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숨죽인 22분… 헌재, 尹·야당 모두 질책했다

김은경 기자 2025. 4. 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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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으로 사회적 혼란 야기” 대목에선 尹측 응시
‘야당 전횡’ 지적 땐 국회 측 바라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4일 오전 10시 59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8명의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안으로 들어섰다.

11시 정각 문 권한대행이 “지금부터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면서 헌정 사상 세 번째로 현직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시작됐다.

탄핵 심판 결정문의 핵심을 요약한 ‘선고 요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문 권한대행이 낭독했다. 대심판정 방청석에는 내외신 기자 10여 명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자리했다. 4819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방청에 당첨된 일반인 16명도 앉아 있었다.

문 권한대행이 선고 요지를 낭독하는 동안 분위기는 엄숙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과 국회 측 반응은 엇갈렸다.

비상계엄 선포, 국회 군경 투입, 계엄포고령 발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 등 다섯 가지 탄핵 사유에 대한 헌재 판단이 나올 때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서는 깊은 한숨이 나왔다. 일부 대리인은 고개를 푹 숙이거나 얼굴을 감싸쥐기도 했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단은 문 권한대행이 사안별 위헌적인 요소를 지적하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헌재의 선고 요지에는 윤 전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을 밝히는 내용뿐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앞세웠던 야당의 전횡을 지적하는 내용도 담겼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탄핵안 22건을 발의해 고위공직자의 직무가 중단되고,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 증액 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는 점 등이었다.

문 권한대행은 이 대목에서 국회 측 대리인단을 향해 몸을 돌려 낭독을 이어갔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해 이를 어떻게든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는 문장을 읽을 때는 여러 차례 국회 측을 쳐다보기도 했다.

반대로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비상계엄의 방식이 아닌)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지적할 때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석을 바라봤다. 헌재는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문 권한대행은 선고 이유를 모두 설명한 뒤 마지막으로 주문을 읽기 전 “탄핵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다”며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11시 22분. 헌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결정문에 선고 시각을 명시했다. 탄핵 사건은 헌재의 다른 심판과 달리 주문을 읽는 순간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분 단위로 시간을 명확하게 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논란을 없앤다는 취지이다.

마지막으로 문 권한대행이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하고 퇴장하자 방청석에서는 야당 의원들 사이에 “감사합니다”라는 외침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재판관들은 이날 오전 6시 54분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을 시작으로 8시 22분 문 권한대행까지 8명이 모두 등청을 마쳤다. 재판부는 선고 전 마지막으로 모여 평의를 하고 결정문을 최종 확정했다고 한다. 선고가 끝나고 이미선·정계선·정정미·정형식·조한창 등 일부 재판관은 낮 12시쯤 대기하던 차량을 타고 헌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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