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이로운 것 주면 협상 가능”…전문가 “민·관 조율, 대미 투자 강조 필요”
오버비 “첨단기술 대미 투자 바탕 설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 하루 뒤인 3일(현지시간) “반도체 (관세)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주식시장 폭락에 대해선 “예상됐던 것”이라며 “환자가 수술받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경이로운”(phenomenal) 제안을 한다면 관세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도 밝혀 향후 한국의 협상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상호관세 협상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누가 우리에게 경이롭고 좋은 것을 주겠다고 말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이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을 승인하는 문제를 미국이 부과한 관세와 연관 지어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관세는 우리에게 강력한 협상력을 주고 있다. 모든 나라가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도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통령은 관세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비상사태”(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도 백악관이 상호관세를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의 출발점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지침을 마련해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협상에 따른 관세 조정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경향신문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협상에 열려있다고 한 만큼 한국은 협상을 통해서 공정하지 않은 상호관세율을 최대한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 위원은 그러면서 “미국이 원하는 기업의 투자나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미국 제조업 기반에 대한 기여 등을 놓고 민간과 정부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다”라며 “조속한 정치적 안정을 통해 트럼프와 정상급 협상 타결을 추진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 위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의 패턴상 의회를 배제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어 FTA 재협상부터 행정부 차원의 새로운 협정이나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까지 모두 열려있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 선임고문도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조선,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 부문의 대미 투자를 바탕으로 강력한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버비 고문은 또한 “한국이 장기적 무역이슈를 해결하겠다는 점을 보여주면 협력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구글맵 허용, 30개월 월령 소고기 수입 허용, 온라인 플랫폼 규제 추진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미국이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해 온 사안에 대해 선제적 조처를 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업계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버비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드라이브가 동맹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방과 동맹을 고율 관세로 때리는 트럼프의 접근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관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미국의 공세적 행동은 한국과 일본을 중국 쪽으로 좀 더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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