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트렌드] 태양광 관련주에 볕 드나…美 태양광 설치 역대 최대

박재원 2025. 4. 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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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투자 트렌드

‘태양광 투자 바닥은 어딜까…’

올 들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태양광 관련주에 투자한 사람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대표적 친환경 수혜 테마로 꼽히던 태양광 관련주가 근 1년간 끝없이 추락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 중국 태양광 공급 과잉 등이 겹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바닥’을 예상하고 태양광 관련 종목을 담았던 ESG 펀드들도 수익률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하지만 미국 내 태양광 설치량이 사상 최대치로 불어나며 시장의 기대감이 솔솔 피어나고 있다. 과연 어두운 터널을 지난 태양광에 볕이 들 수 있을까.

1년 새 30% 폭증

지난해 미국 내 태양광 설치량은 총 50.0GW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것이다. 4분기 설치량은 총 18.8GW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2%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용은 같은 기간 28% 줄었지만, 유틸리티(16.2GW), 상업용 및 커뮤니티(1.4GW) 부문에서 각각 42%, 18%씩 1년 새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생산된 전력 중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작년 신규 전력 생산량 중 태양광은 66%로, 비율이 가장 높았다. ESS(18%), 풍력(10%), 천연가스(4%) 등과 비교할  눈에 띄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세액 공제 수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4분기 프로젝트 수주는 60%가 메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몫으로 향후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소 건설 계약 건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신규 태양광이 설치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미국태양광산업협회(SEIA)에 따르면, 올해 총 49GW의 태양광 시설이 새롭게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업용 태양광이 전년 대비 다소 부진한 대신 주거용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한 수요로 인해 작년 설치량이 기대치를 웃돌면서 올해 설치량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IRA 보조금이 그대로 남을 경우 수요 기대치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견조한 성장 기대감 고조

주가 성적표와 달리 태양광시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지속돼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 태양광산업은 2000년 이후 기록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현재 미국 내 설치된 태양광발전 용량은 총 210GW로, 이는 미국 내 36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치로 알려졌다. 2022년 미국 정부의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강제노동과 관련해 태양광 모듈 수입 제한 조치에 따른 수급 차질로 일시적 정체를 겪은 미국 태양광산업은 최근 모듈 수급 개선에 따라 안정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KOTRA의 분석이다.

전망도 밝다. 미국 태양광발전 용량은 향후 5년간 연평균 4%씩 확대돼 2029년에는 현재 2배 수준인 440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단기 에너지 전망(STEO)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믹스에서의 태양광발전 비중은 2023년 4%에서 2024년 5%, 2025년 7%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며, 2025년에는 미국에서 태양광발전 용량이 석탄 화력발전 용량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태양광 가격을 끌어내린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전략이 전환점을 맞은 것도 호재로 꼽힌다. 중국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모듈 제품 가격을 연달아 인상하고 있어서다. 상하이금속시장(SMM)에 따르면 중국에서 태양광 패널 등 핵심 소재인 코발트의 평균 가격은 톤당 22만 위안(약 44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대비 20% 넘게 올랐다. 안티모니 잉곳의 평균 가격은 같은 날 전주 대비 1.86% 오른 톤당 16만4000위안에 거래됐다. 연초에 비해 가격이 약 15% 뛰었다. 원자재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중국 태양광 모듈업체도 판매 가격을 높여 잡았다. 

트럼프 정책 뒤집기 제동?

핑크빛 전망과 달리 수익률은 저조하다. 글로벌 태양광 솔루션 기업인 퍼스트 솔라의 경우 올 들어 주가가 30%가량 추락했다. 태양광 마이크로 인버터 제조업체 인페이즈 에너지도 같은 기간 주가가 약 10% 떨어졌다. 태양광 대표 상장지수펀드(ETF) 인베스코 솔라 ETF도 최근 6개월 새 주가가 20%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시장의 성장성과 별개로 트럼프 정부의 반친환경정책에 대한 불안감과 미국 증시 부진 등이 겹치면서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단적 친환경 정책 폐기가 예상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임기를 시작한 이래 미국 행정부가 내린 조치에 대해 연방법원 판사 3명이 각각 제동을 걸었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트컨 판사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지급이 결정된 환경단체 보조금을 취소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조치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이는 미국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보조금 139억7000만 달러(약 20조3000억 원)를 지급받을 예정이었으나 받지 못하게 된 3개 환경단체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처트컨 판사는 아울러 보조금이 입금된 씨티뱅크 계좌에 대한 동결을 명했다.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도록 허용할 경우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없다는 이유였다. 처트컨 판사는 EPA가 환경단체 보조금이 ‘사기’, ‘낭비’, ‘유용’으로 새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EPA가 근거로 제시한 사항은 “모호하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뿐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의회 승인을 얻어 IRA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감축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산업은 미국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향한 필수 에너지원으로, 앞으로 지속적 성장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박재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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