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곳'이 어디?…허술한 대피 체계, 산불 고령자 피해 더 키웠나
고령인구 높은 지역의 산불 위험 기간↑
최근 대형산불로 드러난 재난문자 허점
전문가 "자위 소방대·사이렌 경보 필요"
![[청송=뉴시스] 이무열 기자 = 최근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계기로 재난 발생 시 취약 계층으로 꼽히는 고령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7일 경북 청송군 진보문화체육센터 대피소에서 산불을 피해 대피한 어르신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5.03.27. lmy@newsis.com](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03/newsis/20250403134618160atmz.jpg)
[서울=뉴시스]박영주 정예빈 수습 기자 = #1. 지난달 25일 경북 청송 진보면에서 80대 노인 A씨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인근에서 실종됐던 90대 노인 B씨도 이틀 뒤 자신의 집에서 불에 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경북 일대를 휩쓸던 불길을 피하지 못하며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31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 29명이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파악됐다. 이에 재난 발생 시 취약 계층으로 꼽히는 고령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경북 의성·안동, 경남 산청·하동, 울산 울주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총 7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들 중 8명은 중상을 입었고 31명은 사망했다.
이번 산불 사태 사망자 중 93.5%는 60세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한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본부장)은 지난달 27일 산불 대응 중대본 6차 회의를 열고 "사망자와 중상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산불이 발생한 지역은 고령인구 비중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경북 지역과 경남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각각 24.7%와 20.8%로 전국 평균인 19.2%를 웃돌았다. 서울은 18.8%, 인천은 17.0%, 경기는 16.0%를 기록했고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지역은 총 8곳이다.
고령층의 경우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른 경우가 많아 삶의 터전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에 대피를 망설이면서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젊은층보다 신체 능력이 저하되면서 초속 13.4m에 이르는 강한 바람을 탄 산불 등에 빠르게 대응하는 데 한계도 있다.
특히 이번 대형 산불 당시 산간 지역 고령층 주민들이 재난문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는 구형 휴대폰을 이용해 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재난문자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재난문자에 대피 장소를 명시하지 않거나 잘못 게재해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경북 청송은 지난달 25~26일 이틀 동안 처음에 안내한 대피 장소를 세 차례나 바로잡았다. 25일 오후엔 파천면 주민의 대피장소를 소노벨에서 국민체육센터로 바꿨고 26일엔 안덕면 주민에게 청송중고등학교 강당 대신 '안덕면 대피계획에 따른 안전한 곳'으로 8분 만에 정정했다.
![[안동=뉴시스] 이무열 기자 = 최근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31명이 사망했고 이들 중 29명이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29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한 주택이 산불로 전소돼 있다. 2025.03.29. lmy@newsis.com](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03/newsis/20250403134618387ybgv.jpg)
기후위기에 따른 산불 위험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그린피스가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팀에 의뢰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전남은 산불 위험 시작일이 4월 15일에서 3월 4일로, 경남은 2월 마지막 주에서 첫째 주로 앞당겨졌다. 즉 고령자가 많이 사는 지역의 산불 위험 지속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기 전에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의 인구 구조도 위기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고령 인구 비중은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은 2036년 30%, 2054년에는 40%를 넘어서게 된다.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 고령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짚었다.
백찬수 대구보건대학교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휴대전화에 의존해 (재난문자를) 보는 방식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며 재난 상황이 발생했음을 누구나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이렌 경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화재 감지 센서'를 마을과 산 주변에 배치해 신속하게 화재 경보를 작동시키고 마을 차원에서 노인들의 신속한 대피를 돕는 '자위 소방대'를 조직하는 것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위험 상황이 마을에 닥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이라며 "선제적 대피를 어떤 식으로, 어느 시점에서 해야 할지에 대한 상황 판단 같은 부분들에 체계와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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