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유니크한 문소리, 만날 봄인것 처럼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5. 4. 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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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문소리가 연기한 오애순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보통의 엄마다. 그러나 문소리가 연기한 순간 유니크한 캐릭터가 됐다. 자신의 연기보다는 대본에 더 많은 공을 돌리고,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을 찾는 문소리는 여전히 봄에 살고 있었다. 

'폭싹 속았수다'(연출 김원석, 극본 임상춘)는 제주에서 태어난 '당차고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다.

중년의 오애순 역을 맡은 배우 문소리는 지난 2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나섰다. 문소리는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왔다.

"정말 많은 분이 잘 봤다고 연락주셔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렇게 휴지더미,  눈물젖은 휴지를 사진 찍어서 보내주시더라고요.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문소리가 '폭싹 속았수다'를 택한 이유는 대본의 힘 때문이었다. 문소리는 "이런 작품에 참여하는 건 흔치 않다"고 강조했다. 

"대본을 읽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가 어떤 분량이고 어떤 캐릭터인지, 돈을 얼마 줄 건지, 언제 촬영하는지 그런 건 상관하지 않았어요. 아마 저는 해녀 이모들을 하라고 했어도 했을 거에요. 이런 작품에 참여한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문소리를 사로잡은 대본의 힘은 촬영할 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문소리는 "대본에 비하면 한 게 없다"며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많은 부분은 대본의 힘이에요. 이미 관식이와 애순이가 있고 걸으라는 대로 걷고 말하는 대로 말한 거예요. 대본에 비하면 한 게 없는 거죠. 거기에 감독님의 집요한 세팅과 조합이 더해진 거고요. 그런 것에 비하면 저는 미비해요."

/사진=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를 본 많은 사람들은 광례-애순-금명-새봄으로 이어지는 여성 서사에 주목했다. 그러나 문소리는 '폭싹 속았수다'를 "꼭 여성서사로 명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제 친구는 4화까지만 보고 너무나 아버지 생각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아빠에게도 똑같이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또 '상길이의 성장이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포인트인지 아냐'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상길이의 성장을 위해 양관식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면서요. 은명이의 삶에 집중하는 분들이 있고요. '폭싹 속았수다'가 애순이와 관식이의 일생을 그려놓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포인트가 매우 다양해서 꼭 여성서사라고 명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문소리의 말처럼 결국 '폭싹 속았수다'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성별을 넘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소리는 "결국 사랑의 다른 형태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폭싹 속았수다'가 가진 힘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는 걸, 16부작 안에서 멋지게 표현한 것 같아요.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어찌 보면 재미없을 수도 있잖아요. 세련되고 힙하게 말하기 어려운데 그걸 16부작으로 풀어낸 게 대단한 것 같아요. 결국 사랑의 다른 형태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애순이를 살 수 있게 해준 건 동네 사람들의 힘과 사랑이잖아요.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와 사랑까지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불자여서 그런지 나중에 우리 엄마가 내 시집을 출간해 주는 건 윤회 사상과도 맞닿아있는 것 같고요." 

/사진=넷플릭스

문소리는 아이유와 함께 2인 1역을 맡았다. 앞서 문소리는 아이유와 같은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정작 작품이 공개된 후에는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촬영 전에 둘이 만나 이야기도 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도 나눴어요. 아이유가 먼저 촬영에 들어가서 촬영분을 보기도 했어요. 촬영하면서도 느꼈지만, 워낙 야무지고 단단하고 책임감이 넘치는 친구예요. 후배지만, 어떻게 다 해내지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어릴 적의 오애순을 요망지다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중년이 된 오애순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엄마의 모습을 담고 있다. 문소리는 오애순이 가진 두 가지 특징을 적절하게 섞어내며 자연스러운 변화를 만들어냈다. 

"봄·여름에는 휘황찬란했던 애순이에게는 변치 않는 본질이 있잖아요. 가을과 겨울이 되면서 평범한 엄마가 되고요. 이 보편성과 개별성을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거기에 문소리라는 배우도 들어가야 하고요. 그 두 가지를 잘 버무려내고 하나로 만드는 것이 큰 미션이었어요." 

또한 중년의 관식을 맡은 박해준과도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문소리는 까마득한 극단 후배에서 남편으로 함께한 박해준에 대해서는  "관식이가 박해준이라 정말 다행이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렇게 긴 시리즈에서 박해준 씨에게 고마운 점도 많아요. 작품은 처음이지만 극단에서 어렸을 때부터 봤거든요. 그게 쌓여있어서 그런지 부부의 느낌을 쌓는데도 시간이 걸리지 않고 서로 한 호흡으로 가더라고요. 관식이가 박해준이라 정말 다행이었어요. 늘 한결같고 물 같은 배우에요. 소리 내지 않고 어느새 스며들어 부딪힘 없이 안착하거든요. 사람 자체가 원단이 달라요. 배우 중에는 그런 원단이 귀하거든요." 

/사진=넷플릭스

스스로에게 엄격한 문소리는 여전히 잘한 점보다 발전해야 할 점을 찾았다. 다만, 자신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자신감 역시 돋보였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저는 혹독하고 엄격한 편이라 끝나고 나서도 마음 편히 작품을 못 봐요. 다만 한편으로는 '이걸 이렇게 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누구와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러고 싶었고 그 길을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예전에 넷플릭스 초창기에 외국의 유명한 감독님과 미팅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한국 드라마를 꽤 보시고 배우들도 여럿 만나셨더라고요. 배우들에 대해 설명하는데 저를 두고는 '유니크하다'고 하시는 거에요. 순간 '많은 형용사 중에 유니크 담당이야?' 싶었는데 두고두고 생각해보니 감사하더라고요. 제가 고르라고 해도 저는 유니크를 고를 것 같아요."

시인을 꿈꿨던 애순은 극 중 다양한 시를 쓴다. 문소리는 많은 시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오로지 당신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문소리는 '만날 봄인  듯 살겠습니다'라는 시구처럼 앞으로 만날 봄인듯 살 것 같다고 전했다. 

"금명이한테도 '수많은 날이 봄이었어라'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몇 년 전 여름에 친구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갔어요. 이정석의 '여름날의 추억'을 불렀는데 '짧았던 우리들의 여름은 가고/ 나의 사랑도 가고'라는 가사를 보고 슬퍼졌어요. 그 노래가 그렇게 슬픈지 몰랐어요. 그랬는데 '폭싹 속았수다'를 하고 나서 만날 봄인 듯 살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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