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 이발사 할 상황이었는데… 연봉 100만 달러 선수, 다저스 스타 군단 핵심으로 인생역전

김태우 기자 2025. 4. 3. 0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다저스 입단 이후 기량 향상을 선보이며 이제는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투수가 된 앤서니 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 좌완 불펜 투수 앤서니 반다(32)는 공을 던지는 것 외에 특별한 재주가 있다. 본업은 야구 선수고, 부업은 헤어 스타일리스트다. 머리를 깎는 기술이 꽤 특별하다.

긴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였던 팀 동료 토니 곤솔린이 최근 이발을 했을 때, 그 마무리도 반다의 작품이었다. 긴 머리를 처음 잘라내는 것은 베테랑 미겔 로하스가 맡았다. 하지만 긴 머리를 자르는 것과 나머지를 다듬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이를 반다가 맡았다. 처음이 아니었다. 반다는 2009년 처음으로 이 세계에 입문했다. 친구가 “머리를 잘라주면 20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반다는 “이 기술을 배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웃는다.

이후 독학으로 이발을 공부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텍사스주 자택 근처 이발소에서 실제 일을 한 적이 있다. 물론 프로야구선수로 진로를 정한 뒤라 전업은 아니었지만, 반다는 야구 선수가 된 뒤에도 자택에 간이 이발소를 차렸다. ‘손님’은 받지 않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머리를 손질하는 것이 낙이다.

어쩌면 2025년, 반다는 다저스타디움의 마운드가 아닌 전업 이발사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야구 선수로서의 길이 너무 험난했기 때문이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밀워키의 10라운드(전체 335순위) 지명을 받은 반다는 2017년 애리조나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2018년 탬파베이로 이적한 이후에도 출전 경기 수는 좀처럼 늘지 않았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매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음에도 출전 경기 수는 단 18경기뿐이었다.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를 오가는 그런 유형의 선수였다.

▲ 저니맨 신세로 은퇴까지 생각했던 반다는 다저스라는 스타 군단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화려한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이후 반다는 저니맨이었다. 2021년 뉴욕 메츠와 피츠버그, 2022년 피츠버그와 토론토, 그리고 뉴욕 양키스로 이리저리 팀을 옮겨 다녔다. 대개 자의는 아니었다. 2023년 워싱턴으로 옮겼지만 이해 메이저리그 출장 경기 수도 10경기였다. 연봉도 오르지 않았고, 이 생활에 지쳐가고 있었다.

반다는 다저스 전문 매체 ‘다저스 네이션’과 인터뷰에서 “어느 시점에서 아마도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실제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2023년까지 개막 로스터에 포함된 것은 단 한 번이었다. 그러나 반다는 2024년 LA 다저스의 부름을 받은 뒤 생각을 고쳤다.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연봉 100만 달러도 되지 않는 이 선수가 다저스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를지는 아무도 몰랐다.

선수의 숨겨진 재능을 간파하고, 그 재능을 구단의 필요에 따라 100% 활용하는 재간이 있는 다저스는 반다의 몇몇 부분만 고치면 충분히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써먹을 수 있는 선수라고 여겼다. 지난해 일부 교정을 거친 반다는 시즌 48경기에 나가 3승2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하며 다저스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떠올랐다. 다저스는 우완에 비해 좌완 불펜이 부족했고, 그나마 필승조였던 알렉스 베시아가 부상으로 이탈한 시기가 있었는데 반다가 이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 반다는 은퇴 후 이발사로 일할 생각까지 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은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올해 연봉이 100만 달러로 오른 반다는 필승조로도 활용 중이다. 요소요소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동안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 피안타율 0.77,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0.50의 짠물 피칭이다. 이제 더 이상 메이저리그라는 이름에 떨지도 않는다. 지난해 경험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다저스 입단 이후 포심 평균 구속이 1마일(1.6㎞) 이상 오르는 등 구위와 커맨드 모두 좋아졌다.

반다는 은퇴 후에는 이발사로 일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최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자택에 이발소가 있고, 이발 도구와 면도기도 갖추고 있다”고 웃으면서 “지금 외부 손님을 받지는 않지만 현역 은퇴 후 경력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활약이라면 그가 가위를 들고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는 일은 한참 뒤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저스 불펜의 대박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