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지은 민주당 “국민의 승리…신속한 나라 안정 최우선”
[대통령 파면] 대선 앞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05/joongangsunday/20250405015606375cpmx.jpg)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후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제주 4·3, 광주 5·18 영령들이, 총칼과 탱크 앞에 맞선 국민들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장병들의 용기가 오늘 이 위대한 빛의 혁명을 이끌었다”고 했다.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선고 한 시간 전인 이날 오전 10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탄핵심판 생중계를 시청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엔 시청 장면을 취재진에게 공개했지만, 이번엔 공개하지 않았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오전 11시 선고를 시작해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낭독하기까지 22분간 회의장 바깥으론 별다른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빛의 혁명을 일궈낸 위대한 국민의 승리”(조승래 수석대변인), “빛의 혁명! 빛이신 국민께 감사”(김민석 최고위원), “‘빛의 혁명’을 국민과 완수하겠다”(전현희 최고위원) 등 비슷한 메시지가 이어졌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을 맡은 정청래 의원도 선고 직후 헌재 앞에서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 정권과 국민이 싸우면 끝내 국민이 이긴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에서 “대통령 파면은 그 자체로 비극이니, 언행에 신중하자”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의원단에 “오만하고 경솔해 보이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엄숙함을 유지하면서도 기쁜 표정을 완전히 숨기진 못했다. 이날 민주당의 의원총회 현장에선 안도감과 환호가 이어졌다. 의원들은 서로 악수하며 “고생하셨다” “축하한다”고 했다.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며 단식을 강행했던 이재강 의원 등을 향해 “살 많이 빠졌다” “연예인 오셨다”는 농담도 오갔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 국민의힘은 1호 당원 윤석열을 즉시 제명하고 내란 동조 행위에 동참한 소속 의원을 모두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12·3 계엄 사태 후 122일간 고대하던 최상의 시나리오다.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 선고에 이어 ‘클린 히트’가 이뤄졌다”며 “윤석열 탄핵 기각·각하 등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아, 우려했던 정치적 여진도 최소화됐다”고 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방송에서 이 대표의 대선 출마에 대해 “그 안에 무슨 당장 (재판) 선고가 아직 나올 것도 없고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해 넘을 허들은 낮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통합’과 ‘안정’을 강조했다. 그는 “현직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탄핵되는 것은 다시는 없어야 할 대한민국 헌정사의 비극”이라며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지금 제일 중요한 과제는 신속하게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들이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경제나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국가적 분열이나 대립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민주당도, 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12·3 친위 군사쿠데타 계획에는 5000∼1만 명의 국민을 학살하려던 계획이 들어 있다”며 대결 구도를 강조했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였다.
7~8일 대표직 사퇴와 대선 출마 공식화가 거론되는 이 대표는 이날 국회를 떠나며 “(주말 일정은) 이것저것 생각할 게 좀 많다. 정리할 것도 많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준비해 온 캠프 구성은 마무리 단계다. 윤호중(선대위원장)·강훈식(선대본부장)·김영진(정무 총괄) 의원 등 주요 명단이 내부적으로 확정됐다. 민주당 중앙당사와 200m 거리이자, 이른바 ‘선거 명당’으로 불려온 국회 앞 여의도 용산빌딩 내 사무실이 베이스캠프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동안 물밑 대선 준비를 꽤 많이 진행했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세론’ 가운데 출마 여부를 검토 중인 비명계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파면은 끝이 아니라 국가 대개조를 위한 새 시작”(김경수 전 경남지사),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야 한다”(김동연 경기지사) 등의 입장을 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제 분열의 시간을 극복하고 통합의 마당을 열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심새롬·윤지원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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