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근무력증, 첫 국산 치료제 개발 눈앞…시장 진입은 ‘빨간불’
경쟁품보다 이점 부족, 적응증 늘려 출시 계획


중증 근무력증을 개선할 첫 국산 치료제가 처음으로 개발됐지만, 상용화에는 제동이 걸렸다. 판매 권한을 가진 글로벌 파트너사가 치료제의 시장 진입을 보류했다. 경쟁사들이 투약 편의성을 높이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자,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가 진행한 중증 근무력증 치료제 ‘바토클리맙’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좋게 나왔지만, 기술을 이전받은 파트너사가 최근 품목허가 신청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회사의 사업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중증 근무력증은 면역세포가 정상조직이나 물질을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근육 약화로 씹기나 말하기, 삼키기 등이 어려워져 일상 생활이 힘들다. 증상이 악화하면 전신으로 퍼지기도 한다. 실제로 중증근무력증 환자 60% 이상은 전신 중증 근무력증을 앓고 있다. 중증 근무력증의 사망률은 5∼12% 수준이다.
중증 근무력증 환자는 미국에 약 6만6000명, 유럽은 10만4000명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이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6년 29억9600만달러(한화 3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첫 국산 치료제인 바토클리맙은 지난달 21일 나온 임상 3상 결과에서 주요 평가지표를 달성하며 이 시장에서 기대를 받았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미국 파트너사인 이뮤노반트와 함께 캐나다와 미국, 유럽, 한국 등 총 15개국에서 전신형 근무력증 225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했다. 바토클리맙 680㎎ 투약군은 평균 5.6점, 340㎎ 투약군은 평균 4.7점이 개선됐다. 평균 3.6점이 개선된 위약 치료군에 비해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뮤노반트는 중증 근무력증에 대한 바토클리맙의 품목허가 신청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갑상선 안과질환에 대해 진행 중인 바토클리맙의 임상 3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허가 신청을 미루겠다고 했다. 이 결과는 올해 2분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바토크리맙의 시장 진출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시장은 한올바이오파마가 판권을 가진 한국·일본에 한정될 전망이다. 2017년 미국 이뮤노반트의 모회사인 로이반트, 중국 하버바이오메드와 각각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으로, 북미,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 대한 품목허가·판매권이 넘어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제품의 임상시험 결과가 긍정적이더라도, 향후 사업에는 한계가 있다.
이뮤노반트가 바토클리맙의 시장 진입을 보류한 배경에는 경쟁 제품들이 잇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미국 암젠은 이날 자가면역치료제인 ‘업리즈나(성분명 이네빌리주맙)’를 중증 무근력증에 대해 FDA 승인을 받았다. 존슨앤드존슨(J&J)도 중증 근무력증 치료제인 ‘니포칼리맙’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증 근무력증 치료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벨기에 아르젠엑스(Argenx)의 ‘비브가르트(에프가티지모드알파)’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젠엑스는 정맥주사(IV) 제형의 비브가르트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해 지난 2023년 FDA 승인을 받았다.
특히 사전충전주사제(PFS) 제형까지 개발해 이달 승인을 앞두고 있다. 사전충전주사제는 일정량의 약물을 미리 주입해, 주사기로 약물을 옮기지 않고 환자가 바로 쉽게 투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브가르트는 지난해 22억달러(3조2300억원)의 매출을 내며 전년 매출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당초 바토클리맙의 최대 강점이자 차별점은 자가 투여가 가능한 SC 제형이라는 것이었다. 경쟁 제품이 대부분 IV 제형이었던 과거에는 이러한 차별성이 통했지만, 투약 편의성이 더 높은 PFS 제형이 먼저 나올 경우 바토클리맙 SC 제형은 시장성이 줄어든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이뮤노반트가 류머티즘과 그레이브스병에 대해서는 바토클리맙(HL161ANS)을 자동주사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중증 근무력증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지만, 향후 더 큰 시장 기회를 노리기 위해 다른 임상시험 결과를 지켜보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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