렵다. 대응이 분산된다. 현장이 중요하다면서 책임도 넘겼다. 정무적·정책적 책임을 안 지우고, 법적 책임만 묻다 보니 법대로다. 적극 행정은 난망하다.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의성군 하화리에서 3월29일 한 주민이 폐허가 된 주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재난 관리,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역할' 해야

국가 위기 관리의 잘못에서 자유로운 정부는 역대에 없었다. 그 근저에 재난의 국가 책무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자리한다. 노무현 정부는 사이버 기간망 마비와 대구 지하철 화재, 화물연대 총파업을 겪으면서 청와대를 재난 컨트롤타워로 세웠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과 위기 관리 메뉴얼을 시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그 기능에 퇴행이 있었으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시 대통령 보고 지연, 신종 플루와 구제역 파동을 치르고 나서 다시 보강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안보실을 신설해 안보만 책임지고 재난 대응은 안전행정부에 맡겼다. 세월호 비극은 청와대 최초 보고 지연과 오판, 대통령의 상황 인식 결여와 책임 회피에 대한 국민 분노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안보 위기는 안보실장, 재난은 안보실장과 비서실장 공동의 컨트롤타워로 했다. "중대 재난·재해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고 대통령이 주창했다. 실상은, 재난에 비서실장은 보이지 않았다. 안보실장은 큰 산불 때마다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다.

신(新)안보 위협은 잠복성과 연결성, 초국가성을 띤다. 대통령이 안 나서면 안 되는 영역이 됐다. 국민은 대통령의 책임과 기대치에 국가 위기 관리 능력을 상정한다.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은 고쳐야 마땅하다. 

국가 위기 시 최고 의사결정자가 그 위기를 대통령 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이 출발이다. 대통령은 컨트롤타워요, 대통령실은 센터로서 대통령실 내부 및 정부 전반에 걸쳐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 기존의 안보실 3차장이나 비서실 수석급을 재난 위기 관리 전담으로 두고, 국가 정보와 신안보 역량을 모으는 거버넌스를 제안한다.        

조경환 성균관대 겸임교수(국가정보안보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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