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야,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그런데 이거 문제 없을까?
- 韓 챗GPT 이용자도 120만 돌파
- 지브리 명성 이용한 돈벌이 비난
- 저작권·창작자 의도 훼손 우려도
“챗GPT야! ‘폭싹 속았수다’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 이미지를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 스타일로 이미지를 변환하는 밈(meme) 이 확산되고 있다. 지브리 화풍을 입힌 사진을 프로필 이미지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브리 프사 열풍’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열풍은 오픈AI가 지난달 25일 ‘챗GPT-4o 이미지 생성’(ChatGPT-4o Image Generation) 모델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원하는 이미지를 위해 프롬프트를 하나하나 입력해야 했던 기존 모델과 달리,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챗GPT-4o 이미지 생성’의 특징. 지브리 외에도 심슨 가족, 디즈니, 슬램덩크 등 다양한 인기 애니메이션 스타일로의 변환이 가능해지면서 ‘AI 시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우리나라 챗GPT 일간 이용자 수는 처음으로 120만 명대를 기록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챗GPT 국내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역대 최다인 125만2925명으로, 지난달 1일 DAU 79만9571명에 비해 56% 급증한 수치다.

글로벌 반응도 뜨겁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에 “26개월 전 챗GPT를 출시했을 때 5일 만에 100만 명의 이용자가 늘었지만 (방금은) 단 한 시간 만에 100만 명 이용자가 추가됐다”는 글을 남기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그는 앞서 X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화풍으로 올려 주목받기도 했다.
다만,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올트먼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서버가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음을 시인했다. 서버 과부하를 이유로 무료 이용자들은 이미지 생성 결과물을 받기 어려운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유료 회원에게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셈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픈AI가 지브리 명성을 이용해 유료 구독 전환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저작권 침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서비스가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창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오픈AI는 지브리와 따로 저작권 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브리 측이 오픈AI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할 경우, 오픈AI의 AI 모델이 지브리 작품으로 학습됐는지가 논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앞서 오픈AI는 미국 언론인 출신 논픽션 작가들로부터 저작권 고소를 당한 바 있다. 논픽션 작가들은 자신들의 책이 동의 없이 챗GPT 훈련에 사용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이번 ‘지브리 열풍’과 관련해 일본 아사히 신문은 “지브리 화풍은 단순한 그림체가 아닌, 철학과 정신의 산물”이라며 “이를 AI가 무단 모방하는 것은 창작자의 의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와중에 마국 백악관 공식 계정도 지브리풍 이미지를 게시하며 이 흐름에 동참했는데, 해당 이미지가 불법 체류자 추방 정책을 홍보하는 데 사용되면서 지브리 화풍을 이용해 이민자 탄압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평화주의자임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브리를 공동 설립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2016년 NHK 다큐멘터리에서 AI 그림에 대해 “인간의 삶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참고로 지브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명작들로 국내에도 많은 마니아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제작사로, 한 땀 한 땀 수작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도 7년 동안 오로지 수작업만을 고수하며 완성한 결과물이다.
창작자가 몇 년에 걸쳐 만든 이미지를 AI가 몇 초 만에 비슷하게 뚝딱 양산해 버리는 시대.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는 이에 대한 우려를 다음과 같이 표명했다. “오픈AI가 AI 이미지 생성에 있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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