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권 확대' 취지에도 우려 속출…고교학점제 과제는?
[EBS 뉴스]
올해 1학기부터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생처럼 저마다 수업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됐습니다.
학생 선택권을 넓히고,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자는 취지지만, 벌써부터 우려도 나오는데요.
2028학년도 대입 개편과 맞물려 학교 현장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지금부터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올해부터 본격 도입 '고교학점제'
2028 대입개편'과 맞물려 변화 예고
흥미와 진로에 따른 수업 설계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보장
'출결 처리' 문제로 도입 초기부터 혼란
교사·공간 부족 문제도 제기
'고교학점제' 풀어야 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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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네 전면 도입 한 달을 맞은 고교 학점제에 대해서 지금 학교 현장의 상황과 과제를 직접 자세히 들어봅니다.
김희정 경기교사노조 대변인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이 고교 학점제가 올해 3월부터 전면 도입이 됐습니다.
이제 한 달 정도 됐는데 학교 현장 분위기가 어떤가요?
김희정 대변인 / 경기교사노조
현장은 솔직히 준비되지 않은 제도가 전면 시행됨으로 인해서 굉장히 혼란스럽습니다.
본래의 고교학점제는 입시와 경쟁 위주의 교육을 완화하고 학생들에게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고교 학점제가 기존의 학교 시스템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몇 가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선행 조건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내신 유불리에 따라서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신이 절대평가 되어야 되고요.
그다음에 학교 시스템은 교과목 중심으로 이제 편성되기 때문에 기존의 담임제가 아닌 지도 교사제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교사 충원이 절대적인 조건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인데 처음 고교학점제 로드맵이 나오고 지금까지 한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대평가 유지되고 있고, 담임 제도도 그대로이고, 교사는 충원은커녕 2025년 올해만 2천 명이 넘는 교사들이 감축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28 대입 개편안은 사실 통합형 수능 중심으로 선택 과목의 비중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고교 학점제하고는 굉장히 맞지 않고요.
그래서 앞으로 수업들이 수능 문제 풀이 중심으로 파행 운영될 것을 현장 선생님들은 우려하고 계시고, 어쨌든 현실과 모순되는, 현행 학교 시스템과 모순되는 입시 제도로 인해서 고등학교 교육이 붕괴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까지도 갖고 계신 상황입니다.
서현아 앵커
인프라는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제도만 시행이 되면서 여러 가지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특히 3월 초부터 학생들 출결 처리 문제가 또 논란이었습니다.
교육부에서는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했는데 이 체감하는 변화가 있을까요?
김희정 대변인 / 경기교사노조
네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는 고교학점제가 기존에도 계속 고교 학점제가 이루어졌지만, 올해의 가장 큰 본격 시행의 차이점은 이수/미이수제가 적용된다는 건데요.
교육부는 그래서 학기 초 바뀐 출결 처리 지침을 학기가 시작된 이후에야 학교로 안내를 했고, 그리고 현행 담임제와는 전혀 맞지 않는 그런 지침들로 가득한 방침으로 인해서 바쁜 3월, 선생님들은 굉장히 출결 처리로 인해서 큰 혼란과 고충을 겪고 계시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 선생님들은 교육부의 출결 처리 방침의 시기도, 내용도, 방법도 모두 학교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분노하고 계십니다.
교사노조연맹에서 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얼마 전에 출결 관련해서 '변화된 고등학교 1학년의 출결 처리가 수업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느냐' 라는 질문을 했고요.
무려 94%의 교사들이 '그렇다, 출결 처리로 인해서 수업이 훼손되고 있다'라고 응답하셨습니다.
그래서 출결 관련 현장의 항의가 이렇게 거세지니까 교육부에서는 일부 시스템을 개선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이 굉장히 절대 다수고요.
출결이 그 학생들의 이수/미이수를 판별하는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올해부터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준비와 대응이 이렇게밖에 안 되는 것에 대해서 선생님들이 매우 큰 우려를 표하고 있고, 교육부에 대한 불신이 지금 매우 높아진 상태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고교 학점제의 핵심이 선택 과목이 굉장히 다양하고, 학생들이 듣는 과목 다 다른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선생님 한 분이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감당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우려도 나오는 것 같아요.
김희정 대변인 / 경기교사노조
맞습니다.
교사 충원이 기본인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기본 한 사람의 교사가 여러 과목을 담당할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고교학점제는 예전에는 그전까지 학년제였는데, 이제 학기제가 기본 운영으로 됩니다.
그래서 기존에는 1년에 한 과목이나 두 과목 정도를 담당했다면 교사들이 지금은 학기별로 3~4 과목, 최대 5과목까지도 맡고 계십니다.
그래서 여러 과목의 수업을 준비하면 그냥 수업만 준비하면 되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는 입시하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평가나 아니면 이제 학생부 기록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그 업무 강도가 굉장히 높고요.
단순하게 그냥 수업 시수만으로는 측정할 수가 없습니다.
작년에 경기 교사 노조에서 경기도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수업량이나 업무량을 측정한 적이 있었는데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이 64.71시간, 그러니까 매일 하루로 계산하면 하루 한 13시간에 가까운 살인적인 노동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같은 경우는 이렇게 출결과 같은 행정 업무가 더 늘어나고, 미이수 학생들을 위한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까지 포함되고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사의 노동량은 더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런데 이제 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과도한 업무는 곧 수업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교사 충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존에 관행적으로 요구됐었던 그리고 고교학점제로 인해서 추가적으로 늘어난 행정 업무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행정 업무를 좀 과감하게 덜어내고, 교사가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굉장히 절실한 상황입니다.
서현아 앵커
한 학기에 다섯 과목이 어떻게 가능한 건지 정말 우려되는 부분이 많은데요.
자 또 하나 쟁점이 되는 부분이 미이수 제도가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시간 지난다고 졸업이 되는 게 아니고 이수를 해야만 졸업을 할 수 있는 건데 구체적인 지침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김희정 대변인 / 경기교사노조
며칠 전 26일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부의 고교 학점제 온라인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많이 나온 질문이 이런 거 있었습니다.
'192학점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은 정말 졸업하지 못하나요?' , '성적이 부족한 자녀가 있는데 보충지도 대상이 돼서 또래 학생들 사이에서 놀림의 대상이 될까 걱정됩니다.', '보충지도 외에는 학점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이런 질문들이 많았고요.
그에 대해서 교육부에서는 학점 이수를 위한 기본 원칙만을 계속 설명하면서 학교에서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를 통해서 모든 학생이 192학점을 얻어서 졸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거다라는 답변만 계속 되풀이했습니다.
근데 지금 나와 있는 지침에 의하면 과목별 학업 성취율 40% 미만, 그다음에 출석률 3분의 2 미만인 학생은 해당 과목이 미이수 처리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학교는 미이수 학생들의 이수를 위해서 그 과목의 교사가 직접 책임지고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 그러니까 일명 나머지 공부를 시켜야 되는데요.
학습 부진 학생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도입이 되었으나 사실은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열등생이라는 낙인을 찍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현장 선생님들은 더 많은 자퇴생들이 생기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이제 공부를 못하거나 혹은 아파서 결석을 많이 해서 출석률을 채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졸업장을 주지 않는 게 맞나라는 사회적 합의부터 먼저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육부는 지금 보면 출결부터 졸업까지 모두 손을 놓고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결국 미이수 제도는 폐지되거나 아니면 고교 학점제 자체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예 저희가 시간 관계상 마지막 질문드려봐야 할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고등학교 학생들이기 때문에 입시에 관한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2028 대입 개편을 하기는 했는데 이게 제대로 된 건지 또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지 우려가 속출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희정 대변인 / 경기교사노조
말씀하신 대로 2028 대입 제도 때문에 점수 따기 유리한 과목으로 학생들이 대거 몰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대입은 블랙홀이라서 모든 것들을 다 빨아들이고 있는데요.
고교학점제 하에서도 학생들은 본인의 진로나 적성에 따라서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2028 대입 개편안을 보면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생 부담이 가중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통합형 수능으로 수능 대비에 방향을 맞춘 파행적인 수업 운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리고 촘촘하게 9등급 내신 제도를 5등급으로 완화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올해 고1 학생들부터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따르면서 이전보다 상대평가 과목이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등급이 산출되는 한, 학생들의 관심과 적성보다는 등급 따기에 유리한 과목이나 보다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교과 위주로 학생들이 쏠릴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 고 2,3 학생들은 고1 학생들보다 절대평가 과목이 많아서 적성이나 진로에 따라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던 폭이 있었는데, 올해 고1 학생들부터는 아무래도 내신에 유리한 과목 쏠림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이 됩니다.
그래서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교과목은 많아지겠지만, 아이들이 결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교과는 오히려 한정적이 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소인수 과목이 결국 이렇게 다 폐강된다면 결국 고교 학점제의 취지와는 더 멀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좋은 취지로 도입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시급하게 보완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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