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한 국민의힘 “국민께 사과…분열 멈추고 공동체 회복을”

손국희.성지원 2025. 4. 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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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파면] 대선 앞으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 6분 후 단상에 오른 그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했다. 이어 “생각과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헌재 판단은 헌정 질서 속에서 내린 종국적 결정”이라며 “이 결정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길임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나 극단적 행동이 있어선 안 된다.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공동체 회복의 길로 가야 한다”며 “이게 진정 대통령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공식 반응은 이처럼 승복이었다.

조기 대선 체제로의 전환도 서둘렀다. 3시간여 의원총회 뒤 결론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두 달 후면 대선”이라며 “모든 차이를 털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시간은 촉박하지만 절대로 물러설 수 없고 져서는 안 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특히 “피와 땀과 눈물로 지키고 가꿔 온 대한민국 미래를 위험천만한 이재명 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 우리부터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오랜 갈등선이 쉽사리 사라질 리 만무했다. 비공개 의총에선 반탄파(탄핵 반대파) 의원들이 격앙된 발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나경원·정점식 의원은 “단합도 좋지만 기강을 잡아야 한다. 탄핵에 대해 공개 찬성하고 언론에 적극 알렸던 사람들을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도 “80석, 90석의 소수 정예가 되더라도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 의원은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가 국민의 객관적 관점으로부터 너무 멀어져 있었다”는 유의 자성의 목소리는 작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찬탄파로 분류되는 의원은 “우리가 오늘 공개적으로 무슨 말을 하겠나. 조용히 듣다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의총에선 권영세 위원장이 “내 거취를 포함해서 논의해 달라”고 했지만, 당내에선 당 지도부가 사퇴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선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말미에 “하루이틀 더 숙고하고 6일 의총을 다시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잠재적 대선 주자들은 공식 반응을 최소화했다. 탄핵에 반대했던 보수 지지층의 분노를 의식한 듯 조기 대선 언급을 자제했다.

탄핵에 반대했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선고 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파면된 것이 안타깝다. 아픔을 이겨내고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발전하도록 힘을 모으자”고 썼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지 않고, 집회 등 충돌 상황에 대비한 서울시내 현장 관리에 집중했다. 오 시장 측은 “오 시장은 혹시 모를 충돌 사태에 대비해 주말까지 평일 체제로 업무를 볼 예정이고, 정치적 언급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지지자와 당원 동지의 고통·실망·불안을 함께 나누겠다”며 “고통스럽더라도 서로를 비난하지 말고 함께 가자”는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 측은 “출마 선언 등 본격적인 채비는 신중히 속도 조절하고 당원과 지지층을 다독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과정에서 당내 갈등을 겪고, 대표직을 사임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정치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대선 출마를 권유하는 글에 “30년 준비한 걸 모두 쏟아내겠다”는 답글을 달았다. “웃을 상황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가겠다” “라스트 댄스”라고도 썼다. 홍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정국 구상을 담은 저서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연다』를 탈고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다음 주께 본격적인 대선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본다. ‘이재명 대세론’의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확실한 원톱 주자 없이 혼전 양상이다.

이 외에 김기현·나경원·안철수 의원 등 당 중진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출사표를 낼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당원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빠듯한 대선 스케줄을 고려하면 약 3주 이내에 경선이 판가름날 것”이라며 “주자들이 경선 때는 당심(黨心)에 호소하고, 본선 때는 반(反)이재명을 기치로 중도 확장을 노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손국희·성지원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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