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부터 존재감 잃은 '30년 자유무역史'

세종=최민경 기자 2025. 4. 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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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은 세계무역기구(WTO)를 두고 지난달 내린 평가다.

1995년 WTO 창설을 주도했던 미국은 30년이 지난 지금 'WTO 탈퇴'까지 언급하며 다자무역체제로부터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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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FTA 체제의 종언]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4일 (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비공식 통상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5.01.24.

"실패한 체제"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은 세계무역기구(WTO)를 두고 지난달 내린 평가다. 1995년 WTO 창설을 주도했던 미국은 30년이 지난 지금 'WTO 탈퇴'까지 언급하며 다자무역체제로부터 등을 돌렸다.

WTO는 국가간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다자무역체제의 대표 상징이다. WTO 이전에도 1947년 발효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있었지만 강제성이 없어 자유무역 실현에 어려움이 있었다. WTO는 교역 개념을 상품에서 서비스, 지식재산권 등으로 확장했다.

WTO는 각국의 교역 중에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는 권한도 갖췄다. 회원국들이 따라야 할 무역 규범을 세우고 불공정한 관세나 보조금, 무역제한 조치를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교역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WTO로 대표되는 다자무역체제 붕괴의 조짐은 2010년대 이후 들어서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 균열의 신호탄을 쏜 것은 트럼프 1기 정부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면서다. 미국 내 WTO 체제에 대한 불만이 쌓인 가운데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1기 정부가 집권하면서 WTO의 분쟁 처리 절차를 담당하는 상소기구 위원 선임 승인을 거부했다. 2019년부터 상소기구 구성이 불가능해졌다.

무역분쟁이 하급심인 패널 절차를 거친 이후 상소심을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상소심 기능은 회복하지 못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올해 WTO 분담금 지급까지 중단한 상태다. 사실상 WTO 탈퇴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WTO가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 사법 해결제도란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무시하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도 WTO의 분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먼저 미국의 관세 폭격을 받은 캐나다와 중국이 WTO 분쟁 협의를 신청했지만 이는 보여주기식 절차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WTO가 기존 기능을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자무역체제가 회복되기 위해선 분쟁해결 제도 개혁과 디지털·인공지능(AI) 등 신통상이슈를 포괄하는 WTO의 구조 개혁부터 이뤄져야 하는데 이 역시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통상 규범을 만드는 것도 WTO의 중요 역할 중 하나인데 2001년도 이후부터 거의 진보가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WTO·FTA 체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의 다자 협력은 앞으로도 존재할 것으로 본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기존 WTO 체제 틀 안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희망적이다.

김종덕 KIEP 무역통상안보실장은 "WTO 등 다자주의 하에서 합의됐던 것들이 미국의 국내법에 의해서 무력화됐다"며 "앞으로 다자무역체제는 FTA보다 의무가 약화되고 협력이 강조된 경제동반자협정(EPA)과 같은 협정으로 대체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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