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발효과학의 산물… 中 파오차이와 다르다[권대영의 K푸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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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과학을 전혀 모르면 '김치가 같은 절임류로서 중국의 파오차이(泡菜), 일본의 쓰케모노(泡菜)와 탄생의 궤를 같이한다'는 일부 학자의 주장을 쉽게 믿게 된다.
심지어 몇 년 전 중국의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김치가 중국의 유산이다'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는 한국 학자들이 비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김치와 파오차이의 뿌리가 같다고 주장해 중국에 빌미를 준 결과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면 김치는 절임류로 분류하면 안 되는 발효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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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맛있는 김치는 젖산균이 자라면서 부패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젖산을 내면서 발효되는 과정을 거쳐야 만들어진다. 날씨가 너무 더우면 젖산균보다 나쁜 균이 먼저 자라 부패하게 되고, 너무 추워 얼어버리면 부패균도 젖산균도 자라지 못한 채 배추의 조직이 물러져 못 먹게 된다. 그래서 여름에는 김치를 담가 깊은 우물 속에 넣어 젖산 발효가 서서히 일어나게 하고, 겨울에는 김장을 하고 독을 땅속에 묻어 김치가 얼지 않고 서서히 발효되게 한다. 김치는 소금과 초산 물에 담가두기만 하면 되는 중국의 파오차이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땅속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때 젖산이 과하게 발효되면 산이 생기면서 산도가 높아져 젖산균이 자라지 못하고 다른 균이 자랄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공기와 닿은 표면 부분에는 곰팡이가 하얗게 끼는 ‘골마지’가 생긴다. 이때 우리 조상들은 겉 골마지 부분을 살짝 걷어내고 속에 있는 김치를 꺼내 먹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속에 있는 김치에서도 젖산 발효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다른 잡균의 작용에 의해 군내(군둥내)가 나는데, 이렇게 된 김치를 ‘묵은지’(묵은 김치)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봄동이 나기 전까지 시어 버린 묵은지를 어떻게라도 먹었으면 하는 간절함과 처절함으로 묵은지를 다시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들이 알아낸 것은 다름 아닌 묵은지를 끓이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발견도 아마 천 년의 김장문화 역사와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다.
신김치에 물을 정도껏 부어 보글보글 끓이면 상큼한 김칫국이 됐고, 여기에 멸치라도 넣으면 감칠맛이 더해져 훌륭한 국이 됐다. 또 묵은지에 물을 넣고 지글지글 끓이면 군내는 사라지고 서로 먹으려는 아주 구수한 김치찌개가 됐다. 어쩌다 장에 갔다 오거나 잔칫날 돼지고기를 넣으면 잊을 수 없는 맛의 찌개가 됐다. 동네에 두부 장수라도 오는 날이면 김치에 두부를 넣고 자작자작 끓여 동네 사람들이 함께 나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두부김치를 만들었다. 이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맛있는 요리다. 요즘은 김치찌개 뒷마무리 즈음 라면을 넣어 끓여 먹으면 그렇게 맛있는 라면도 없다. 김칫국, 김치찌개, 두부김치가 맛이 없는 집은 충분히 발효되지 않은 김치를 사용해서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치찌개는 파오차이나 쓰케모노로는 절대 탄생할 수 없다. 우리 고유의 김장 문화에서만 탄생할 수 있는 음식이다. 과연 중국인이 이 김치찌개 맛을 알까?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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