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역사와 민주주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왜냐면]

한겨레 2025. 4. 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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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충격의 12·3 내란사태로부터 120일이 지났다.

12월3일 밤, 대한민국 국민은 티브이(TV)·스마트폰으로 생생하게 그 장면을 목격한 증인들이다.

그러나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Democracy index 2024)에서 한국은 12·3 내란사태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강등되었다.

늦었지만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 12·3 내란사태를 역사와 민주주의 이름으로 단죄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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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송경재 |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공포와 충격의 12·3 내란사태로부터 120일이 지났다. 국민은 한밤중 비상계엄에 갑작스러운 북한의 변고나 재해, 재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12월3일 계엄은 대통령이 국회·지방의회·정당 활동과 결사, 집회, 시위 등을 금하고 군대를 동원해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수색하고, 정치인·판사·언론인 체포와 심지어 의대 증원을 거부한 전공의 처단 등을 운운한 희대의 사건이었다.

실제 ‘포고령 1호’에 의해 무장한 특수부대가 군 헬기에서 하강해 국회 창문을 부수고 진입하였고, 선관위도 점거했다. 12월3일 밤, 대한민국 국민은 티브이(TV)·스마트폰으로 생생하게 그 장면을 목격한 증인들이다. 만약 계엄군에 의해 국회가 장악되고, 총성이 울렸다면 서울 시내는 초유의 저항과 내전으로 비화하였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결국 시민 저항과 국회 비상계엄 해제 결의로 공포의 밤은 지나갔다. 당연히 국가 혼란을 유발하고, 헌법 수호 의지가 없는 대통령에 대해 국회가 탄핵을 결의했고, 권한이 정지된 윤석열은 지난 1월 구속되었다. 하지만 실패한 쿠데타 수괴 윤석열은 법원과 검찰의 석연치 않은 ‘절차상 문제’로 석방되어 한남동 관저에 웅크리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안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이었지만, 2024년 말 3만6624달러로 일본을 제쳤고, 케이-컬쳐 소프트파워까지 높아진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Democracy index 2024)에서 한국은 12·3 내란사태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강등되었다. 정말 땅을 치고 통탄할 노릇이다.

비상계엄으로 120일간 연일 거리에서는 국론 분열, 경제 불안, 정파적 허위 정보와 갈등, 대립이 더해가고 있다. 일부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은 이야기한다. 계엄은 대통령 권한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그러나 우리 역사 속 계엄은 트라우마 그 자체다. 계엄으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고, 총을 든 군대가 행정을 장악하고,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인·정치인·언론인·종교인을 잡아 가둔다. 군인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쏘았던 5·18 광주의 비극도 계엄 하에서 일어난 악몽이다.

증거 없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맹신하고, 불리한 뉴스는 ‘허위 조작 정보’(가짜뉴스)로 치부하며 이분법으로 갈라치기 한 것은 윤석열 본인이다. 그런데 국민을 계몽한다고 ‘계몽령’을 선포했다는 말장난에 대통령으로서 품격이나 국민을 보호해야 할 권위는 찾을 길이 없다.

이제 대한민국은 답을 내야 한다. 늦었지만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 12·3 내란사태를 역사와 민주주의 이름으로 단죄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친위 쿠데타를 용인할 정도의 삼류 국가 수준으로 떨어질지는 재판관들의 결정에 달렸다. 국가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인 헌재가 친위 쿠데타마저 법률 해석 차이, 절차 문제, 정파적 이해에 휘둘려 결정해서는 안 된다. 재판관들의 결정은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되어 두고두고 인용될 것이다. 역사는 헌재의 준엄한 친위 쿠데타 단죄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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