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도 새 스타트업 늘어난 독일, 유니콘 날개 달 수 있을까


독일의 경기 침체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 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스타트업 허브로 꼽히는 베를린을 비롯해 뮌헨,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등은 특히 활발한 성장세를 보였다. 위기의 시대에도 이어지는 창업가들의 도전은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지난 정부가 물러나고 기독교민주연합(CDU)과 사회민주당(SPD)이 새 연립정부 구성을 준비하는 지금, 업계의 전망엔 희망 섞인 기대가 엿보이지만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놓인 불안도 함께 감지된다.
독일 전체 스타트업과 투자자 생태계를 아우르는 데이터베이스 업체 스타트업디텍터와 스타트업 협회는 지난 1월 보고서를 내어 2024년 한 해 동안 독일에 새로 설립된 스타트업 수는 2766개라고 발표했다. 2023년에 비해 11%포인트 뛴 수치로, 조사를 시작한 이래 두번째로 높은 기록이기도 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기업이 설립된 시기는 팬데믹이 덮쳤던 2021년(3196개)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베를린에 생긴 기업 수가 498개로 가장 많았고, 베를린 근교로 통하는 브란덴부르크 주에도 62개 기업이 새로 들어섰다. 수도권 다음으로 뮌헨(203개), 함부르크(161개)가 뒤를 이었다.
신규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역시 소프트웨어(618개) 부문이었다. 보고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 인공지능(AI)을 통한 효율성 향상을 추구하는 기류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지난해 독일 스타트업 172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선 생성형 인공지능을 제품으로 제공하는 비율은 59%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전하기도 했다.
투자 전망에도 초록불이 켜졌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의 스타트업 지표를 보면, 벤처캐피탈(VC) 총 투자는 지난해 70억유로(약 10조5000억원)로 증가했다. 2023년보다 1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쪽 독일 스타트업들이 받은 투자 규모만 22억유로(약 3조3000억원)이고, 의료 분야도 호황을 누려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2배 증가한 9억5800만유로(약 1조4370억원)로 집계됐다고 한다.
조사를 책임진 언스트앤영의 토마스 프뤼버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높은 이자율과 신중한 투자자들의 성향, 약세인 경제에도 불구하고 독일 스타트업 시장은 최근 몇년간 저점을 기록한 뒤 2024년 안정화됐다”고 평가했다. 테크 분야가 대세라는 것을 입증하듯, 투자도 관련 분야 기업에 몰렸다. 지난해 독일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세 기업은 △뮌헨 인공지능 기반 방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헬싱(4억5000만유로·약 6750억원)△쾰른 언어 인공지능 기업 딥엘(2억7700만유로·약 4155억원)△아헨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블랙세마이어컨덕터(2억5000만유로·약 3750억원) 순이다.
그러나 독일 스타트업 성지로 꼽힌 베를린은 그 명성을 잃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투자가 몰린 세 기업만 봐도 모두 베를린 기반이 아닌 데다, 뮌헨의 주도인 바이에른 지역으로 중심추가 옮겨가고 있다는 불안감이다. 바이에른주 스타트업은 지난해 모두 합해 23억유로 규모 투자를 받았는데, 이는 전년보다 6억1400만 유로 증가한 수치였다. 반면 베를린은 2억400만유로 감소한 22억유로 규모로 바이에른보다 적었다. 베를린이 대학과의 협력·연계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데서 부진함의 이유를 찾기도 한다. 특히 기술 분야일수록 과학 연구와 산업의 연계가 중요한데, 베를린에서 대학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비율은 46%로 전국 기준(55%)보다 낮다.
신규 창업과 투자가 늘어난 반면, 소리 없이 사라지는 스타트업의 수 또한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집계된 스타트업 파산 건수는 사상 최고치로, 2023년 대비 17% 포인트 늘어난 336개 기업이 파산 신청을 했다. 2022년에 비하면 85% 포인트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침체된 경기 속에서 경쟁은 심해지고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기업들이 많아진 것이다. 최초로 전기추진 에어택시를 선보이며 기대를 모았던 볼로콥터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으로 꼽혔지만, 지난해 12월 파산신청에 들어갔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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