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성·호소용, 계엄법 선포목적 안돼 - 국회해산 시도 등 탄핵소추 사유 인정 - 포고령 ‘헌법 위반’ 내란죄 철회 ‘적법’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하면서 12·3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모두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계엄 선포 요건을 포함해 국회에 군과 경찰을 투입한 것은 물론 포고령의 위헌성 등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5가지를 모두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경고성·호소용’ ‘부정선거 의혹 해소’ 등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며 파면 결정 취지를 밝혔다.
불법 계엄 선포 ‘인정’
헌재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는데도 윤 전 대통령이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어기고 불법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봤다. 우선 야당의 ‘줄 탄핵’, 예산안 삭감과 관련해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행사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고성·호소용 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고 정의한 뒤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않고 군경을 동원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가 호소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계엄 배경으로 언급된 ‘부정선거론’은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중대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실체적 요건에 이어 절차적 요건도 어겼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에게 계엄 선포의 취지를 간략히 설명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국회 해산 및 체포 시도 ‘사실’
나머지 탄핵소추 사유도 모두 인정했다. 국회의 군경 투입을 두고는 “국회에 계엄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했다”며 의원들을 끌어내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주요 정치인·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를 한 점도 확인됐다. 헌재는 “국방부장관은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국군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며 “피청구인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고, 국군방첩사령관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위 사람들에 대한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치 확인을 시도한) 대상에는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도 포함돼 있었다”며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이 신빙성을 적극적으로 공격했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진술을 헌재가 모두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포고령 위헌성과 관련,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강조했으며, 중앙선관위 압수수색은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으로 봤다.
형법상 내란죄 철회 ‘문제 없음’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절차적 문제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소추의결서를 내란죄 등 형법 위반 행위로 구성했다가 헌법 위반 행위로 변경한 이른바 ‘내란죄 철회’ 논란에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사유의 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국회 법사위 조사를 거치지 않거나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해 탄핵소추 자체가 무효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앞으로의 탄핵심판에서는 증거와 관련해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전문법칙을 완화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보충의견을 냈다. 정형식 재판관은 다른 회기에도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보충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