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 감독 “BNK, 부산의 자랑이 되길” MVP 안혜지 “우승 맛 보니 한 번 더 욕심”

김희국 기자 2025. 4. 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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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WKBL 챔피언

2024-2025시즌 여자프로농구 별이 된 부산 BNK 썸의 박정은 감독과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안혜지가 지난 2일 국제신문을 방문했다. 박 감독과 안혜지는 이번 시즌 가장 힘들었던 순간부터 우승 소감, 앞으로의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BNK 팬들에게 풀어 놓았다.

2일 국제신문을 방문한 부산 BNK 썸 박정은(왼쪽) 감독과 챔피언결정전 MVP 안혜지가 우승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windstorm@kookje.co.kr


# 박정은 감독

- 정규리그 선수 부상 가장 힘들어
- 중심 잘 잡아준 박혜진에 고마움
- 스몰라인업에 빅맨 활용 계획

“BNK가 부산의 가족, 자랑이 되길 바란다.”

BNK 박정은 감독은 많은 것을 이뤘다. 여성 사령탑 최초 우승, 선수·감독 모두 우승을 경험한 첫 번째 주인공 등. 이젠 박 감독 앞에 ‘여성’이란 수식어가 불필요하다. 감독과 지도자로서 박정은을 바라봐야 할 시간이 왔다. 앞으로 BNK의 왕조 건설과 결을 같이 한다. 박 감독은 “그동안 여성 지도자란 편견을 깨야 했다. 부담스러웠지만 누군가는 가야 할 길을 개척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부터는 ‘여성’ 수식어를 떼고 그냥 지도자로서 경쟁하고 선수들과 팀 발전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생각하는 팀 발전은 무엇일까. 그는 “BNK는 창단 6년 밖에 되지 않은 팀이다. 부산에서 BNK보다 더 긴 역사를 가진 프로스포츠 팀들이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앞으로 BNK가 더 좋은 성적을 내서 BNK가 가족이란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 감독으로서 BNK가 부산의 자랑이란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내가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농구의 명가를 가르는 기준처럼 여겨지는 3연패, 일명 ‘쓰리핏’ 같은 단어를 기대했지만 박 감독은 에둘러 표현했다. 그 속에 담긴 뜻은 팬들도 알 것이다.

챔프전 우승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박 감독은 “3, 4라운드에서 부상자들이 나올 때였다. 개막부터 오랫동안 1위를 달린 피로감이 큰 데다 부상으로 선수들이 빠지면서 다른 선수들과 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도 부담이 컸다”고 돌아봤다. 심지어 5라운드는 극한까지 몰린 상태에서 버텼다고 했다. 박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했다”며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부상 선수들을 무리하게 기용했다면 역효과가 나서 챔프전 우승은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박 감독은 ‘내 마음속 MVP는 박혜진’이라며 최고참 박혜진에 대한 고마움을 기회가 될 때마다 표현했다. 왜 그랬을까. 박 감독은 “비시즌 때부터 팀의 중심을 잘 잡았다. 우리 팀이 승리, 우승을 위해 뭉칠 수 있는 역할을 해줬다”며 “강팀이 될 수 있는 비결을 선수들에게 잘 전파했고, 코트에서 나를 대신해 선수들을 이끌었다. 한 시즌 전체를 봤을 때 MVP는 박혜진이라고 망설임 없이 꼽을 수 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박 감독의 머릿속은 다음 시즌 구상으로 복잡하다. 이번 시즌 BNK의 시그니처였던 스몰라인업을 유지할 것인가. 박 감독은 “스몰라인업의 활용 해법은 어느 정도 찾았다. 그것을 바탕으로 빅맨들도 기용하면서 변화를 줄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이번 시즌 박성진 변소정 심수현 등 식스맨들의 성장을 확인했다. 실제 이들은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음 시즌에는 이들을 포함해 김민아 김정은 등의 성장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명가를 세우려면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선수 중심으로 강팀을 만들어야 한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아시아 쿼터를 통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 MVP 안혜지

- 이번시즌 통해 희생정신 깨달아
- 어시스트상 불발 아쉬움 없어
- 같은 창단 멤버 이소희에 애틋

“팀이 중심이다.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알아야 우승을 할 수 있다.”

챔프전 MVP 안혜지. 아마도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 전체를 통틀어 안혜지만큼 천당과 지옥을 맛본 선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가장 궁금한 우승 소감을 물었다. 부산을 연고지로 삼은 프로 구단 중 우승의 맛을 아는 선수는 거의 없다. 그건 팬도, 기자도 마찬가지다. 안혜지는 “해보니까 한 번 더하고 싶다”며 “주변에서 좋아해 주고, 부산에서 부산이 이긴 것처럼 여기니까 그런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더 잘하고 싶은 생각도 강하다”고 말했다.

안혜지는 챔프전에서 적지 않은 ‘어록’을 남겼다. 원정으로 치러진 챔프전 2차전 후 “우리(사직) 체육관에서 빨간색 폭죽이 터졌으면 좋겠다. 지금 생각나는 게 그것뿐이라 그것만 보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빨간색 폭죽은 사직 3차전에서 우승 결정 후 터졌다. MVP로 선정되자 “정규리그는 1위를 해도 ‘별’을 안 준다고 해서, 별만 보고 달렸다”고 했다.

안혜지가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어록을 만든 배경이 있다. 정규리그 6라운드에서 우리은행과 치열하게 1위 경쟁을 벌이던 때 안혜지는 청주 KB와 경기 막판 자유투 2개를 놓쳤고 팀은 패했다. 안혜지는 이후 여러 곳에서 미안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팀원들도, 코칭스태프도 아니라고 했지만 혼자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하지만 챔프전 우승과 MVP로 말끔하게 씻어냈다. 안혜지는 “KB전은 큰 경험이었다. 팀에 미안한 만큼 더 열심히 하고 한 발 더 뛰려고 했는데 감사하게도 도움이 됐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돌아봤다.

안혜지는 BNK의 창단 멤버다. 6시즌을 보내면서 극과 극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과 이전은 어떻게 달랐을까. 안혜지는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게 무엇인지 이번 시즌 알게 됐다”며 “작년까지는 내가 슛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올해는 달랐다. 팀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슛 연습을 해야 한다는 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팀을 위해 모든 선수들이 희생하고 팀원들의 목표가 똑같아진 점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혜지는 “주위에서 어시스트상을 놓쳐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어시스트는 그냥 내 개인 기록상일 뿐이다”며 “우리 팀 전체를 봐도 그렇다. 그건 모두가 잘했다는 뜻이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팀을 이끌어 가야 하는 에이스의 책임감도 짊어져야 한다. 안혜지는 “농구는 팀워크가 중요한 운동이다. 앞으로 모든 팀원이 팀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깨닫도록 계속 이야기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안혜지에게 이소희는 조금 특별한 선수다. 둘은 BNK의 창단 멤버로 지금까지 꿋꿋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혜지는 “(이)소희랑 힘들 때부터 같이 있었지만 이런 시간이 올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좀 더 큰 꿈을 보고 (소희와)같이 달려갔으면 좋겠다. 팀이 우승하면 소희가 MVP를 받아도 좋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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